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의 운명이 결정될 2차 에너지기본계획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노무현 정부가 부안 핵폐기장 사태를 겪으면서 종합적인 에너지정책의 필요성을 받아들여 에너지기본법을 2006년 9월에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한 뒤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 전문위원회 회의를 열면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 결과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에 수립되었다. 2030년까지의 장기계획으로 국가 차원의 에너지계획의 방향과 에너지수요, 에너지원별 비중을 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에너지기본법은 에너지법으로, 대통령 산하의 국가에너지위원회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을 하는 지식경제부 산하의 에너지위원회로 격하시켰다.

 

핵발전 확대한 지난 계획

노무현 정부는 부안 핵폐기장 사태를 겪으면서 핵폐기장 문제가 결국은 핵발전소 정책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고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종합적인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자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실 내용은 핵발전소 확대정책으로서 중기 전력수급정책의 확대판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8월에 발표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최종 에너지에서 전기의 비중을 2006년 기준 17.8퍼센트였던 것을 2030년까지 21.3퍼센트까지 끌어올리고, 25퍼센트 안팎이었던 핵발전 설비 비중을 2030년에 41퍼센트로 확대하고, 30퍼센트 안팎인 핵발전량 비중을 59퍼센트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5년이 지난 올해 2차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1차 계획을 바탕으로 2년마다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원전은 계속 건설되었고 매년 한두 기씩 신규 운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거의 사상 최초로(신고리 원전부지는 사실상 기존 고리부지의 확대라고 본다면) 신규원전부지 두 곳도 확보되었다.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대로라면 현재 가동중인 23기의 원전에 건설중인 5기의 원전, 계획중인 6기의 원전, 삼척과 영덕 신규부지의 핵발전에 더해서 추가로 신규원전 부지를 더 선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수명연장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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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2차 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위원회와 에너지법의 위상이 격하되면서 계획에서도 ‘국가’가 빠지고 ‘에너지기본계획’이 되었지만 역할은 다르지 않다. 이번에는 2035년까지의 장기계획을 마련할 차례다. 담당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분과, 원전분과, 전력분과, 신재생에너지분과와 총괄분과를 구성해서 각 15인 내외의 민관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시민단체 활동가 2명씩을 각 분과에 배치시켰다. 이름 그대로 수요분과는 에너지수요를 전망하고 원전분과는 원전 비중을 논의한다. 전력분과는 전력망과 원전을 뺀 나머지 발전원에 대한 논의를 하며 신재생에너지분과는 신재생에너지원의 비중을, 총괄분과는 각 분과에서 논의된 사항을 종합해서 에너지기본계획의 방향과 에너지 시나리오를 짜는 역할을 맡았다. 

비록 한 분과에 두 명의 소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달리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한데서는 한 발 나아간 것이다. 심지어는 형식적인 전문위원회를 두면서 국책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만을 받아보았던 노무현 정부 당시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보다도 한 발 나아간 ‘워킹그룹’ 구성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약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어서 시민단체를 들러리 삼아 기존의 에너지기본계획을 연장하는데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또한, 에너지수요와 공급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분과의 구성에 의아심을 가질만하다. 분과만으로 봤을 경우에는 에너지기본계획이 아니라 전력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1년 에너지수급밸런스를 보면 우리가 쓰는 최종에너지에서 전기는 19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81퍼센트 중에서 산업원료용으로 사용하는 납사 등 22퍼센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산업이나 난방, 수송에 쓰인다. 그런데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건물의 에너지 사용, 수송용 에너지 사용 등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었다. 원전분과도 전력계획이고 신재생에너지분과도 풍력과 태양광 등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논의중이다. 수요분과 역시 전기수요 전망이 중심 논의다. 수송용 에너지의 대부분은 석유로 우리가 쓰는 최종에너지의 17.9퍼센트를 차지한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1인 승용차 차량, 연비 낮은 차량의 제한, 철도망의 확대 등의 논의는 없다. 온통 유리로 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냉난방 에너지를 낭비하는 건물에 대한 규제와 저에너지건축 확대 정책과 그에 따른 수요절감 효과에 대한 논의도 찾아보기 힘들다. 교통과 건축은 국토교통부 관할사항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전력분야만을 담당하다 보니 에너지기본계획이 사실상 절름발이 계획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대통령 산하 국가에너지위원회 당시에도 별도의 사무국을 두지 않아서 당시 지식경제부가 사무국을 맡으면서 전력기본계획에 불과했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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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분명 선택 가능한 영역

결국,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핵심 쟁점은 전력소비를 어떻게 잡을 것이냐와 원전비중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미 지난 2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어서 2027년까지의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4년의 우리나라 1인당 전기소비(1만3900kWh)가 현재 세계 최고 소비국인 미국(1만3394kWh)보다 많다.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를 계속 이어가면서 기형적으로 급증하는 전기소비를 그냥 두겠다는 시장신호이다.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이 전력수요계획을 과연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원전분과에서는 기존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의 핵발전 설비 비중 41퍼센트보다는 당연히 낮춰지겠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상황을 과연 얼마나 반영해서 비중을 낮출지가 관건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의 2027년 발전설비용량을 최대로 잡고 2035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고 전제했을 때 현재 건설중인 원전과 수명연장을 포기하게 되면 원전비중이 7퍼센트가 된다. 2035년까지 수명이 다하는 원전은 고리 1~4호기, 월성 1~4호기, 영광(한빛) 1~4호기, 울진(한울) 1, 2호기로 모두 14기이다. 건설중인 원전 5기(신고리 3, 4호기, 신월성 2호기, 신울진 1, 2호기)를 포함하고 계획중인 원전 6기(신고리 5~8호기, 신울진 3, 4호기)을 포기하고 수명연장을 포기했을 경우에는 원전비중은 12퍼센트가 된다. 하지만 계획중인 원전까지도 다 반영하고 수명연장만 포기했을 경우에는 18퍼센트의 비중이 나온다. 현재의 핵발전 설비비중 25퍼센트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설중인 원전, 계획중인 원전을 모두 포함하고 거기에 더해 삼척, 영덕 등 신규원전 부지의 신규원전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정부와 원자력계는 싼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상 원전은 정치적인 문제다. 우리가 독일보다 전기요금이 싸다고 더 잘 살지는 않지만 전기다소비 산업은 번창하고 있다. 어떤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이지 원전이 문명사회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발전원은 아니다. 국민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방사능 공포,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원전비리를 경험하고도 원전 확대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싼 전기요금을 위해서 원전을 계속하자고 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여러 통로를 통해 원전 비중이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때보다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계획중인 원전 6기까지는 불변이라는 것이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이다. 결국 삼척, 영덕의 신규부지에 들어갈 신규원전을 포기하는 것 정도가 가장 큰 양보라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국전력공사의 주장대로라면 밀양 송전탑이 해결되지 않고는 건설중인 신고리 3, 4호기가 준공될 수 없다. 더군다나 계획중인 원전을 모두 가동하게 되면 울산-부산의 동남부 최대 인구와 산업밀집단지에 총 12기의 원전이 가동될 예정이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방사성물질이 누출된다는 뉴스가 방영됨과 동시에 울산, 부산의 도심은 마비될 것이다. 

 

에너지기본계획이 상위 계획임을 명심해야

산업통상자원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이미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내부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에너지기본계획의 위상과 워킹그룹의 기존의 활동을 무시하는 것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비현실적인 전력수요를 전제로 국제적으로 공언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까지 휴지통에 버려버린 계획으로, 시민단체는 물론 노동계와 지역에서까지 상경해서 공청회를 점거하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제로 하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었다면 애초부터 논의의 장에 같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워킹그룹에서의 논의 또한 이를 전제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에너지기본계획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상위 계획으로, 이번에 세워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향후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원자력계의 밥그릇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이 아니라면 아직 삽도 뜨지 않은 원전 계획을 당연시할 이유가 없다. 

이제 각 분과 논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10월이면 2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이 공개될 것이다. 원전분과에서는 건설중인 원전을 포기하는 것부터 신규 부지를 추가로 더 확장하자는 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과연 정부는 이들 중 어떤 원전비중안으로 좁혀서 초안을 만들게 될까. 초안발표로 2차 에너지기본계획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골방에서 열댓 명의 찬핵, 반핵의 입장을 가진 이들이 치고받고 싸운다고 정책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원전을 확대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민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 처장 yangw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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