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핵발전소 방재대책 점검 ‘우리는 안전한가’

고리핵발전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을 넘어 36년째 가동중에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 이후 주목받고 있는 다른 나라의 해양 사고가 있다. 일본의 아리아케호 침몰사고다. 2009년 11월 13일 새벽에 일어난 아리아케호 침몰사고는 세월호와 유사한 사고였지만 사고 발생부터 구조 요청, 신고와 승객 전원 구조까지 2시간 20분 안에 이루어졌다. 도쿄에서 출발한 아리아케호가 미에현 앞바다에서 왼쪽 선미가 파도에 부딪혀 배가 기울어지자 선장은 신속하게 해상보안청에 알리고, 바로 승객과 승무원에게 상황을 전파한 이후 승무원과 함께 승객의 구명조끼 착용을 도와 갑판 위로 대피시켰다. 평소 선장의 훈련된 선내 대응과 해상보안청의 신속한 구조대책으로 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 일본 재난 전문가들은 사고가 났을 때 선박의 침몰을 전제로 비상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왜 우리나라는 선박이 침몰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매뉴얼을 만들고 훈련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당연한 지적이다. 
 
 

후쿠시마, ‘안전한 핵발전’ 허구의 붕괴

 
그런데 선박사고 구조율 99퍼센트와 자연재난대책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방재대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리아케호 선박사고 때는 선장이 훈련된 매뉴얼에 따라 선내 대응을 신속하게 진행해 참사를 막았지만 원전사고에 대비한 훈련과 방재대책은 없었던 것이다. 일본원자력안전위원회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사고 대비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 방사능방재대책의 근본적인 허점은 실제 대형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 데 있었다.”라고 인정했다. 일본 정부사고조사위원회도 중간•최종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재대책이 ‘무방비의 원자로방재대책’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두 보고서 모두 인정하는 방재대책 실패의 원인으로 여러 개의 원전이 동시에 폭발하는 중대사고를 가정한 방재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방재의 관점에서 실시되었어야 할 많은 대책이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무방비 상태에서 맞이한 핵사고로 방사능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주민들이 피난을 가고 고농도 방사능 오염지역에 주민 대피소가 설치되는 등 주민 대피와 보호조치가 이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주민들은 사지로 내몰렸다. 
 
자연재난 대응은 물론 선박이 침몰하고 열차는 충돌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재난 대책을 수립해온 일본이 유독 원전에서만은 폭발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사고를 전제하지 않았다는 것은 원자력산업의 일본 내 위치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후쿠시마 이전 일본 원자력계와 정부는 원전산업의 부흥을 위해 일본에서는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대형 핵사고에 대비한 방재대책 자체를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핵사고는 아무리 최고의 방재대책을 세운다하더라도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을 복구할 수 없는데다 원전에서 중대 사고가 나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도 소용없다는 본질적 문제가 있지만 방재대책은 피해영향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최악의 장기 지속형 재난

 
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방사능물질은 인간의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고 오로지 과학적 측정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전 사업자와 정부가 방사능 누출 사실을 은폐하고 대피 대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사고지역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1986년 4월 26일 구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정부 당국은 방사능 물질의 누출과 오염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고가 일어난 지 며칠 후인 5월 1일 노동절 행사 때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된 거리 축제에 시민들을 참여하게 하여 죽음의 거리로 내몰았다. 일본 역시 비상시에 대비한 ‘긴급 신속 방사능 영향 예측 네트워크 시스템(SPEEDI)’을 통해 방사능물질의 확산 경로를 예측했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지 않았고 피난 대책에 활용하지도 않았다. 
 
일반 재난과 달리 방사능 재난은 방사능 물질의 특성상 방사능이 일단 환경에 방출되고 나면 제거하는 것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피폭의 영향도 장기적이고 사고 피해의 영향권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구소련은 물론 유럽 전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아직도 원전주변 반경 30킬로미터는 출입금지구역으로 정해져있다. 뉴욕과학아카데미는 이 사고로 98만500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직도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기형아로 살아가거나 암이나 백혈병 등 각종 희귀 질병들로 고통 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 전역도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사고 원전 지역으로부터 25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조차 높은 농도의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면역체계의 손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상계획구역 8킬로미터에서 30킬로미터로 확대

 
그렇다면 23기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고에 대비한 방사능 방재대책이 세워져 있는가?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시설에서 방사선 비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구역으로 원전으로부터 반경 3~5킬로미터 구역을 예방적 보호조치구역(PAZ)으로 정하고 5~30킬로미터 구역을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UPZ)으로 구분해 지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300킬로미터 구역까지 식품제한계획구역으로 지정하도록 구분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원전 반경 8~10킬로미터로 지정했다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30킬로미터로 확대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비상계획구역이 8~10킬로미터로 되어있었는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2012년, 20킬로미터 확대)과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2013년, 30킬로미터 확대)이 각각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도 비상계획구역을 세분화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와 사회적 여론을 반영하여 비상계획구역 확대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획구역을 30킬로미터로 확대하는 「원자력시설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이 통과되었다. 
 
국회가 비상계획구역의 범위를 예방적 보호조치구역(3~5킬로미터)과 긴급보호조치구역(20~30킬로미터)로 구분하여 지정하는 법률을 통과했기 때문에 앞으로 원자력 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자체와 협의해서 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하고 원안위의 승인을 거쳐 비상계획구역을 재설정하게 된다. 현행법에는 원자력사업자가 지자체와 협의해서 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하고 원안위가 이를 승인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을 바탕으로 앞으로 원자력사업자는 광역지자체와 협의하여 비상계획구역 승인을 신청하고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지자체 협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 5월에나 비상계획구역이 설정될 예정이다. 
 
원안위는 비상계획구역의 재설정과 더불어 방재훈련 및 교육, 대피 대책 등 구체적 방재대책도 세워야 한다.   
 
 

구멍 숭숭 현실감 없는 방재 대책

 
우리나라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방사선 비상 혹은 방사능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민보호 등을 위해 비상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어서 국가가 정하는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방사선 비상의 종류는 백색비상, 청색비상, 적색비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백색비상은 방사성물질 누출의 영향이 원자력시설 건물 내로 국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태를 말하고 청색비상은 원자력시설 부지 내에 국한될 것으로 예측되는 사태, 적색비상은 방사성물질의 누출로 인한 영향이 원자력 시절 부지 밖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비상사태로 구분하고 있다. 
 
예방적 보호조치구역은 적색비상이 발령했을 때 즉시 주민 소개를 시키는 구역을 말하는 것이다. 나머지 30킬로미터 내는 방사능영향평가 또는 환경감시결과를 바탕으로 구호와 대피 등 주민에 대한 긴급보호조치를 정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는 원전 반경 8~10킬로미터 구역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지정해두었지만 방재훈련이나 교육, 중대사고 시에 대비한 대피소나 대피 경로, 방재 예산 및 인력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방재대책이 없다. 고리원전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340만이 밀집하여 살고 있는데 구호소의 수용규모는 고사하고 대피 경로, 교통수단 확보 등 구체적 방재 대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반경 20킬로미터 내에는 인구 7만여 명이 거주했는데도 사고 당시 대피하려는 주민들로 인해 대규모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월성핵발전소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경주시 양산면 나아리 마을회관에 설치된 주민방호장비 보관함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수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고 보고체계

 
원안위가 추진하고 있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개편 대책에도 비상계획구역의 확대 외에 구체적 방재 대책에 있어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원안위는 기존에 원안위 주관으로 5년에 1차례 하던 연합방재훈련을 1년에 1회, 지자체 차원에서 벌이는 종합훈련도 4년에서 2년에 1번으로 바꾸고, 갑상선방호약품 보급범위도 기존 16킬로미터에서 30킬로미터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후쿠시마처럼 원전 다수호기가 폭발하거나 인구밀집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구체적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현행법에서 방사능재난 대응체계는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본부장 원안위원장)와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원안위 사무처장)가 사고 대응을 총괄하되 원전사고 수습은 한수원이 맡고, 사고 분석 및 평가, 방사선영향 예측은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비상진료는 원자력의학원, 주민 대피 및 소개 등 주민보호조치시행은 지자체가 하도록 되어있다. 
 
총괄 책임은 원안위에 있다 하더라도 방사선 영향 예측과 사고 수습을 맡은 한수원과 주민보호조치 책임을 맡은 지자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지역주민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고스란히 방사능 피폭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현재 구조에서는 원전에서 방사선비상사고가 일어날 경우 사업자가 원안위와 지자체 등에 보고하면, 원안위는 안전행정부 등 중앙부처에, 지자체는 지역군•경•소방기관 등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면서 마을 방송망 등을 통해 주민경보방송을 실시하도록 되어있다.
 
방사능 재난 사고는 다른 어떤 재난보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원자력발전은 순식간에 대형사고로 변화할 수 있는데다 방사능 물질이 누출될 경우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피해와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의 보고체계가 원전 사업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방사선 비상사고 때 사업자인 한수원이 즉각적으로 보고를 하고 대응 체계가 꾸려지도록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멜트다운(노심용융) 사고로 이어질 뻔한 대형 방사능누출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적이 있다. 1984년과 88년에 연이어 발생한 월성원전 1호기 냉각재 중수 대량 누출사고, 1996년 영광원전 2호기 냉각재 누출사고, 2002년 울진원전 4호기 1차 냉각수 45톤 누출사고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인 2012년 2월 고리원전 1호기 전원상실 사태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형사고는 사업자에 의해 은폐되었다가 국정감사나 제보 등으로 추후에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에 전적으로 의존한 사고 보고체계는 사고 초기 단계에서 은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30킬로미터 밖의 지역은 대책 전무

 
다음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방사선 확산 예측과 방사선영향평가를 해서 대피 지역을 정하고 이에 따라 지자체가 방송망 등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경보를 하게 되는데, 중대사고로 시스템이 붕괴되었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이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초기 모니터링 시스템이 마비되어 주민피난에 활용되지 못했고 정전사고로 인해 환경감시망은 물론 방송망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에 주민들이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방사능 오염구역에 방치되었다. 
 
지자체가 수립해야할 주민보호조치는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 구호소로 가기 위해 우선적으로 모이는 집결지와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 등으로 지정된 구호소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옥내 대피, 주민의 피난, 교통기관의 수송능력, 소개경로, 대피 장소와 수용능력 등 어느 것 하나 준비된 것이 없다. 
 
후쿠시마 사고 때 고농도 방사능오염지역은 30킬로미터에 국한되지 않았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고농도로 오염된 지역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피난구역을 일부 5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확대했다. 지금도 100킬로미터 내 고농도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이 있으며 25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도 방사능관리구역으로 지정할 만큼 오염지역이다. 원안위는 후쿠시마 교훈을 반영하여 방사능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하나 실제 30킬로미터 이상 지역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지자체는 주민보호조치의 책임을 맡고 있으나 지자체의 대책을 보면 모든 지자체들이 이를 자신의 주요 업무로 여기고 있지 않다. 방사능방재 인력이 지자체당 1~2명(부산은 9명)이 배치되어 있으나 이들 모두 방사능방재업무 전담인력이 아니며, 민방위•화생방 관련 업무•원전주변지원 사업추진 담당자가 방재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구호소도 모두 공공기관 강당 또는 체육관인데다 구호소라는 표시도 되어 있지 않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방재대책에는 대피를 위한 집결지와 대피한 사람들이 집결할 공간인 구호소만 있을 뿐 방사능 피폭을 방지할 방진시설이 설치된 대피소는 없다. 그나마 그 구호소들도 30킬로미터 내 인구를 수용할 공간이 되지 않는다. 
 
 

원안위 방재예산, 1인당 871원꼴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23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나라지만, 원전 개발과 확대에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은 반면 방사능방재대책 예산은 원전 홍보비보다 적다. 2012년 원안위 방재 예산은 약 35억 원으로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내 인구에 적용 시 1인당 약 871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원자력문화재단의 홍보예산은 85억 원으로 2.5배나 많다. 같은 해 한수원은 원전 홍보 비용으로 193억 7300만 원을 지출했지만 방재예산으로는 사업자 지원사업 지원금의 4.6퍼센트에 해당하는 평균 약 25억 원을 매년 집행하고 있다. 지자체의 경우에도 방재와 안전관리, 지역개발 사업 등에 쓰도록 한수원으로부터 받고 있는 지역자원시설세에서 방재예산으로 사용하는 비중은 1퍼센트에 못 미치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부산시와 기장군이 고리원전으로부터 받은 지역자원시설세 약 1570억 원 중에서 방재예산으로 쓰인 돈은 약 25억 원으로 1.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5대 원전국가 중에서 미국, 러시아, 일본 등 3개 국가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4등급 원전사고를 포함하면 4대 국가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까지 일본은 중대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형식적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정해놓고 무방비 상태에서 핵사고를 맞이했다가 대참사로 이어졌다. 평소 자연재난과 일반재난 대응에 대해서는 사회구조적으로 충분한 준비와 대응이 이루어져 있었지만 ‘방사능’이라는 새로운 재난 앞에서는 정부와 전력회사, 지자체 모두 주민을 보호해주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삼아 비상계획구역 확대 법안 통과를 시작으로 기존 방재대책을 무시하고 백지상태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최악의 사태에 대응 가능할 수 있도록 대피훈련 및 방호약품 섭취방법 등에 대한 실질적 훈련 및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비상 대응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소개 경로 및 소개 시간 등을 근거로 한 소개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자발적 대피자까지 포함한 교통수단 확보와 수송방법 등도 준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사업자, 지자체는 방재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지자체별 방재전담부서 및 인력구축을 의무화하고 국가 차원의 방사능 재난 예방 및 방재대책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상설 방재전담기구를 신설해서 시민사회와 함께 방재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처럼 원전 운영허가 때 규제조건을 강화해서 방재대책 수립을 강제해야 한다. 미국 NRC는 원자로 운영허가를 내주기 전에 방사능사고 시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할 능력이 적절히 보장되는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판단한 후에 허가를 내준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사고 시 피난 대책과 방재대책 확보방안을 제시하도록 원전 재가동 허가 기준을 강화했다.  
 
 

최악의 사고 전제로 

방재대책 세워야

 
세월호 참사 때 수십 명의 학생을 구하고 자신도 탈출한 사람은 건축설비기술자다. 평소 안전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선내 방송만 믿지 않고 스스로 갑판으로 나와서 비상시에 적절한 대책을 강구했다. 평소 방재훈련과 사고에 대비한 대책이 준비되어 있을 때만이 만약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규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방재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평소 원전안전과 국가 재난 대책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잖아도 원전비리로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 한수원과 정부를 믿고 대피계획을 따라 줄 주민들도 없을 것이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방사선 비상사고가 일어나면 방사능 재난 피해는 물론 정부 발표와 대책에 대한 불신 때문에 대참사를 불러올 것이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사고 시 방사능물질 확산예측 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최고의 방재대책은 평소 원전 운영에 관련된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그것에 기반을 둔 훈련과 교육으로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의 방재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원전이 있는 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시민사회와 함께 현실적 출구전략과 방사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재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 kimhj@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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