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업은 헐값 전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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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1인당 전력소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많다. 2010년 통계로 볼 때,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전력소비량은 2005년 실질가치로 달러당 0.44킬로와트시(kWh)로 OECD 평균 0.25킬로와트시보다 훨씬 높다. 0.18킬로와트시인 독일과 0.14킬로와트시를 쓰는 영국은 물론 핵발전대국인 프랑스의 0.20킬로와트시나 0.29킬로와트시를 쓰는 미국보다도 높다.
 
그런데 산업용을 포함한 총전력소비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전력소비량은 높지만, 가정용 전력소비의 1인당 평균은 일본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전력과소비를 주도하는 것이 시민들의 가정생활이 아니라 산업용을 위시한 상업용, 농업용 등의 다른 분야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시민들이 가정에서 아낀다 해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전력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전력을 다소비하는 나라다.

전기요금은 평균비용이 아니라 한계비용으로 평가해야 실제로 전기를 쓸 때 내는 비용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누진세가 적용되는 가정용 전력을 사용할 때 내는 비용은 6단계 각 구간의 기본요금에다 기본 이상을 쓸 때 계산되는 누진세 적용가격인 사용요금이 더해진 것이다. 

국민 1인당 전기소비량(전력소비)는 가정용 전기의 1인당 소비량으로 평가해야 한다. 우리나라 가정의 55퍼센트 가까이가 3구간이나 4구간 사이의 전기 소비를 한다. 2011년 통계를 보면 3구간 가구가 621만여 가구로 29.6퍼센트이고 4구간 가구가 518만여 가구로 24.7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두 구간 사용가의 평균요금이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가정용 전기 소비자 가격으로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의 한계비용을 추정해 보면 킬로와트시 당 200원에서 250원 사이가 된다. 이는 미국 115.5원, 프랑스 142.2원보다 크게 비싸고 영국 233원, 일본 202.3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가정용 소비자들의 반수 이상은 결코 헐값의 전기를 쓰는 게 아니다. 그리고 전체 가정용 소비자들의 전기 사용량도 그들에 비해 많지 않다. 문제는 다른 용도로 거대한 전기를 쓰는 존재들이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는 상위 1퍼센트가 총전력의 64퍼센트를 소비하는 구조다. 또 상위 16.5퍼센트가 총전력의 80퍼센트를 소비하고 있다. 전력 소비 상층에는 주로 전력다소비업종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기업 사용자들 중 상위 3위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거의 광역시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을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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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용자들의 전기요금은 한계비용이 킬로와트시 당 90원으로 누진제에 따른 가정용 전기의 실질한계비용 추정치인 200~250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3배가 넘을 정도로 매우 크다. 기업들이 전기요금을 할인받는 비율은 OECD의 유럽 회원국들의 기업들과 비교하면 최대 60퍼센트 가까이 된다. 이렇게 전기가 싸니까 전력사용이 늘지 않을 수 없다. 2001~2010년 사이에 산업용 석유는 사용이 줄고 대신 그 역할을 전기가 하는 에너지 대체현상이 크게 늘어났다. 이 기간 산업용 전력은 평균 64퍼센트 증가했는데 가열•건조용 전력사용은 293퍼센트로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요로•오븐용도 163퍼센트나 증가했다. 에너지 이용효율의 저하가 동시에 진행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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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전기를 쓰는 기업들이 헐값 전기를 쓰면서 받은 이익 규모는 얼마나 될까? 2010년의 산업용 전력 총괄원가 미달에 따른 기업별 수혜 현황표를 보면 2조1000억 원 이상이다. 국민의 돈으로 국가가 한전을 통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준 규모가 그 정도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전의 적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한전에서 전력을 사서 쓰는 기업들은 헐값 전기요금으로 영업이익을 얻고 있다.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부당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 문제여서 생산원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도 정당하게 전력의 가격을 매기는 것은 아니다. 상품가격은 원래 원가를 보상하는 게 아니라 상품의 가치에 따라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적다면 당연히 그 가격은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싼 전기를 써야만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상품제조원가에서 전력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전기요금이 기업의 상품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제조원가가 아닌 매출가로 대비한다면 더 작아서 겨우 1퍼센트도 안 된다. 만일 산업용 전기요금을 두 배로 인상해서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산업용 전기요금인 킬로와트시 당 200원 정도가 되더라도 매출가의 2퍼센트가 되는 정도다. 산업용 전력비용 증가가 한국 경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는 엄살이고 사실상 국민 혈세로 기업 영업이익을 계속 보전해 달라는 요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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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전기와 관련해 눈 먼 돈을 버는 구조는 겹쳐 있다. 기업의 전기 관련 다른 주요한 수익구조의 하나는 민자발전사업이다. 한마디로 기업들은 자신의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한전에서 싼 값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는 것으로 끌어다 쓰고, 자기 소유 민자발전회사를 차려서 거기서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제값을 받고 판다. 

한전(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을 주로 하는 5개 발전자회사)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는 민간기업이 400개에 이르는 민간발전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의 모기업 제조공장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으로부터는 1킬로와트시 당 43원 꼴, 한전 5개 발전자회사에게서는 92원 꼴로 전기를 구입한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발전한 전기를 한전의 계통에 연결해 팔 때는 전력시장 상황에 따라 최소 142원에서 최대 203원 꼴로 팔고 있다. 즉 계통한계가격(SNP)을 보장받고 팔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전기인데 계통한계가격을 보장 못 받는 한전의 가격과 보장 받는 민간발전사의 가격이 다른 것이다. 이런 가격 차이는 한전 5개 발전자회사 평균설비용량 8556메가와트(MW)의 12.5퍼센트에 불과한 설비용량밖에 없으면서도 민간발전사들이 한전 5개 발전자회사의 당기순이익인 810억 원에 거의 육박하는 750억 원의 수익(2011년)을 올린 배경이다. 같은 해 한전 적자는 3조5000억 원이었다. 국가가 민간발전사에 이처럼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로 인해 민간발전사들의 설비용량은 지난 2001~2012년 사이에 38배(331메가와트→1만3151메가와트)로 확대됐다. 

기업들이 헐값 전기를 쓰는 다른 구조가 또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2001년 만들어져 운용되기 시작했다. 이 기금은 전력산업 발전과 전력수급 안정에 쓰이는 것으로 전기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전기요금의 1000분의 37, 즉 3.7퍼센트를 떼어 적립하는 법정부담금이다. 2009년에 1조7000억 원 이상, 2010년에 1조8000억 원 가까이 조성돼 지출됐고 2011년에도 2조 원 이상이 조성, 지출됐으며 작년에는 2조2000억 원대의 기금이 조성, 지출됐다. 이 기금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등 몇몇 필요한 사업에 지출되기도 하지만, 전력부하관리에 협조적인 전기사용자들에게 인센티브 비용으로도 지불된다. 전력사용량이 몰리는 피크시간을 피해 조업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기업들에게 보조금으로 주는 것이다. 2012년에 이런 명목으로 기업에게 1킬로와트시 당 1000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해 총 4000억 원 이상을 지불했다. 올해 또한 유사한 규모로 지급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 사용, 민간발전 판매단가와 한전 전력 구매단가의 가격차, 피크시간 이외의 조업에 의한 보조금 등으로 전력을 3중으로 싸게 이용하고 있다. 그로 인한 한전의 적자를 메우는 것은 국가이고 국가는 그 비용을 국민에게 청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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