[전환과 전망 04]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산업부문의 변화와 도전

앞선 일련의 연재를 통해 수요부문 중 건물과 수송에서의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고려해야 할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건물과 수송부문은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개인의 에너지 소비행태 변화와 선택에 의해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부문은 약간은 동떨어져 있는 영역이다. 개인의 노력이 각 기업의 선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결국 산업부문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는 등 산업계에 강한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산업부문에서의 에너지 소비량이 큰 만큼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7년 기준 259.9백만 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36.6%를 차지한다(「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2020. 2050 저탄소사회비전포럼.).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가 많기 때문에 감축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다양한 업종의 에너지 소비 특성이 앞선 건물, 수송부문과 다르게 더욱 복잡하다는 점이 탄소 중립을 더욱더 힘들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건물, 수송 부문에서의 에너지 사용은 대부분 연료로서 소비되지만 산업부문에서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료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원료로서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직접적인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산업부문만 탄소 중립의 예외로 둘 수 없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부문에서의 탈탄소가 요구된다. 산업부문에는 상이한 에너지 소비 특성을 갖는 다양한 업종이 존재하므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탈탄소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에너지 흐름이라는 큰 틀에서의 변화 방향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 탄소 중립이라는 목적과 시점을 특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 기고에서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적론적 가정하에 산업부문에서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탐색해보았다. 이상적인 탄소 중립은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지만, 일부 사용에 대해서는 허용하였다. 정부의 해외 온실가스 감축분 인정 등으로 넷 제로 형식의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면,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부문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부문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크게 연료 사용과 원료 사용을 구분하여 접근하였다.
 
연료 사용의 탈탄소화는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전력과 열의 직접 사용 비중을 늘리는 형태로 이루어지며, 산업 전 부문에 적용이 가능하다. 분석 시나리오에서는 연료 사용의 탈탄소화가 2050년 시점에 완전히 달성되며, 에너지 소비효율의 개선, 전력화 및 직접 열 사용의 증가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였다. 
 
 
원료로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은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철강, 석유(정유 및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2018 산업부문 에너지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서는 이들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산업부문 전체의 75%, 에너지 소비는 8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산업의 감축이 산업부문의 탈탄소에서 가장 중요하다. 다음은 원료 대체를 위해 각 산업의 에너지 소비 특성을 소개하고, 시나리오에서 적용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설명한다. 
 
[철강산업] 철강을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대표된다. 국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로 방식’과, ‘전기로 방식’이다. 고로 방식은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며, 코크스는 철광석의 환원과 고온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로는 폐철을 사용하여 재활용하기 때문에 코크스가 필요하지 않다. 각각의 철강 생산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고로 방식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점이다. 결국 탈탄소를 위해서는 전기로의 확대와 함께 고로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만 한다. 이는 원료로서의 코크스를 다른 물질로 대체하거나,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하는 등의 기술 도입이 필요하며, 대표적인 감축기술로 수소 직접환원제철법(DRI, Direct Reduced Iron)을 들 수 있다.
 
[석유산업] 국내 석유산업은 정유산업, 석유화학산업, 가공산업으로 이어지며, 석유에서 파생되는 산업의 범위가 넓다. 정유 산업은 원유를 수입하여 각종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휘발유, 경유, 중유 등 수송용 연료에서부터, 석유화학산업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비닐, 의류 등 각종 제품은 석유화학산업에서 생산된 물질을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석유산업에서의 에너지 소비는 우리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실생활에서 소비하는 석유제품의 수요 감소는 석유산업에의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정유 산업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은 수송용 연료와 산업용 연료로 대부분 사용된다. 수송용 연료는 대부분 도로교통에서 사용된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탈내연기관을 선언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으며, 완성차 제조업체에서도 내연기관차의 생산 중단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2050 탄소중립을 위한 수송부문 도전」 2020.10월호. 함께사는길.). 원유 정제 과정에서 다양한 석유제품이 생산되므로, 수송용 연료 소비의 감소는 수입되는 원유량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산업부문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의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이처럼 석유산업에 탈탄소는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더불어 발생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나프타의 사용도 대체되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감축 방안의 도입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석유제품의 화학적 재사용, 바이오 에너지와 수소 대체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시멘트산업] 시멘트산업은 철강 산업이나 석유 산업에 비해 낮은 에너지 소비를 보이지만,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가 높다는 점에서 감축 필요성이 크다. 시멘트산업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시멘트 킬른에서의 연료 연소 과정에서 40%, 석회소성-클링커 제조에서 60%의 비중으로 발생한다.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광물에서의 CO2 발생량이 많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과 배출 특성이 상이하다. 이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배출되는 CO2를 포집하거나 클링커를 생산을 위한 광물 대체, 또는 클링커를 사용하지 않는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위의 감축 수단들을 적용하였을 때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 구성은 아래와 같이 변화한다. 현재 80%에 육박하는 화석연료의 사용 비중은 2050년 18.6%로 감소할 것이다. 반면 전력의 사용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여, 전체 에너지 소비 중 61.8%를 차지할 것이다. 또한 화석연료를 수소 생산의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는 2030년 이래 꾸준히 증가하여 2050년에는 13.4%에 이를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산업부문에서의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4.1백만 톤으로 2018년 대비 6.7%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산업계에 가혹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수출 중심 산업구조의 한계에 따라 산업부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 계획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8년에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는 2030년까지 산업부문에서의 배출량이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논의 중인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에서도 다른 부문에 비해 산업부문이 검토안별 감축 목표의 편차가 가장 크고, 가장 높은 수준의 감축안(1안)에서도 낮은 감축률(65.5%)을 보인다. 
 
우려하는 것처럼 산업부문의 탈탄소가 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새로운 산업 태동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현재의 관점으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성장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는 것은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제한하고, 급변하는 시대에서 도태될 위험을 증가시킨다. 현시점에서 해외 경쟁력을 보존해주는 일시적 방편이,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산업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 이미 해외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요구받기도 하며(RE100 캠페인), 유럽에서는 온실가스 관련하여 무역 장벽과 같은 조치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2019.12. 11.)에서는 2050년 탄소배출 제로라는 친환경 목표 아래 에너지 탈탄소화, 지속가능한 사업, 건물 및 수송부문 에너지 효율성 강화 등을 포함한 정책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탄소국경세 및 탄소배출권거래제 확대 추진을 발표함
 
 "  EU 내 탄소배출 규제에 따라 역내 기업들은 관련 설비투자 등으로 비용의 부담이 발생하여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공평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어, 공정한 글로벌 경쟁 환경 조성 차원에서 수입품에 대해 탄소세를 매기는 방식(관세 및 ETS 배출권 구매), 모든 제품에 과세 후 저배출 기업에 환급 등의 여러 방안을 고려
 
따라서 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탄소 중립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산업계에 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탈탄소가 가능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목표로 나아갈 것인가를 논의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은 모든 부문에서의 동일한 수준의 노력이 전제된다. 건물이나 수송부문에서의 노력만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산업계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서 기후위기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이 요구될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시나리오는 언뜻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목표 같다. 하지만 과거 힘들었던 우리 경제를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저력을 가진 산업계가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한다면 달성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각 산업분야의 전문가들이 효율적인 방안들을 모색하여 사회 전 부문에 탄소 중립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글 / 문효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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