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세월호 다음은?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기 때문에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와 충격이 크다. 업체는 안전보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선박을 개조하고 화물을 과적했다. 잦은 사고와 고장들이 위험신호를 보냈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와 해경이 있었다. 정부는 해운업계 이익을 위해 선령을 20년에서 30년까지로 완화해주었고 이는 비극의 시작이 되었다. 해피아들도 세상에 드러났다. 무엇보다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귀중한 생명들은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아직 밝혀야 할 것들이 적지 않지만 핵발전소와 세월호는 섬뜩할 정도로 닮아있다. 세월호 다음은 핵발전소라는 경고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 경고들이 현실이 되기 전 핵발전소 안전과 사고 시 정부 대책을 점검해야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월호의 뼈아픈 교훈을 이제 핵발전소로 돌려 준비하자. 

경제성 내세워 선령제한 연장 │ 전력난 및 경제성 내세워 수명연장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기업들의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성을 내세워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해준 것이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돼 18년을 운항한 낡은 배였지만 2012년 청해진해운은 이 배를 사들여 바다에 띄웠다. 규제를 완화하지 않았다면 청해진해운은 겨우 2년 밖에 운항할 수 없는 배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로 1978년 가동을 시작했다. 설계수명대로라면 2008년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 절차를 밟았어야 했지만 고리 1호기는 여전히 가동중이다. 정부가 전력란과 경제성을 내세워 10년을 더 연장해줬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오래된 핵발전소인 월성1호기는 30년의 설계수명을 마치고 현재 연장심사가 진행중에 있다.   
 
 

잦은 고장과 사고 후 침몰│핵발전소 고장 및 사고 681건, 그 다음은?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월호는 침몰사고가 나기 전 잦은 고장과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임시방편식 보수로 끝내거나 이를 무시하고 운항하다 결국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정황이 짙다. 
 
현재 가동중인 핵발전소는 23기다. 현재까지 알려진 고장 및 사고 횟수는 총 681건. 이중 고리 1호기에서 130건이 발생했고 월성1호기에서는 52건이 발생했다. 한수원은 경미한 사고들이라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노후 핵발전소는 단순고장이라도 위험성 높은 고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핵발전소가 보내오는 위험신호를 받아들여야 한다. 
 
 

무리하게 실린 화물│무리하게 돌리는 노후 핵발전소

 
세월호의 적재한도는 여객 921명, 차량 150대, 20피트 컨테이너 152개다. 하지만 이익을 위해 세월호는 무리하게 화물을 실었다. 이를 위해 선박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까지 뺐다는 증언도 나왔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세계적으로도 가동률이 높다. 그 이면에는 핵발전소를 돌려야 더 많은 전기가 생산되고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노후 핵발전소들도 예외는 아니다. 월성1호기의 설계 기준 가동률은 80퍼센트, 하지만 30년 동안 평균 가동률은 80퍼센트를 넘는다. 무리한 가동은 설비 노화를 앞당기며 잦은 고장과 사고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허위, 조작 보고서로 출항 승인│비공개 보고서로 핵발전소 수명 연장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세월호 구명보트는 지난 2월 한국선급 안전검사에서 문제없다고 판정받은 것이었다. 사고 두 달 전 선박 특별점검을 시행했던 해양경찰청은 세월호의 엔진과 스크루, 조타기 등 주요 설비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정했다. 특히 해경은 세월호의 안전 문제점을 5개나 발견하고도 청해진해운이 문제를 보완했다는 문서를 제출하자 사후 확인조치 없이 특별점검을 통과시켰다. 세월호가 기준을 넘겨 화물을 싣고 이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는데도 해운조합은 세월호를 출항시켰다. 선사와 승무원이 허위로 작성한 운항관리규정과 안전 점검 보고서만 믿고 승인해주다가 벌어진 일이다. 현장 안전점검도 요식으로 진행됐다. 2013년 7월 해양수산부와 목포해양경찰서가 여객선 안전점검을 실시했는데 2시간 40분 만에 12척의 안전점검 완료했다. 평균 한 척당 13분 꼴로 안전점검이 이뤄진 것이다.  
 
핵발전소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을 두어 원자력 발전설비 전반을 정비한다.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 기간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비를 완전히 분해, 해체하여 정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핵발전소 설비들은 노후화되었는데 원자력발전 계획예방정비 일수는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발전기를 가동해야만 수익을 얻는데 발전기를 멈춰야 하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돈을 벌 수 없다. 이 때문에 계획예방정비 기간을 단축하도록 강제한 것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비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핵발전소에서 다시 고장 및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2013년에 9건의 핵발전소 고장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중 4건이 정비 이후 60일 이내에 발생했다.
 
검사기관의 안전 불감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시험성적서 위조 부품 파문으로 가동이 중단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재가동을 승인했다. 해당 부품의 재고가 없어 당장 교체할 수 없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을 받아들여 18개월 후 계획 예방정비 때 정상 부품으로 바꾸도록 승인해준 것이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은 고리1호기 수명연장 심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자가 수명연장의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는 시한은 수명만료 최소한 2년 전이어야 했다. 하지만 고리1호기 수명연장 보고서는 수명만료 1년 전에 제출됐다. 한수원이 수명연장 심사 전 노후한 압력관 등 부품을 대대적으로 교체해야 했기 때문이다. 절차를 어겼지만 정부는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한수원을 봐주었다. 이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업자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심사를 진행했고 심사 1년 만에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을 승인했다. 절차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원자로 용기에 대한 압력 문제 등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지만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한수원은 같은 방법으로 2009년 월성1호기 핵연료가 들어 있는 압력관을 교체하고 같은 해 12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사고 부른 불법 개조와 증축│사고 부를 위조 부품 1만3794개 

 
노후된 선박의 개조와 증축은 위험한 짓이었다. 세월호를 개조, 증축한 업체가 대형 여객선을 증축·개조한 경험이 없는 업체라고 알려지자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안전성 여부는 한국선급에서 판단할 몫이며 자신들은 한국선급의 심사를 통과한 도면대로 단순 공사만 진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핵발전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가동중인 핵발전소에 위조 부품이 설치되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핵발전소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부품들이라 충격이 컸다. 더군다나 이 같은 일을 벌인 곳이 부품을 검증하고 시험성적서를 발행하는 시험검증기관이었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위조부품은 아무런 의심없이 핵발전소에 설치되었고 핵발전소는 가동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이 같은 사실이 참혹한 사고가 아니라 외부의 제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로 사망 및 실종자 304명│노후 핵발전소 사고 시 161만8000명 사망 

 
사고는 순간이었다. 세월호에 탑승했을 거라 추정하는 승객 수는 476명. 이 중 절반이 넘는 승객들은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상태다. 대부분이 ‘가만히 있으라.’란 방송을 듣고 선내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각각 342만 명, 109만 명이 산다. 환경연합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고리1호기에서 체르노빌급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90만 명이 그 자리에서 죽거나 암으로 사망한다. 월성1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는 최대 72만 명이 사망한다. 
 

 

해피아│핵마피아

세월호를 통해 해피아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특수 대학 출신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이들이 해운업계로 옮겨가면서 관료 사회와 해운업계 간 유착관계가 강해졌으며 때문에 해운업계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한다. 
 
핵마피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핵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정부와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기업, 원자력안전을 감시 감독하는 기관들의 유착관계도 우려스러울 정도다. 핵마피아들은 핵과 관련된 정보를 독점하고 그들만의 단단한 리그를 구축하고 있다. 심지어 원자력 안전을 관리하고 규제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안전규제 관계자들도 핵마피아들과 인연이 깊다. 
 
 

“모두 구조됐다” 정부 받아쓰기한 언론│“핵발전소는 안전하다”진실 외면하는 언론

 
세월호 사고 직후 언론들은 정부가 불러주는 자료를 받아쓰기 바빴다. 결국 전원구조, 구조작업 총동원이라는 희대의 오보를 쏟아내고 말았다. 그 때문에 일각을 다투는 구조시간을 날려버렸다. 진실을 알리지 않고 정부의 일방적인 내용만 전할 경우 최악의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핵발전소를 대하는 일부 언론들의 행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핵발전소에 대한 검증 대신 안전하다는 정부와 한수원의 주장을 전할 뿐이다. 
 
언론의 핵발전소에 대한 호의는 한수원과 원자력문화재단을 중심으로 한 핵마피아들의 지원과 무관하지 않다. 한수원이 텔레비전, 신문 등 언론매체에 광고를 지원한 금액은 2012년 한해 60억2000만 원에 이른다. 2014년 1~3월까지 언론 광고 지원에 들어간 금액은 7억7160만7000원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설립목적이 원자력 이용에 대한 국민 공감이며 주요 활동은 대국민 원자력 홍보사업이다. 홍보 활동 대상에 기자는 물론 국회의원, 교육계 인사 등이 포함되었고 이들은 그들의 부응대로 핵 발전에 찬성하는 입장과 기사를 쏟아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들은 핵에너지에 대한 편중되고 잘못된 정보들만 지속적으로 제공받고 서서히 원전불감증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 활동가들의 지적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은 대부분 정부 지원금이다.
 
2011~2014년까지 총 312억2700만 원을 지원 받아 원자력 홍보 활동에 사용했다. 어이없게도 국민들의 세금이 핵마피아들을 지원하고 우리는 점점 안전과 멀어지고 있다.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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