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COP21 현장] “우리 미래를 담보로 도박하지 말라”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2주간 프랑스 파리에서 21차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다. 국제 사회가 합의한 지구온도 상승은 산업혁명 대비 섭씨 2도씨다. 이 이상으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전 세계는 파국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하지만 교토의정서 이후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 체계가 거의 전무한데다 오히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진다면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때문에 21차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2주일로 평가받고 있다. 총회가 진행되는 파리에는 각국 정상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이 모여 정의롭고 책임 있는 자세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도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코뷰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2주일 동안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곳 현장 소식을 전한다.

기후 정의를 외치는 지구의 벗과 전 세계 청년들. 이들은 선진국들이 역사적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Young FoEE
 
첫날 있었던 선진국 정상의 연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작 실제 협상 대표단들의 입장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남아공의 기후 대사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과 미국 협상 대표단의 의견이 일치하기를 바라며, 공허한 말로 끝나지 않으려면 협상의 진전을 지지하는 입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G77+중국)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공화당 다수의 의회 반대를 우회하기 위해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속력 있고 공평하고 야심찬 합의

 
회의장 밖에서는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담보로 도박을 벌이는 ‘지도자’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선진국이 기후를 얼마나 불공평하게 망쳤는지를 인지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속력 있고, 공평하고, 야심 찬 합의”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이 아닌 과거 누적된 온실가스에 의해 일어났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런 역사적 책임을 계속해서 무시하려고 한다. 이런 인식에 기반을 둔 협상은 “세계 수십 억 젊은 세대에 대한 거짓 약속이며, 우리 미래를 담보로 벌이는 도박”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하겠다”

 
2주 동안의 협상이 막 시작된 시점에서, 리더십은 선진국이 아닌 오히려 개발도상국이 보여주었다. 아프리카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00기가와트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The African Renewable Energy Initiative)은 아프리카도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는 동시에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있다.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 뿐 아니라 전기 없이 살아가는 6억 명 이상의 인구에게 깨끗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가 이에 응답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억 유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정치인들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 부채를 인정하고 인지하게 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세계가 특히 선진국은 아프리카 대륙에 환경 부채를 지고 있다(올랑드 대통령)” 하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프랑스가 주인공이 됐고 아프리카에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보인다.
 
인도는 태양광 발전을 끌어안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세계는 미래의 전력 공급을 위해서 태양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120여 개 국가들에게 빈곤국가에서의 태양광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태양광연맹(International Solar Alliance)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도가 우선 3000만 달러의 출연을 약속하면서, 공동으로 4억 달러까지 확대하자는 목표를 밝혔다. 인도는 국내적으로 2022년까지 태양광을 100기가와트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번에도, 프랑스가 동참 의사를 밝히며 인도와 함께 1조 달러의 기금 조성을 약속했다.
 

응답하라 한국

 
“핵발전소 OUT, 재생에너지 확대, 영덕 주민투표 인정하라” 현지시각 12월 2일 파리 유네스코 앞에서 한국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함께 캠페인을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
 
“핵발전소 OUT, 재생에너지 확대, 영덕 주민투표 인정하라” 현지시각 12월 2일 파리 유네스코 앞에서 한국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함께 캠페인을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와 같은 소식이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은 가운데(주로 경제지에 소개됐지만) 한국이 개발도상국을 석탄화력발전소 수출 시장으로 바라보던 시각에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한 가운데, 한국 시민사회는 밖에서 한국 정부에 공정하고 책임 있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온실가스의 최대 주범인 산업계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퍼센트 감축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제출”했다는 대통령의 시각이 매우 못마땅한 것 같지만(산업계가 보기엔 ‘허세’에 가까운, 너무 ‘야심 찬’ 목표라서) 다른 관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글 /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활동가 leeje@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