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핵폐기물은 어쩔 것인가

오랜 진통 끝에 건설된 경주 중저준위방사능폐기물 처분시설. 아직 고준위방사능폐기물을 처분할 시설은 없다  ⓒ한국환경공단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의 충격으로 국민들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와 2013년 원전비리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해했다. 마침 에너지 전환을 정책 방향으로 삼는 정부가 들어섰지만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와 관련된 공론화의 과정에서 보듯 원자력에 대한 국가정책 방향은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정부에서 고준위 사용후핵연료의 기본방향에 대한 의견수렴, 소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진행했지만 제대로 결말을 맺지 못했다. 헌데 이번 정부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재검토 없이 지난 정부의 공론화에 대한 실무 조직을 구성했다.
 

원전의 필연적 산물, 핵폐기물

 
원자력이라는 산업이나 연구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폐기물의 처리, 처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건설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않았다. 원전의 경우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저장 수조를 만들어 원전 가동 후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해오고 있다. 원전 가동으로 수많은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했고 임시수조 저장 공간은 포화가 임박했다. 몇 년 안에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 포화로 발전소 가동이 제한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왜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 연구 체계의 낙관적인 사고와 무책임성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중저준위 처분장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허비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 하다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포화가 임박한 마지막 시점까지 문제를 끌고 왔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투자와 준비를 꾸준히 했어야 함에도 당장 국민들의 관심이 없다는 이유와 비용의 절감, 정책 판단의 실수, 전문성의 부족 등으로 게을리한 결과다. 또 현재는 미해결 상태지만 후에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숙제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에너지 생산이라는 이익이 있지만 또 한 편으로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그 이유는 바로 방사성 물질이라는 위협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원자력 발전의 방사성 물질이라고 하면 원자력 관련 사고들과 함께 짧은 시간에 원자로 관련 방사성 물질의 폭발 및 방출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고가 아닌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원자로에서도 소량이지만 방사성 폐기물이 기체 및 액체의 형태로 끊임없이 방출되고 있고 발생하는 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의 양도 엄청나다. 
 

포화 임박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수조

 
도쿄 전력의 후쿠시마 다이이치 핵발전소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 우리나라 역시 사용후핵연료를 해당 핵발전소 부지 내 지하수조에 보관중이다 ⓒIAEA
 
원자로의 핵연료는 사용 후에도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는데 가동하는 원자로 핵연료의 수십 배가 넘는 양의 사용후핵연료가 임시 저장 수조에 저장되어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가 여실히 보여줬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수로형 원자력발전소가 대부분인데 다량의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안 수조에 저장되어 있다.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하기 위해 전기로 냉각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데 만약 지진, 해일 등의 사고로 냉각시스템 전원이 차단된다면 불과 2~3일 안에 원자로 내에 있는 양의 수십 배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는 격납건물도 없어 그 피해 규모는 상상조차 힘들다.  
 
현재 기술적으로 알려진 사용후핵연료의 가장 안전한 보관 방법은 자연계에서 가장 안전한 열 제거 물질인 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계, 경제성의 문제로 사용후핵연료를 제한된 공간에 집중적으로 보관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중대사고의 시나리오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는 원전의 설계수명 이내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만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비용과 운전 제한 때문에 저장수조의 확장은 쉽지 않다. 때문에 현재 사업자인 한수원은 공론화 대상의 일부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수조 밖 건식저장을 추진하고 있다. 포화 예정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수조 밖으로 꺼내 분리된 용기에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원전을 계속 운전할 수 있고 현재의 임시 수조 안에 보관된 다량의 사용후핵연료 밀집에 따른 사고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지만 초기 발전소의 안전성 측면에서의 손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원전 지역 주민들이나 국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만약 사용후핵연료로 저장수조 초기 설계에서 계획된 저장량을 조밀하게 저장하는 방식이 안전성을 크게 위협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주었다면 현재 추진하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에 대한 동의를 쉽게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선 직후 한빛원전 지역인 영광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사용후핵연료 관련 문제를 정부와 사업자에게 공식적으로 협의 요청한 적이 있으나 아쉽게도 정부와 사업자가 이에 응하지 않아 기회를 놓쳐버리기도 했다. 
 

핵폐기물에 대한 인식 부족과 도덕적 해이

 
핵폐기물이 대전 한국원자력 연구원에서  경주방폐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성 문제도 사용후핵연료 관련 문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2017년 드러난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의 관리 실태가 대표적이다. 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매립하고 소각한 사실이 드러났고 시민들의 점검과정에서 원자력연구원의 방폐물 관리 시스템 문제와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원전에서도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산학연관의 허술한 설계와 규제, 투자의 미비로 인한 시설의 노후화,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점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비록 상대적으로 낮은 방사능의 폐기물일지라도 직접적으로 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원전 지역마다 수만 개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임시 개념으로 건조된 저장고에 가득하고, 심지어 대도시인 대전시 인구 밀집지역 부근에 고리원전에 이어 다량의 방사성 폐기물이 저장되어 있으며 보유폐기물 저감에 대한 시민과의 약속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경주 방폐장으로 보낸 방사성폐기물 드럼의 분석 오류가 드러났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 폐기물을 방폐장에 넘기기 전 핵종분석을 통해 폐기물 안에 어떤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고 얼마나 들어있는지 검사하는데 이에 대한 분석을 잘못하고 폐기물을 처분장에 반입했다. 처분장의 설계는 방사성폐기물의 양과 전체 방사능의 총합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전체 방사능량을 직접 측정할 수 없어 반입되기 전 폐기물의 방사능량을 간접적으로 측정하거나 대표 측정값을 적용하여 지하처분장으로 이송하는데 원자력연구원이 최근 처분한 총 2600드럼 분석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경주 방폐장에 원자력발전소 폐기물 1만 드럼 이상이 처분되었는데 이 또한 잘못 분석되어 결과적으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처분된 폐기물 모두가 불법적으로 처분된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우리나라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체계의 기본이 무너짐과 동시에 연구기관, 원전 사업자, 규제기관, 처분 기관이 동시에 그 무능을 나타낸 상황이다. 원자력의 안전은 방사능의 분석이 그 기술적 기초임을 감안하면 안전체계의 기본이 무너진 것이다. 원자력 및 방사선 안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측정/분석 체계에 대한 신뢰성과 기능, 제도의 확보가 시급히 필요하다. 
 

현 세대의 의무

 
원전 부지 안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핵폐기물에 해당한다. 영구 처분장에 대한  계획 없이 해당 부지에 추가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지역 반발이 거세다.  사진은 2018년 8월 27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울산시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울산환경운동연합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경주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건설되었지만 운영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안전 현안과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경주 방폐장의 해수 유입 문제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교훈 삼아 사용후핵연료의 공론화를 진행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최대 10만 년의 안전성을 보장해야할 시설에 대한 법률적인 규제 요건이 완비되지 않았고, 처분장의 입지에 따른 여러 환경들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도 미비된 상황에서 2017년 6월 기본계획이 제시되었고 이를 기본으로 모든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약 64조 원의 비용으로 지하에 처분장을 건설함을 전제로 기본계획이 작성되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처분 방식에 대해 어떤 결정도 없었는데 지하처분을 결정하고, 처분장 지을 장소에 대한 기초 지식도 없이 64조 원으로 건설 운영을 하려고 한다면 이는 이 비용으로 답을 정해놓고 하는 관행일 뿐이다. 
 
우리보다 먼저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연구를 수행한 미국, 스웨덴, 프랑스, 일본 등도 이에 대한 연구가 아직 진행중이다. 최근 이미 부지까지 선정하고 심지층처분을 결정하였던 스웨덴은 그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우리가 결정하려는 공론화가 기술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이다. 또한 미래의 후손들에게 부담을 넘겨주지 않는다는 원자력의 기본 전제에 어긋난 일이다. 
 
무엇을 위한 공론행위를 하려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한다. 다음세대에서 건설하기로 계획된 처분장의 형태, 지질/환경/사회 자료, 공학적 기술의 발전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공론화를 통해서 이 모두를 결정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연구, 정보, 경험을 전수하고 무엇보다도 충분한 비용을 넘겨주는 것이 현세의 의무일 것이며 모든 가치의 중심에 책임 있는 안전을 두어야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한다.
 
 
글 / 한병섭 원자력공학 박사, (사)원자력안전방재연구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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