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고장 난 핵발전소 안전, 불안한 60년

한빛 핵발전소 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지난 2월 13일 한국수력원자력 한빛본부와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안전성확보 민관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은 한빛 3호기 격납건물 44곳에서 콘크리트 공극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2016년 6월 한빛 2호기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 부식이 확인된 이후 벌써 몇 번째 발표인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격납건물은 핵발전소에서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물질의 유출을 차단하는 최후 방벽이다. 따라서 격납건물의 부식은 그 자체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확인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부식과 구멍이 왜 발생했는지 원인규명조차 안됐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가동을 하면서 이제야 이런 문제들이 확인되고 있다는 걸 볼 때 핵발전소 안전점검 및 보수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핵발전소 격납건물이 항공기 충돌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과연 사고에 충분히 대비되었는지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대책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
 
격납건물 구멍이 계속해서 발견되면서 영광 한빛 4호기는 1년 9개월, 한빛 3호기는 9개월 넘게 가동이 정지된 상태다. 그나마 다행히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에도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고장 난 핵발전소가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음은 꼭 짚어볼 대목이다. 안전에 문제가 생겨 핵발전소 가동을 하지 못했는데도, 일부 보수언론과 찬핵 정치인, 원자력공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양 가짜뉴스를 양산하기도 했다. 
 

각종 사고 끊이질 않아

 
보통 핵발전소 사고라고 하면 1986년 체르노빌이나 2011년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 사고를 떠올린다. 하지만 중대사고가 아니더라도 핵발전소는 끊임없이 여러 원인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사고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갑자기 가동이 중단될 수 있으며,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4~2018년) 국내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각종 고장과 사고는 총 65건이다. 핵발전소 2기 중에 1기는 매년 고장과 사고를 일으킨 셈이다. 특히 월성 1~4호기의 경우 고장사고 발생률이 평균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6월 월성 3호기에서는 운전원의 밸브 조작 실수로 원자로가 정지돼 냉각재인 중수 4톤(4078kg)이 누설돼 29명이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로 인한 손실이 102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성 3호기는 올 1월에도 원자로 냉각재펌프에서 화재가 나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지진발생 위험지대에 밀집한 핵발전소

 
끊임없이 사고와 고장을 일으키는 핵발전소도 불안하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지진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더욱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지난 2월 10일 포항시 북구 동북동쪽 앞바다 50킬로미터 해양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6년 9월 12일 규모 5.8 경주지진과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 그리고 그 여진들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24기 중 18기가 지진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한반도 동남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위험요소다. 경상남북도 일대는 양산단층 등을 비롯해 발견된 활성단층만 60여 개에 달한다. 앞으로도 지진발생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고리 5, 6호기 부지 평가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한 최대지진평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육상의 활성단층을 최대지진평가에 포함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해양의 활성단층은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판에 작용하는 힘의 패턴이 변하면서 한반도 동남부 일대에 지진발생이 잦아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도 월성 1~4호기는 근본적인 내진 설계 보강이 어렵고, 신규 핵발전소 역시 규모 7.0 정도만 대비하고 있어 예측치 못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더욱 걱정되는 건 핵발전소 30킬로미터 내에 고리는 380만 명, 월성은 100만 명이 살고 있고, 국내 최대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탈핵정책으로 핵발전소 안전이 자동 확보되지 않아

 
탈핵에너지전환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고 핵발전소의 안전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핵발전소 개수만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오히려 더 늘었고 그에 따라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고리1호기, 월성1호기는 폐쇄되었지만 신고리 4호기가 운영허가를 통과해 본격 가동을 준비 중이고, 신한울 1, 2호기도 운영허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20일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 내부철판 부식 및 콘크리트 공극 정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핵발전소와 원자력 안전 문제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격납건물 콘크리트 부식 및 공극 사건, UAE 수출 핵발전소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 발견, 증기발생기 내 망치 발견, 원자력연구원의 핵폐기물 무단처분 및 불법 매각 등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규제하고 관리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현재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통과된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안전성을 확보하기 전에 허가부터 내주는 상황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2018년 6월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지적되었던 원자로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 두께측정 불합리, 원전시설 내진대책 미흡, 고리원전 해안방벽 미흡, 원자력안전위원회 결격사유 위원 미검증 임명, 해외안전기준 검토반영 미흡, 부적정한 방사능재난 구호소 지정, 계획예방정비 작업항목 누락, 운전원 및 정비원의 음주통제 미흡, 화재대비 부실 등 총 15가지의 위법, 부당, 제도개선 요구 등에 대한 후속 조치 등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민들은 알 길이 없다.
 
지난 2월 14일 재판부는 그린피스와 599명 시민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격사유 위원 2명이 원전건설허가처분 심의에 참여한 점과 방사선환경영향 평가서에 중대사고로 인한 영향을 기재하지 않은 점 등이 위법하다면서도, 건설허가 취소처분을 내리는 것이 4년 동안 공사 중단 등으로 사회적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취소처분 요구를 기각했다. 건설 허가 절차와 내용이 위법했음에도, 핵산업계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우선 고려한 판결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법한 결정을 해 문제가 있어도 상황논리로 그 결정을 바로잡지 않는 현실은 반복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과정 자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위원들의 결격사유 검증을 강화하고, 비상임위원이 다수인 구성을 상임위원제로 바꾸는 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후쿠시마를 기억하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8년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핵발전소 사고와 위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2080년이 넘어서야 핵발전소 제로가 달성된다. 이런 느림보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이 시행되는 한 우리는 60년 이상 핵발전소와 공존하며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아니더라도 핵폐기장도 없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핵폐기물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10만 년 이상 방사선을 내뿜는 독성물질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만들어냈고, 또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낼 예정이다.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는 비용, 안전 등 지금 세대가 해야 할 책임을 최대한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핵발전소 제로 시대에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핵폐기물의 짐을 최소한으로 넘기기 위해 탈핵 시점을 앞당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 /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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