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금 가장 가까운 두 나라의 풍경



지금 가장 가까운 두 나라의 풍경
311 후쿠시마 대재앙 1년, 한일의 현실

 

311 대재앙 이후 1년, 후쿠시마의 오늘    이상훈   
방사능 안전지대는 없다     이지언   
“우리는 다시 막아낼 것이다!” - 삼척·영덕 신규 원전 반대 주민운동 본격화 안재훈   
핵전기 송전탑이 할아버지를 지웠다 - 765kV 건설 반대운동 과정에서 분신 함께사는길   
또 미뤄진 경주 방폐장 준공, 과연 완공은 될 수 있을까  안재훈   

 

다음 달이면 후쿠시마 311 대재앙 이후 1년이다. 지난 1월 중순 일본에서 열린 탈핵세계대회에 일본의 젊은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다. 침묵의 일본 시민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일본의 변화는 시작됐지만, 한국의 변화는 아직이다.
생활방사능 오염사태가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방사능 아스팔트, 의료방사능의 병원오염에 이어 수입 주방용품과 국산 벽지에서조차 방사능오염이 발견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책임 없다는 변명을 일삼는다. 방사능 안전에는 모르쇠지만 핵시설 건설에는 용감한 정부다. 삼척과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다. 지역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임전태세에 들어갔다. 핵전기를 송전하는 철탑 건설을 반대하던 주민이 분신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지하 자갈밭에 건설하던 경주 방폐장은 이번에도 완공 예정일을 지키지 못하고 공사 연장을 선언했다.


후쿠시마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의 핵 상황은 갈수록 311 후쿠시마 이전의 일본을 닮아간다. 2012년 초 한일 두 나라의 핵 풍향계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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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대재앙 이후 1년
후쿠시마의 오늘
                       
이상훈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실장 energyvisi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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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지점으로부터 20킬로미터 지점의 출입금지선을 알리는 붉은깃발 ⓒ이창현)

 

지금 후쿠시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후쿠시마 주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후쿠시마 핵참사에 마음의 빚을 진 환경활동가들은 후쿠시마란 말만 들어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때 마침 후쿠시마를 직접 가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요코하마 탈핵세계대회 주최 측은 사상 처음으로 외국 환경인사와 언론에 후쿠시마의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장 방문 행사를 조직했다. 일본 환경단체들의 노고 덕분에 후쿠시마의 실상을 직접 보고 들을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을 참가단으로 지칭하겠다).


1월 12일 저녁 5시 15분, 참가단은 도쿄 우에노 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250킬로미터 북쪽에 위치한 후쿠시마 역에 도착했다. 어둑한 거리에 눈발이 날렸다. 다음날 후쿠시마 시의 풍경은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이 등교하느라 오가고 역 주변엔 출근하는 시민들도 북적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기 이전으로 돌아간 듯 보였다. 하지만 지표면에 가까이 가면 방사능계측기의 눈금은 1마이크로시버트를 오르내렸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에서 서북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지만 사람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거기서 그렇게 살고 있었다. 세계 30여 개국에서 온 국제회의 참석자들과 언론인 60여 명의 참가단은 후쿠시마 시에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후쿠시마의 목소리를 듣다
후쿠시마 대학의 탐바 교수가 전반적인 상황을 소개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무고한 피폭을 당했다. 정부 대책이 전무한 탓에 한 달이 넘게 피난도 가지 못하고 주민들은 방사능에 노출됐다. 결국 16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흩어졌다. 다시 거주가 가능한 지역이라도 최소한의 방사능 오염 제거작업에 걸리는 5년 이상 피난살이를 해야 한다. 그 때가 되어도 안전은 장담할 수 없다. 피난처가 분산되어 가족들이 뿔뿔이 헤어진 경우도 많다. 후쿠시마 산 농수산물은 전혀 팔리지 않는다. 피폭당한 아이들의 건강도 불안하다. 다른 도시의 공영아파트로 피난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왕따와 차별을 겪는 경우가 많다. 피난간 아이가 들어간 운동부가 경기에 패하자 다른 아이들이 후쿠시마 출신 아이 때문에 졌다고 비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소식을 들은 그 아이의 어머니가 “후쿠시마 원전은 40년 동안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했는데 이렇게 따돌림을 당해야 하냐?”고 울부짖었다는 얘기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이비 안전신화 위에 세워진 원전 때문에 후쿠시마 현 200만 주민들은 깊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원전 사고 처리와 방사능 오염 실태에 대해 실상을 알리지 않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시민방사능 측정소>를 설립해서 측정을 하고 있다. 마루모리 씨는 “어머니들로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국내외에서 기부를 받아 9개 지점에서 방사능 측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고 건강진단을 해주는 사업도 벌이고 있었다.


<방사능에서 아이를 지키는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요시노 씨는 후쿠시마 시에서 지표면 방사능 수치가 1마이크로시버트인데도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흙을 밟고 있다고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그는 30여 명의 전문가들이 데이터도 없이 지난해 국제회의에서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이 별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차별 받지 않게 해주세요!”
다테 시 임시거주지역으로 이동해 이이다테 마을 대표였던 하세가와 씨의 강연을 들었다. 이이다테 마을은 사고 지점에서 45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지만 바람 때문에 방사능 오염도가 높아져 주민들이 피난을 하게 되었다. 강제피난구역은 사고 지점 반경 20킬로미터 이내이다. 하세가와 씨는 3월 14일 3호기 폭발이 있던 날 방사능 계측을 하는 담당자에게서 시간당 40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온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촌장이 이를 알고도 함구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곧 사람들이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방사능이 냄새도, 맛도, 색깔도 없다 보니 피난이 미루어졌다. 3월 하순에 교토대학 원자력실험소의 이마나카 교수 그룹은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상상할 수 없다.”고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촌장은 계속 데이터 은폐를 시도했다. 4월 30일 하세가와 씨를 비롯한 낙농가들은 폐농을 결정했다. 도축장으로 실려 가는 소를 보고 농부와 아낙들은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하세가와 씨의 친구는 ‘원전만 없었다면’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원전사고로 일할 기력을 잃었다고 했다. 하세가와 씨는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원전을 건설했으니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하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아무 대책도 없었다고 한다. 방사능 오염도가 낮아져 정부와 촌에서 이이다테 마을로 돌아가라고 하면 그는 돌아가서 살 작정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돌아가도 아이들과 4명의 손자는 데려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아이들이 겪을 차별이 가장 큰 걱정이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피폭자들이 겪은 차별이 후쿠시마의 아이들에게 재현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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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출입금지구역 앞에서 선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탈핵세계대회 참가자들 ⓒ이창현)


미나미소마 시에서는 참가자들이 20킬로미터 출입금지구역까지 접근했다. 다들 긴장했고 일부는 마스크도 착용했지만 바다가 가까운 탓에 먼 육지보다 오히려 방사능 수치가 낮게 나왔다. 사고 후 젊은이와 아이들이 떠나서 미나미소마 시 인구는 7만 명에서 4만 명으로 줄었다. 떠나갈 곳이 없어 계속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은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와서 마을이 부흥하길 기원하며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작업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실천마을 만들기>, <안심안전 프로젝트> 같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정부와 도쿄전력의 무책임하고 무력한 대응 때문에 후쿠시마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졌지만 스스로 각성하고 행동에 나선 주민들은 살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비영리단체들이 방사능을 측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정신적 위로를 하고, 방사능 오염정화에 참여하는 등 헌신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개도국이나 해외 난민들을 돕던 일본 단체들, 이라크 방사능 피폭자들을 돕던 일본 의사들이 이제는 해외의 도움까지 구해 후쿠시마 난민들을 돕고 있었다. 버려진 땅 후쿠시마에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본의 탈핵이 시작되었다
1월 14일, 15일 이틀간 요코하마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최초의 ‘탈핵세계대회’는 거대한 감동과 희망의 퍼포먼스였다. 2000엔의 입장료를 내고 이틀간 1만1500명이 입장했다. 독일·미국·덴마크·프랑스·한국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온 연사들의 발표도 흥미롭고 유익했지만 100여 미터나 되는 줄에서 기다렸다가 거대한 회의장을 가득 메우고 장시간 경청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던 시민들의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과거 일본의 반핵운동이 중장년과 주민만의 외로운 활동이었다면 이번 국제회의장은 젊은 신세대 커플과 어린아이를 업거나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들도 가득했다. 젊은 세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회의장 곳곳에 세워진 부스에선 수십여 개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핵 없는 사회를 다짐하고, 모임을 만들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작은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명실상부한 세계회의를  빈틈없이 완벽하게 치루면서 조화롭게 거대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정말 일본에서 탈핵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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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세계대회 대회의장 세미나를 들으려고 긴 줄을 선 시민들. 일본의 젊은 세대가 탈핵행동을 시작했다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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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안전지대는 없다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leej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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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아스팔트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주택가 도로에서 걷어낸 아스팔트의 처리를 놓고 관계 기관들이 두 달 넘도록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벽지와 주방용품을 비롯한 물품에서도 방사능 오염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제껏 자신이 핵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다고만 여겨왔던 시민들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방사능이 일상에 침투해왔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고구마줄기처럼 드러나는 생활방사능 오염실태
주변의 사소한 것들까지 의심하게 된 시민들로 방사능 방호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에 검사를 요구하는 민원이 최근 급증했다. 시료 분석결과를 받아보려면 이제 일주일이 아닌 한 달을 족히 기다려야 한다. 주로 화학물질 사고를 다루던 소방서 특수구조대도 전례 없는 방사능 신고를 처리하느라 분주해졌다. 기업도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에서 판매한 주방용 접시꽂이 제품에서 고농도 방사능이 검출되자, 매장측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전량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133개의 해당 상품은 이미 소비자에게 판매된 후였다.


연이은 사례에서 드러나듯, 방사능 오염은 검사를 하면 할수록 목록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일상생활 속에서 방사능에 많이 노출돼왔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을 감지하는 계측기를 일반 시민들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간과되던 생활 방사능 문제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셈이다.


정부는 시민과 환경단체의 자발적 방사능 감시활동에 대해 긴장하는 한편, 관련 제도와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은 핵발전소나 방사선 관련 산업에 의한 방사능만을 규정하던 기존 법규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직업적으로 우주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는 항공 승무원의 피폭량이나 우라늄, 토륨과 같은 자연 방사성물질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가능해진다. 다만 법규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세부 시행규칙이나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지난해 12월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생활 주변에서 인공방사선이 나타난 경우 신고나 처리 절차를 담은 ‘생활주변 방사선 검출 시 처리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제외한 누구도 함부로 방사능에 대한 측정결과를 공개하거나 인체영향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유는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오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노원구 사례를 염두에 두고 “일부 자치단체가 도로에서 방사선이 검출되었을 때 전문기관의 측정·분석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조치하여 혼선을 초래”했다면서 “관할기관의 처리절차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규정했다.”고 밝혔다.


방사능 검사에 대한 발표에서부터 후속 처리까지 오직 원자력안전위원회만이 공식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와 방사능 방호기관으로서는 시민들로부터의 방사능 제보에 의존하는 한편, 간이 계측기가 보편화되면서 방사능 정보에 대한 기존의 독점적 통제가 점차 약화된다는 사실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 대형마트의 주방용품에서 방사능이 나온 것과 관련해, 조건우 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규제단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제품에서도 이제 국민들이 방사능 측정을 하고 다니면 (방사능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부인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월 3일 생활방사능오염신고센터를 개설했다. 2주 동안에만 시민들로부터 35건의 제보를 접수했고, 매일 시료를 담은 우편물이 배송되고 있다. 일부는 자신이 구매한 벽지를 직접 들고 사무실을 찾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자연방사성물질도 방사선을 내뿜는다는 점에서 인공방사성물질과 마찬가지로 위험하고,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능 통제력 없는 정부의 무능력
무엇보다 정부를 향한 낮은 신뢰가 시민들을 자발적인 방사능 측정활동에 직접 나서게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모든 방사능 제보에 대해 기준치 이하라며 “안전하다.”는 결론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체적 피폭량을 고려한다면, 미량의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1950년대 이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수많은 핵실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비롯해 핵발전소에서 유출된 대량의 방사성물질로 인류의 피폭량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토양이나 우주에서 비롯된 자연방사선이나 개인마다 선택하는 의료용 방사선으로부터 한국인이 받는 피폭량은 평균 3.7밀리시버트(mSv)에 이른다. 만약 항공여행이나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더 자주 받는 사람이라면 피폭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도로나 건축물, 그리고 온갖 제품에도 방사능이 검출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피폭량은 ‘미량’일 수 있다. 하지만 개별 피폭량을 모두 합산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체적 피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나의 방사능 오염 사례에 대해서만 건강영향을 다루면 과소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정부가 방사능 위험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데 무능력하다는 점도 심각하다. 일단 “안전하다.”는 결론을 발표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능 오염에 대해 주민이 불안해하든 환경단체가 우려를 제기하든 아무런 후속조치를 내놓지 않는다.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능 정보에 생소한 기자들의 물음에 간단히 답변하는 것으로 소동을 마무리할 뿐이다. 노원구 월계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자신의 집 앞 도로에서 방사능이 나왔다는 사실을 관계기관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서 들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안전하다는 정부와 언론의 발표에도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을 안심시키는 역할은 환경단체의 몫이었다.

 

한국 국민의 방사선원별 피폭현황(출처:원자력안전기술원, 2007)

피복분류

집단선량

(man-Sv)

개인평균선량(mSv/yr)

비율(%)

직업상피폭

원자력 및 산업

28.9

0.0006

0.02

의료기관

37.5

0.0008

0.02

소계

79.6

0.0014

0.04

의료상피폭

X선

31.61

0.6596

17.69

핵의학

3,530

0.0735

1.97

소계

35,191

0.7331

19.66

자연방사선

우주선

12,418

0.2587

6.94

지각 감마

45,980

0.9579

25.69

흡입

64,832

1.3507

36.23

음식물

20,474

0.4265

11.44

소계

143,704

2.9938

80.30

합계

178,961

3.7284

100.00


정신적 후유증은 건강영향만큼 심각한 방사능 피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방사능 안전당국은 주민의 불안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체르노빌 사고 20주기를 맞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국제기구가 2005년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 「체르노빌의 유산: 건강, 환경 그리고 사회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구소련 연방 지역에서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 문제보다 정신적 충격, 가난, 삶의 질 저하 문제가 더 심각하다. 보고서는 “사고와 그 이후에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은 개인과 공동체의 습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피해 지역의 주민들은 건강이나 삶의 질에 대한 자기평가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감정을 강하게 갖는다.”고 전하고 있다.

 

 

허술한 방사능 안전체계 손보려는 시민들의 출현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부모들이 공유하는 태도다. 더러는 사비를 털어 고가의 계측기를 구입하기도 한다. 막연한 불안에 갇혀있거나 정부의 대응을 기다리는 대신 적극적으로 자신과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방사선 과학은 더 이상 소수의 관료나 전문가에 의해 독점되지 않고 대중 사이에서 질문되고 토론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막 발걸음을 뗀 방사능 감시운동은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방사능 감시단체인 <방사선연구소(CRIIRAD)>는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1986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사고지점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방사능으로부터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프랑스 정부에 맞서 <방사선연구소>는 프랑스 전역에 대한 방사능 지도를 제작해 발표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현지에 조사팀을 파견하기도 한 <방사선연구소>는 한국의 방사능 감시체계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기도 했다. 일본에서 유입된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3월말부터 4월초였다. 방사성 요오드131의 경우 대부분 기체형태로 존재하는데, 국내 측정소는 공기 부유물이나 빗물 형태만 감지하는 미세입자 필터를 사용했다. <방사선연구소>가 프랑스에서 기체 형태의 방사성물질까지 포착하는 활성탄 필터로 측정해 분석한 결과, 공기 중 요오드의 70~89퍼센트가 기체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환경운동연합은 국내 12개 지점에서 측정되는 방사능의 농도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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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검출된 D사 벽지)


정부는 지난해 제4차 원자력진흥계획에서 핵발전소와 방사선 산업을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더 많은 핵발전소는 더 많은 핵물질, 따라서 더 많은 방사능 유출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방사선 관련 산업의 확대도 마찬가지다. 허술한 기존의 안전체계를 전제한 정부의 청사진이 과연 실현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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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막아낼 것이다!”
삼척·영덕 신규 원전 반대 주민운동 본격화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원전비대위 간사 potentia79@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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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주민들은 <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신규 핵발전소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영덕대책위)

 

지난 12월 23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로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일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일대 등 2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동안 울진, 영덕, 삼척 등 지자체가 유치신청서를 접수했고 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한수원의 부지평가 및 선정과정을 통해 영덕과 삼척이 선정된 것이다.


이번 신규핵발전소 후보지 선정은 지난 1982년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삼척, 해남, 장흥, 보성, 고흥, 여천, 신안 울진, 평해 등 9곳을 후보지로 선정한 이후 30년 만에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더구나 십수 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 반대운동에 부닥쳐 1998년 12월 30일 8개 지역, 1999년 12월 8일 1개 지역 등 총 9개 신규 원전 후보지를 모두 해제한 바 있다. 이런 결정을 다시 뒤집기 위한 정부와 핵마피아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핵으로 몸살을 앓았던 삼척과 영덕
삼척과 영덕은 그동안 핵발전소, 핵폐기장 건설 이야기만 나오면 끊임없이 후보로 거론되고 반대운동도 격렬했던 지역이다. 1989년과 2003년 정부가 영덕에 핵폐기장을 세우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자 영덕 주민들은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격렬하게 진행해서 막아낸 바 있다. 삼척 역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핵발전소 후보지 선정에 대한 반대 투쟁을 통해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킨 바 있다. 삼척주민들은 1999년 핵발전소 백지화를 기념해 ‘원전 백지화 기념 공원’에 핵발전소 백지화 기념탑까지 세웠다.


그리고 2005년에는 정부의 부안핵폐기장 추진이 어려워지자 다시 삼척, 영덕 등이 핵폐기장 후보지로 떠올랐다. 삼척에서는 또 다시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 진행되었고, 삼척시의회가 핵폐기장 유치신청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영덕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벌였지만 결국 경주, 군산, 포항과 함께 후보지가 되어 핵폐기장 주민투표까지 진행되었다. 그 결과 경주가 핵폐기장 건설부지로 선정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지역은 핵폐기장, 핵발전소 유치와 반대로 몸살을 앓았다. 지자체와 지방토건토호 세력들은 반대운동에 참여했던 주민들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핵발전소 추진세력들은 끈질겼다. 계속해서 핵발전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진행했고, 지역을 찬성과 반대로 갈라놓아 갈등하게 만들었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실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면서도 쉽게 반대운동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간의 학습결과다. 생계까지 내던지면서 싸웠지만, 국가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아 결국 다시 지역 갈등의 폭탄을 안게 됐다.

 

다시 싸움을 시작하다
작년부터 삼척과 영덕은 각각 <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지역도 그렇고, 전국에서 이 싸움에 주목하고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과 정부는 후쿠시마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핵발전소 확대를 위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 70여개 지역, 종교,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핵없는회를위한공동행동>은 지난 12월 26일 1560여 명이 참여한 신규핵발전소부지선정 반대선언을 시작으로 신규 부지 선정을 폐기하기 위한 싸움에 힘을 모으고 있다. 탈핵을 채택한 정당들도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신규부지 선정을 막아내고 탈핵으로의 정책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종교계도 핵발전확대에 맞서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1월 16일 천주교는 대구, 부산, 안동, 원주 교구가 모여 <동해안탈핵천주교연대>를 출범시켰다. <탈핵교수모임>, <탈핵의사회>, <탈핵변호사모임> 등도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 


한수원의 부지평가선정으로 핵발전소 부지 선정이 공식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수원이 지식경제부에 예정구역 지정을 신청하고 지정고시되는 절차가 남아 있다. 한수원과 정부는 이 절차를 예정대로 올해 12월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과 대선의 결과는 ‘삼척과 영덕의 핵발전소 부지를 확정 짓느냐 아니면 폐기하느냐?’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핵에서 벗어나는 게 대세고 대안이다
정부는 핵발전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로 전력난으로 인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얼마 전 울진 핵발전소 1·3·4호기의 증기발생기 전열관 무더기 균열사태, 고리3호기와 울진1호기의 잇따른 정지사고는 핵 발전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에너지임을 보여주고 있다. 핵발전소는 아주 작은 이유로도 가동이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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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핵발전소 백지화 기념탑을 세우겠다!” 삼척 주민들은 시장을 주민소환하겠다며 4월 총선에서 반핵후보지지, 찬핵후보 탈락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삼척대책위)


게다가 핵발전소가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연한 대처도 힘들다. 전력난을 타개하는 방법은 전력수요관리 및 제대로 된 발전소 점검 및 정비를 통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있다. 진정으로 전력난을 해결하고 싶다면 철저한 전력수요관리와 에너지 효율성 제고, 그리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나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전 세계가 핵 발전을 줄여나가고, 탈핵까지 결정하고 있다. 실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이 탈핵을 결정하였다. 사고 당사국인 일본도 사실상 205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계획을 세웠다. 핵발전소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도 최근 사회당과 녹색당이 24개의 원자로를 폐쇄하는 방안을 통해 프랑스의 핵발전소 의존도를 현재의 75퍼센트에서 오는 2025년까지 50퍼센트로 낮춘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뤘다. 다른 세계 여러 나라들도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기 혹은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만 유독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핵발전소 신규 부지를 선정하는 등 핵발전 확대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한국은 이미 영광, 울진, 고리, 월성에서 21기의 핵발전소를 가동중에 있다. 단위면적당 핵발전소의 밀집도로 보면 이미 한국은 벨기에에 이어 세계 2위의 핵발전소 밀집국가다. 최근 벨기에는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2024년까지 예정대로 13기의 핵발전소가 더 지어진다면 한국은 세계의 최대 밀집국이 될 것이다. 여기에 영덕과 삼척에 8기의 핵발전소가 추가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영원히 핵 발전에 종속되고 말 것이다.


세계가 핵 발전을 포기하고, 탈핵으로 나아가는 것은 단지 핵 발전의 위험, 안전성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체르노빌 사고에 이어 후쿠시마 방사능 재앙을 거치며 핵 발전은 세계 시장에서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다. 반면,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얼마 전 발표한 『2011 세계에너지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에 발전비중에서 재생에너지(15%)가 차지하는 비중이 핵발전(13%)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제 여론조사기관인 <IPSOS>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68퍼센트가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 핵 발전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원하고 있다.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정부는 교체될 것이다.

 

[Interview]

 

삼척핵발전소백지화투쟁위원회 공동대표 박홍표(천주교 도계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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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훈)

 

후보지 선정에 대한 입장은?
한국의 정책이 정말 밀실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민주적인 절차적 정당성 없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원천무효다. 대리서명으로 조작된 주민수용성 99.6퍼센트라는 찬성수치는 말도 안 된다. 실제로 후쿠시마 이후 삼척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찬성은 50퍼센트도 안 된다. 그런 민의가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

 

삼척시민들의 반응은?
핵 발전에 대한 반대여론은 더 높아지고 있다. 김대수 시장을 주민소환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핵발전소 반대 현수막이 걸리고, 후원금도 답지하고 있다. 결국은 시장을 바꾸고, 국회의원, 정당과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천주교가 반대운동에 나선 이유는.
권력, 지방토호세력, 단체장이 연결돼 있고, 시민들은 생계가 달려 있어 나서기가 어렵다. 환경 보존을 생명으로 여기는 종교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 핵 발전은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반대운동 계획은? 
매주 수요일 7시에 미사,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고 총선 이후 주민소환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삼척원전을 백지화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할 예정이다.

 

영덕핵발전소 유치 백지화투쟁위원회 공동대표 손성문(천주교 안동교구 영해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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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훈)

 

우려와 반대에도 한수원이 부지선정을 강행했다.
안타깝다. 사실 핵발전소 종사자들도 핵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겉으로는 표현 못해도 반대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고맙다고 한다. 그분들 역시 우리와 같은 연약한 사람인데 누구보다 발전소 가까이 있으니 방사능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래 근무한 숙련노동자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뭇 생명을 파괴하는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와 한수원 당국이 한심할 뿐이다. 힘없고 약한 시골 지역에만 핵시설을 강요하고 있다. 생산한 핵 전기를 보내는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도 많은 갈등을 일으켜 지역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밀양에서는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던 분이 목숨을 끊고 말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희생해야 할까. 지금 가동중인 원전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추가로 짓겠다는 건 주제넘은 일이다. 당장 멈추어야 한다.

 

영덕지역의 분위기는?
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주민들도 많이 동요하고 있다. 그러나 폐쇄적인 분위기와 얽히고설킨 인맥, 보이지 않는 압력 등으로 주민들은 속내를 표현하길 꺼려한다. 그럼에도 핵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는 건 변함 없다. 영덕군에서도 우리의 저항이 의외로 크고 외부세력이 많이 찾아오는 것에 당황하고 있다. 주민의 동의 없는 핵발전소 건설, 국민의 동의 없는 핵에너지 증대는 불가하다.

 

향후 대응계획은?
현재 영덕군청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주민들을 만나 핵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또한 이웃 포항시에서도 여러 단체들이 연대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계속해서 여러 종교, 사회단체와 연대해 핵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환경연합 회원들에게 전할 말은?
서울시에서 에너지 정책 변화를 통해 핵발전소 한 기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지자체와 정부 당국에서도 그와 같은 의지를 보여준다면 탈핵사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길에서 같은 뜻을 가진 여러분의 도움과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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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기 송전탑이 할아버지를 지웠다
765kV 건설 반대운동 과정에서 분신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지난 1월 16일 20시를 넘긴 시간 밀양 보라마을에서 이치우(74) 옹이 분신했다. 이날 새벽 한국전력이 마을 뒷산에서 765kv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강행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날 새벽에 공사 현장에서 용역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당했다. 노인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마을 주민들은 그가 “내가 죽어야지…!” 하고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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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76만5000볼트 초고압 송전선은 신고리 핵발전단지에서 경남 북부권을 거쳐 북상한 뒤, 강원도에서 경기를 거쳐 서울로 이어진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도시들은 핵전기가 없으면 당장 전력 사용이 불가능하다. 도시에서 쓰는 핵전기를 위해 시골마을들은 희생을 강요당한다. 밀양 보라마을은 밀양의 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청도면을 관통하는 69기의 초대형 송전철탑 건설사업 경로 상의 한 마을이다. 송전탑은 마을의 풍경을 뭉개고, 송전선의 전자파는 주민들의 건강을 뭉갠다. 뭉개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싸워온 7년 세월, 주민들의 삶은 지옥이 되었다.


70세 이상 고령자가 마을의 거반 이상인 마을이 그 세월을 버티고 반대운동을 지속해왔다. 수십 차례의 농성과 집회, 단식농성, 토론회, 상경 노숙투쟁, 그리고 중기계로 무장한 공사장 인부들과 맞서기까지 주민들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모든 실천을 해왔다. <갈등조정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가 갈등 중재에 들어갔지만, 한국전력은 1월 16일 기어이 공사를 강행했다. 새벽 한겨울 추위와 싸워가며 공사장에 올라가 공사 진행을 막던 주민들은 매 맞고 욕 먹으며 쓰러져 갔다. 그 가운데 굴착기를 막아섰던 이치우 할아버지도 있었다.


수도권에서 쓸 핵전기 때문에 왜 밀양의 보라마을 주민들이 저 몹쓸 고통을 겪어야 할까? 우리나라 전력체계는 ‘대용량 발전-원거리 송전체계’다. 이 체계의 핵심이 바로 핵발전소다. 핵발전은 일단 한 기당 발전규모가 100만 킬로와트에 육박하는 거대한 플랜트를 기반으로 한다. 그 입지 또한 냉각수 문제 때문에 해안가가 아니면 들어설 수 없다. 게다가 방사능 위험성 때문에 인구가 고도로 밀집한 수도권 해안에는 건설할 수 없다. 수도권 해안에 건설을 시도한 순간 그 정권은 권력을 잃고 말 테니까. 그래서 희생양은 시골이다.


핵발전소는 해안가 시골마을에 세워지고 거기서 생산된 핵전기는 산간 시골마을을 밟고 선 초대형 철탑들에 걸린 고압송전선을 타고 수도권으로 간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게 핵전기만은 아니다. 핵발전소는 핵폐기물을 발전과정에서 만든다. 이것을 폐기하려면 중저준위와 고준위 사용후핵연료를 처리-사실은 그냥 저냥-하는 처분장이 필요하다. 지금 경주에 동굴을 뚫고 건설중인, 자꾸 완공이 연기되는 방폐장이 중저준위처분장이다. 고준위처분장도 동해안핵클러스터를 만들어 곧 세우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핵전기가 운영되는 사이클이다. 이치우 할아버지는 이 싸이클을 끊기 위해 몸을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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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현장 사진제공 카톨릭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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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치우 님의 명복을 빈다 사진제공 카톨릭뉴스)


<765송전탑 반대 故 이치우 어르신 장례위원회>는 제도개선위원회의 중재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 기어이 참담한 일을 만든 한국전력을 비판하면서, 시민들의 탈핵행동을 촉구했다. 탈핵이 국가정책으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보라마을들의 7년 지옥과 또 다른 이치우 할아버지들의 희생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고인의 영정은 고요히 웃고 있다. 그 웃음이 우리들 굳은 가슴을 치는 경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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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뤄진 경주 방폐장 준공
과연 완공은 될 수 있을까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원전비대위 간사 potentia79@kfem.or.kr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하 방폐공단)은 지난 1월 13일 2012년 말로 예정되어 있던 경주방폐장 준공을 18개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에 완공되어야 할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1차로 6개월 공사기간이 연장되었다. 그리고 다시 30개월 연장되어 2012년 말로 준공이 미뤄졌다. 그런데 방폐공단은 다시 또 공사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애초 30개월짜리 공사가 84개월로 거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30개월 연장될 때 추가된 공사비가 7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비용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공사
방폐공단은 이날 “최근 방폐장 건설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 폐기물을 보관할 인공동굴(사일로) 암반이 당초 설계보다 연약하고 지하수 유입 가능성도 있어 보강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폐공단 스스로 방폐장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서, 공기를 연장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런 공사기간 연장은 토목건설계에서는 선례조차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일이다. 즉, 부지조사부터 설계까지 문제를 눈감은 채,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공사가 진행됐다. 2005년 경주방폐장 찬반 주민투표 당시 환경단체 등은 방폐장 안전성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부지조사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공개되지 않았다. 방폐장으로서 적합한 부지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주민투표가 진행되었고, 가장 중요한 안전성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2009년에야 공개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후보부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방폐장이 들어서기에 적합하지 않은 불량 암반임이 드러났다. 시추조사 결과 불량암반이 59~82퍼센트 이상이었다. 이후 2006년, 2007년 시추와 지하수 유동 등 추가 조사를 벌일 때마다 해당부지는 방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08년 7월, 경주 방폐장 처분시설의 건설과 운영 허가를 내줬다.

 

경주방폐장의 어두운 미래 누가 책임질 것인가
손으로도 부서질 정도의 부실하고 연약한 암반과 하루 2500여 톤 쏟아져 나오는 지하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기를 계속 늦춰가며 땜질식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스스로 인정하듯, 사일로가 결국 물에 잠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을 인정할 수 없는 정부와 방폐물관리공단은 일단 가고보자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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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기된 경주 방폐장 완공, 지역사회의 분노와 국민적 근심을 사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잘못된 길을 계속 갔을 때 반드시 그 후과가 돌아오기 마련이다. 지난 2010년 1월 독일은 니더작센주의 아세 중저준위방폐장에 보관하던 핵폐기물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중저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해온 지 30년만의 일이다. 아세 중저준위방폐장은 1960년 말부터 78년까지 18년 동안 12만6000드럼의 핵폐기물을 저장해왔다. 그런데 지반에 균열이 생기고 지하수가 들어와서 방사성물질 누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폐기물을 모두 이전하는데 10년의 기간과 40억 유로가 들어간다. 우리 돈으로 6조5천억 원이나 되는 돈이다. 애초 건설비용보다 많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10년의 기간 동안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을지도 의문이다. 경주방폐장의 미래가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있는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에, 18개월 공사기간 연장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런 초유의 사건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책임자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더구나 완공도 안 된 방폐장 부지 인수시설에 2000드럼의 중저준위 폐기물을 덜컥 받아놓고 있다. 무능과 무책임의 결정판이다.
부스러질 정도로 연약한 암반에 하루 수천 톤의 지하수가 쏟아지는 경주 방폐장 공사 현장, 돈 낭비 시간 낭비를 멈춰야 한다. 완공이 되어도 그 안에 방폐물을 보관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비용과 안전 모든 면에서 현명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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