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과 전망 06]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첫걸음

제주도는 전기자동차 정책의 확대로 청정과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2020년 여름에 탄소중립에 대한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원고가 나가는 시점은 해가 바뀌어 2021년이 되었다. 다행히 해만 바뀌지는 않고, 국내 정책 지형도 바뀐 것 같다. 2020년 10월에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11월에 국회에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 내용을 담은 「그린뉴딜 기본법」을 발의했고,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탄소중립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2월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부문별 현황과 도전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부문별 현황과 도전 과제

 
2019년 기준 국내 발전부문의 전력생산량은 563TWh이고, 화석연료(석탄, 가스, 석유) 비중이 약 67%에 달한다. 발전부문은 재생에너지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잉여전력이 발생할 시 다른 부문에서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전기보일러, 히트펌프 등을 이용해 난방부문, 배터리 구동 전기차를 통해 수송부문에서 이용한다. 변환을 통해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그린수소).
 
2018년 기준 수송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4만2958ktoe이고, 화석연료(석유, 가스) 비중은 97.8%에 달한다. 수송부문은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화 비중을 증가시키고, 전력화가 어려운 분야는 그린수소를 활용해야 한다. 수송부문에서 에너지 소비가 가장 큰 부분은 도로이다. 도로는 전력화 비중을 늘려가면서 운행패턴이 일정한 분야는 수소가 활용될 수도 있다. 해상부문은 고밀도 합성연료, 암모니아 등 그린수소를 더욱 활용하고, 항공부문은 지속가능한 연료 비중을 높이면서 하이브리드 전기엔진의 가능성을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철도는 이미 전력화 비중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전기-디젤 하이브리드 열차 및 수소연료전지 열차가 대안으로 개발될 수 있다. 
 
건물부문(가정, 상업, 공공)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4만6911ktoe이고, 화석연료(도시가스+석유+석탄) 비중은 46.7%로 상대적으로 낮다. 가정 난방은 일반주택의 경우 재생에너지 열이나 전기난방(전기보일러, EHP-전기엔진냉난방기)을 확대하고, 공동주택도 전기난방이나 친환경 지역난방을 확대해야 한다. 가정에서 전기취사 비중도 높여야 한다. 상업공공은 기존 건물의 경우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고, 신축 건물은 더 높은 신재생 비중과 제로에너지 건축물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산업부문(원료 및 연료 사용)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14만2870ktoe이고, 화석연료(석유, 석탄, 가스)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산업부문은 제조업 비중과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탄소 다배출) 업종 비중이 높아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가장 어렵다. 연료사용은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며, 전력과 열, 친환경 연료 비중을 높여야 한다. 원료사용은 업종별로 특성을 고려해 원료 전환을 해야 한다. 철강산업은 전기로의 확대와 함께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공법으로 전환해야 하고, 석유산업은 바이오와 수소 사용을 늘려서 나프타를 대체해야 한다. 산업부문과 같이 화석연료를 원료 물질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점진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사용한 자원을 재활용 및 재이용하는 방안들이 두루 고려되어야 한다.
 

탄소중립 사회에서 재생에너지는 핵심 인프라이자 기반산업

 
목적지는 분명해졌고, 이제 가기 위한 여정을 짜는 일만 남았다. 초반에 기반 조성을 위해 더욱 집중하여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2050년까지 꾸준하게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다만 지금처럼 수동적인 자세로 현재의 시스템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변화에 맞춰나가겠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 이는 결국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을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많이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지만,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 주먹구구식의 계획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탄소중립으로 온전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단계들을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함으로써 우리는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후속된 조치로 단기적인 목표도 이에 맞춰 상향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과 더불어 에너지 시스템의 과감한 전환도 요구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의 퇴출과 재생에너지의 확대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시스템 안정성 우려에서부터 경제성 부족, 환경 파괴, 사회적 수용성 등 많은 저해요인이 언급된다. 시스템 안정성은 기존의 시스템이 고착화 되었기 때문에, 경제성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정에서 의례 따르는 문제로, 그리고 환경적 측면에서는 기후 위기보다 더 큰 이슈는 없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용성은 전환 과정에서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때 초래되는 문제로 본질적인 이슈와 거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재생에너지 공급은 당위적으로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모든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에너지 공급 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가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대체하였을 때 비로소 건물 및 수송 등 사회 전 부문의 탄소중립이 가능해진다. 시스템 안정성을 위태롭게 한다고 우려하는 재생에너지 잉여 생산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옷을 맞춰 입는 것처럼 탄소중립에 재생에너지가 핵심이라면 그것에 맞게 시스템이 전환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당위적인 목적뿐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수단보다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고, 그 시점이 2050년이라면 더욱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탄소중립 사회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핵심 인프라이며, 기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튼튼한 기초 없이 세워진 건물은 무너지거나, 차후 보강을 위해 더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현시점에서 필요한 논의는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공급에 따라 생산된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이고 다양하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예상되는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생산 및 공급 부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에너지 생활 양식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현재의 삶이 미래 세대에까지 이어지기 위해서 많은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서부터 에너지 사용과 발생하는 폐기물의 처리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선택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달성하지 않고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 로드맵으로 미래를 미리 그려보았다면,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는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출발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지속해서 이어져야 한다. 탄소중립을 먼저 선언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는 많이 늦었지만, 급하다가 무작정 나아가는 것은 금물이다. 구체적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선행하여 수립과정 전반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가를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 발표된 탄소중립 추진전략처럼 전문가 집단에서 수립한 시나리오를 대중에 공개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탄소중립은 미래 사회의 격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나리오 수립에서부터 결정까지 모든 과정에 모든 사회의 구성원이 관여해야 한다. 
 

부문간 탄소중립 결합력 높여야

 
이와 같은 부문별 과제들은 이미 정부의 저탄소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우리가 이미 탄소중립을 위한 검토를 충분히 하고 있었으며, 단지 과감하게 나아갈 결단이 부족했었다고 보인다. 본 시리즈 연재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섹터커플링(부문간 결합) 방법을 통해 탄소중립 경로를 탐색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섹터커플링은 제시된 하나의 방법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수 있고, 이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글 / 문효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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