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전기요금이 진실을 말하게 하라

밤새 전등이 꺼지지 않는 도시. 우리는 전기에 정당한 가격을 매기고 있을까? ©함께사는길 이성수
 
2020년 12월 17일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전력이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발전연료의 비용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석탄화력발전의 신속한 퇴출비용 등을 지원하는 요목을 추가했고, 전력 저소비 에너지 취약가구를 위한 ‘필수사용 공제제도’ 개선책도 담았다. 기존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용+연료비 변동비용+기후환경비용+기타)으로 이원화돼 있다. 연료비 변동비용과 기후환경비용이 전력량 요금 안에 숨겨진 형태인 것이다. 개편안은 전력량 요금에 숨겨졌던 연료비 변동비용과 기후환경비용을 분리해 전기요금 고지서에 드러나도록 표기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연료비 변동비용은 전년도의 1년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에서 요금을 내는 달 직전 3개월간의 평균 연료비(실적연료비)를 뺀 비용으로 계산해 이를 매달 전기요금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싸지거나 비싸지게 될 요금에는 1kWh당 ±5원이라는 상하한 제한을 두기로 했다. 또 분기별로 1kWh당 1원 이내의 변동은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단기간 내에 유가가 급상승하는 등 예외적 상황이 생기면 정부가 요금조정을 유보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었다. 
 
한편, 현재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있는 기후환경비용을 분리해 고지서 내에 별도 표기하기로 했다. 즉 신재생에너지의무이행(RPS)비용과 온실가스배출권거래(ETS)비용을 1kWh당 각각 4.5원씩, 0.5원씩 분리 고지하기로 했다. 또한 석탄발전 감축비용을 신설해 1kWh당 0.3원씩 받기로 했다. 그리고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가구당 월 4000원)’는 실제 취약계층인 81만여 가구에게만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는 전기 사용량이 적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취약계층이 아닌 중상위 소득가구(전체의 81%)와 1~2인 가구(전체의 78%)가 혜택을 본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반가구의 할인적용을 2022년 7월에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주택용 계시별 선택요금제도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계절별·시간대별 선택요금제는 산업·일반용 전기 사용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대별 전기사용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미터기(AMI) 보급률이 99% 이상인 제주도에서 2021년 7월부터 시범 시행하고 이후 전국으로 단계적 확대를 한다는 것이다.
 

‘환영하지만 부족’과 ‘탈핵비용 국민전가’ 사이

 
개편안이 나오자 ‘환영하지만 부족하다’와 ‘탈원전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전혀 다른 방향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환영하지만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살펴보면, 이번 개편안이 2011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실시하려 준비했던 연료비 연동제 전기요금 시행안(물가 우려로 시행 포기. 이하 ‘2011 시행안’)보다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1년 시행안’은 연료비 변동을 매달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3개월 단위로 요금을 조정하기로 했다. 또한 ‘2011년 시행안’은 너무 급격한 요금 변화를 막기 위해 연료비를 조정할 수 있는 한계치를 연료비의 50% 수준으로 잡았다. 연료비가 전기요금의 총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 최대 조정비중을 4인 가구 평균 전기요금(약 2만 원)에 적용하면 1만 원이 싸지거나 비싸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서는 월 350kWh를 사용하고 5만5천 원의 요금 내는 4인 가구가 6개월에 최대 1750원이 싸거나 비싼 전기요금을 내게 된다. 연료비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는 조정치를 그만큼 작게 잡은 것이다. ‘2011년 시행안’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만일 연료비가 급변해서 요금을 크게 올리려고 해도 즉시 반영은 어렵다.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나오는 비난도 있다. 개편안 발표 이후 주요 제도언론은 ‘탈원전 청구서, 탈원전 부메랑(『조선일보』, 20202.12.18.)’이라거나 ‘탈원전 비용 소비자에 청구(『중앙일보』, 2020.12.18.)’ 같은 기획기사와 사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개편안이 탈원전 정부가 값싼 핵전기를 외면한 대가를 국민에게 떠안긴 ‘탈핵비용 국민전가’라는 것이다. 비판과 비난 사이, 진실은 현행 전기요금체계 안에 있다. 살펴보자.
 

가격 왜곡과 특혜 할인 얼룩진 전기요금

 
현행 전기요금의 문제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발전연료의 시장가격 변동이 전력판매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1을 보면 발전연료가격, 도매시장 전력거래단가, 소매 전력판매단가가 연동되지 않고 각기 변동돼 왔음을 알 수 있다. 발전연료가격이 하락하자 당연히 도매시장 거래단가도 하락했는데 이상하게 소매 판매단가는 상승(2012~2016년)했다. 반면 발전연료가격이 하락했는데 도매시장의 거래단가는 인상되고 또 그와 반대로 소매 전력판매단가는 하락(2016년)하는 일이 발생했다. “연료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기는커녕 역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박광수, 「에너지정책과 전기요금 합리화 방향」, 2020.9.2.)했던 것이다.
 
 
두 번째로 ‘발전연료가격에 환경오염이나 안전비용이 정당하게 계상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2019년 발전원별 구입단가(원/kWh)를 보면 원자력이 58.39원/kWh으로 가장 저렴하고 석탄이 87.64원/kWh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LNG복합은 119.13원/kWh, 신재생에너지는 174.47원/kWh이었다. 당연히 값싼 원자력과 석탄이 발전연료로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사고를 막을 안전비용을 제대로 원자력 연료가격에 포함시키거나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 피해, 기후위기 조장에 따른 대기환경개선비용 등을 석탄 연료가격에 제대로 포함시켰다면 과연 원자력과 석탄은 저리 값 싼 연료일 수 있을까? 
 
세 번째 용도별로 전력가격이 다른 것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체계는 7개 용도(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를 구별해 각기 다른 가격을 매기고 있다. 2019년 용도별 가격(원/kWh)을 보면 주택용 104.95, 일반용 130.33, 교육용 103.85, 산업용 106.56, 농사용 47.74, 가로등 113.91, 심야 67.38이다. 농사용 전력이 다른 용도보다 크게 싼 걸 알 수 있다. 농업용 전기가격이 워낙 싸다보니 중국산 냉동고추를 수입해 농업용 전기로 말려서 비싼 값에 파는 사업이 커져서 국내 일반 고추 시장의 46%까지 잠식(석광훈, 「합리적 전기요금체계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과제」 토론, 2020.9.1.)한 경우도 생겼다. 
 
마지막으로 특례할인요금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취약계층 전기요금 할인제도인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는 감사원으로부터 수혜를 받은 가구 892만 호 중 대부분이 일반가구(876만 호)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기 사용량이 적은 저소득층의 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의 수혜자 가운데 90% 이상이 충분히 전력가격 지불능력이 있는 일반가구였던 것이다. 에너지 약자 보호를 복지 정책이 아닌 에너지 정책으로 하려다 생긴 문제라 할 것이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이제 시작

 
이상과 같은 전기요금제도의 문제는 결국 ‘원가보다 싼 전력’이라는 ‘웃픈’ 현실을 불러왔다. 전력가격의 원가회수율(총괄원가회수율)은 2014~2017년을 제외하고는 2005년 이후 100 미만이었다. 전기 생산원가는 계속 변하는데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는 경직된 가격 정책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존 전기요금제의 실상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탈원전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제도언론 일각의 주장이 얼마나 맥락 없는 갖다 붙이기인지 보여준다. 
 
‘환영하지만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명백히 사실 위에 있고 진실에 가깝다. 기존 핵발전 비용이 낮았던 것은 안전을 무시한 채 정치적 배려로 형성된 싼값의 연료비용 덕분이었고 석탄화력발전 비용이 낮았던 것 또한 연료비에 기후환경비용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던 덕분이었다. 이런 사실을 상기하면 연료비에 정당한 기후환경비용을 부과하려는 시도를 한 이번 개편안을 두고 ‘전기요금 상승 없이 탈원전 한다더니 약속 위반’이라거나 ‘산업계에 주름살을 지우는 탄소요금 덧붙이기’라는 비난은 ‘정부의 탈핵, 탈석탄 정책의 발목을 잡아 정치적 신인도를 떨어뜨리겠다는 의도 아래 나온 왜곡임을 알 수 있다. 
 
“부족하지만, 에너지 전환의 가장 중요한 기초수단인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작됐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의 발언은 그런 점에서 시사적이다. 전기요금이 에너지의 현실을 말하게 하고 에너지 전환의 지렛대가 돼야 한다. 왜곡된 전기요금은 에너지 전환의 적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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