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수소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지난해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2003년에 제레미 리프킨이 그의 저서인 『수소혁명』(원제: 수소경제)에서 수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에너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후 2020년 현재 수소는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슈 수준을 넘어 대세로 거듭났고, 주요국은 앞다투어 수소 로드맵,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정부의 투자 및 에너지 정책 방향은 물론 대통령 담화에서도 수소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제시 이후, 제목에 수소가 들어간 로드맵과 대책은 증가했다. 2020년 1월에는 수소법을 제정하였다. 
수소는 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수단임에도 틀림없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수소가 에너지전환 및 자립, 산업 및 경제발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등 여러 굵직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줄 도깨비방망이로 인식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수소경제 추진에 있어서 아쉬운 사항을 정리해보았다.
 
   
수소 관련 주요 정부 계획 및 전략
■ 2018년 8월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에 수소경제를 3대전략 투자 분야로 선정, 수소경제추진 위원회 구성
■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 2019년 4월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
■ 2019년 6월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수소산업 육성
■ 2019년 10월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 2019년 12월 수소 안전관리 종합대책
■ 2020년 1월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 리법) 제정
■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종합계획에 수소차 확대(2025년 수소차 20만 대, 수소충전소 450대)
■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수소 등 3대 에너지 신산업 육성
 

경제성 초점(화석연료 사용 명분)

 
우리나라의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산업 경쟁력에 무게를 두고, 양대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천연가스 개질에 따른 추출수소, 석유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핵심 공급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즉 여러 상황 때문에 초기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향후에 수소 수요는 급증하는데 수전해, 해외생산·수입 등 그린수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초기의 화석연료 기반 인프라만 남게 될 것이다.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화석연료 사용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수소경제가 기존 화석연료 중심 탄소경제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낮은 효율

 
에너지효율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 불린다. 증가하는 에너지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발전설비 확대와 동시에 에너지효율을 높여야 한다. 발전부문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수송부문을 완전하게 전기 또는 수소로 대체하는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자동차의 연비를 보면 파악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연료경제가이드(Fuel Economy Guide)’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 전기차(수소차)의 공인 연비는 배터리 전기차(전기차)의 절반 수준이다(전기차 코나의 공인 연비는 120MPG, 수소차 넥소는 57MPG). 물론 수소차가 더 높은 기압의 압축수소를 활용하고, 연료전지 변환효율이 더 높아진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의 경우 전기차는 같은 에너지로 수소차보다 2배 정도 더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즉 배터리에서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이다. 수소차는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므로 재생에너지 설치를 위해 더 많은 부지를 필요로 한다. 
 

 

수소충전소 부족

 
 
수소차만큼 중요한 것이 충전 인프라이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on-site(현장에서 LNG를 수소로 개질하여 바로 충전) 방식인 상암 충전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off-site(수소 생산지에서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운송) 방식이다. 배관을 통해 수소를 공급받는 충전소도 구축될 예정이다. 수소충전소는 건설단가가 상당히 높은데, 건설비용만 약 30억 원에 달하고, 충전소 운영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2040년까지는 1200개소). 2020년 12월 현재 전국에 40여 개소를 구축했지만, 4개소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대부분 off-site 방식이어서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수소를 공급해야 한다. 수소충전소 충전기의 충전 용량은 약 250kg/일 규모이다. 튜브 트레일러(25톤급) 1대가 약 300kg 정도 수소를 운송할 수 있으니,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충전소에 들러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충전소에는 트레일러가 배치되는 공간이 필요한데, 필요한 부지가 넓어서 대도시에 충전소 설치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기존 주유소나 LPG 충전소를 수소 충전 형태로 전환하는 데 어려운 점 중에 하나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다. 건설단가, 부지보다 더 어려운 부분은 안전성 문제 등으로 수소충전소의 수용성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수소충전소 건립과 관련해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주민반발로 설명회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 양재 수소충전소도 고장으로 멈춘 지 1년이 넘었지만, 주민 반대로 재허가가 미뤄지고 있다. 
 

수소 수입 문제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그레이 수소에서 그린수소로 생산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 밝혔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물을 분해하여 생산한 수소이다. 수소는 과잉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현재 그린수소는 생산비용이 높고, 그 밖에 수소는 화석연료 기반이라서 친환경적이지 않다. 그래서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 수입에 대한 논의가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Opportunities and challenges of importing green hydrogen and synthesis products)에 따르면 수소는 미래에 많은 잠재력이 있지만, 수입하는 데 많은 한계가 따른다. 우선 수입하기 위해 생산 및 운송 능력을 구축하는 데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민주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국가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없다면 수입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 그 밖에 수소 생산국의 수입가격 변동성, 지속가능성 기준, 국제협력, 기술주권 등 불확실성이 있다.
 
IRENA 보고서(『Green Hydrogen : A guide to policy making』)는 현재 (그린)수소가 직면한 한계를 설명하였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단순한 비교일 뿐 화석연료를 옹호하기 위한 내용은 아님을 밝혀 둔다.
 
 ■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레이 수소보다 2~3배 비싸다. 수소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1.5~2배 더 비싸다. 오늘날 항공용 합성연료는 제트엔진의 화석연료보다 최대 8배 비싸다.
 ■ 그린수소 전용 인프라가 부족하다. 전 세계 천연가스 운송 파이프라인은 300만 km가 넘지만, 수소 운송 파이프라인은 5000km에 그친다. 가솔린과 디젤 주유소가 미국과 EU에 20만 개 이상이 있지만, 전 세계 수소충전소는 약 470개에 불과하다.
 ■ 에너지 손실이 크다. 그린수소는 가치사슬 단계에서 상당한 에너지 손실을 초래한다.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의 30~35%가 손실된다. 연료전지에 수소를 사용하면 추가로 40~50%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에너지 손실이 클수록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재생에너지 용량이 필요하다.
 ■ 가치 인식이 부족하다. 그린수소 시장이 없고, 그린 철강도 선박 연료도 없다. 그리고 산업, 수송부문 등에 기본적으로 그린수소가 제공할 수 있는 GHG 저감에 대한 평가가 없다. 수소는 최종에너지소비량에 대한 공식 에너지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으며, 국제적으로도 그린수소를 그레이 수소와 구별하는 공인된 방법도 없다. 동시에 그린수소를 촉진하기 위한 목표나 인센티브가 부족은 그린수소 다운스트림 부문에 성장과 그린수소 수요를 제한한다.
 
여러 한계와 장벽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그린수소의 역할은 분명하다. 기후 중립적인 유럽을 위한 수소 전략을 보면 수소는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 및 경제 부문을 탈탄소화하는 솔루션으로 제시됐다. 독일 수소전략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생산한 수소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으로 간주하며, EU 에너지장관들도 수소는 탈탄소 달성이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소는 사용범위가 제한적인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다. 꼭 필요한 부분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먼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발전부문을 탈탄소화하고,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다른 부문의 전력화를 확대하며, 마지막으로 전력화가 어려운 부문(산업, 수송 등)에 그린수소를 활용해야 한다. 즉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수소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방망이를 두드릴 때마다 경제, 산업, 에너지, 환경 등 문제가 “뿅” 하고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모두 다 지난하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해결에 이를 수 있는 문제들이다. 불확실성을 낮추고,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글 /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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