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이제 우리도 알거든!

핵발전소? 이제 우리도 알거든!
                      
             
오송이 시민기자 songyi@ournature.org

 

옛날에 아르키메데스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당시 그리스의 지식인들이 그렇듯 기술자이자 물리학자이고 수학자였다. 그는 지렛대의 원리를 발견해낸 끝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한손가락으로 가뜬히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가 죽기 전까지 실제로 지구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정말 길고 튼튼한 막대만 있다면 그리고 아주 튼튼한 받침대만 있다면 계산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한손가락으로 가뜬히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이 지구의 바다를 데울 수 있다고 내가 오늘부터 주장한다고 하면 어떨까? 나는 심지어 계산상으로만, 이론적으로만이 아니라 진짜 덥히고 있는 현장에 데려갈 수도 있다. 경주, 영광, 부산, 울산 앞바다로 말이다. 그곳엔 초당 몇 십 톤씩 뜨거운 바닷물을 쏟아내는 바다를 덥히는 공장, 핵발전소가 있다. 22개나.

 

싸요, 싸. 귤이 만 개에 9900원! 한 개에 1원도 안돼요!
알다시피 온배수다. 전기를 만들면서 어쩔 수 없이 냉각수로 바닷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바다를 데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전기를 만든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왜냐면 핵 발전으로 나오는 에너지의 3분의 1만 전기가 되고 나머지 3분의 2를 바다를 데우는데 쓰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낭비와 비효율이 또 있을까싶다. 아니 첨단을 달린다는 21세기에 이런 ‘후진’ 기술이 웬 말인가?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핵 발전이란 게 워낙에 한꺼번에 큰 에너지가 나오니까 그걸 다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껏 핵연료를 반응시켜서 바다에 갖다 버리면서까지 써야 “겨우” 쓸 수 있는 것이라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환상도 생긴 것이다.


만약 홈쇼핑에서 ‘귤이 한 개에 1원도 안돼요!’ 라고 광고를 한다면 이게 웬 횡재인가 싶을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획기적인 구성, 귤이 100개가 든 박스로 100개 구성! 총 만 개나!’라면 선뜻 주문하지 못할 것 이다. 반도 못 먹을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쓰레기 값이 더 들지 않을까?


핵 발전이 경제적이란 이야기도 이와 똑같다. 핵 발전을 하는데 비용이 싸기 때문에 위험하고 쓰레기문제가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싸지 않다.


실제 핵 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은 땅에서 캐내는데 그걸 캐내는 지역은 방사능에 완전히 오염되어있다. 거대한 댐에 우라늄을 정제하고 난 찌꺼기를 가두어두었고 이것이 강으로 흘러들어 물이 오염되고 차폐장치 하나 없이 바깥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공기도 방사능에 오염되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오염시키는 비용뿐만 아니라 다 쓴 원료를 폐기하는 비용, 심지어 연료뿐 아니라 핵발전소 자체도 수명을 다하면 방사능에 오염되어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을 다 합하면 핵 발전은 가스화력, 석탄화력보다 비싸다는 수력보다도 더 비싸다. 복잡한 계산은 다 뒤로하고 후쿠시마사고를 보자. 저걸 다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경제적이란 건 완전한 거짓말이다.


아줌마도 알거든!
하지만, 완벽하게 거짓말로만 이뤄진 전기회사의 팸플릿 앞에서 매일 오늘 반찬은 뭘 해야 같은 값으로 건강하고 맛있게 밥상을 차릴까 고민을 하는 아줌마들은 무기력해진다. 팸플릿에 쓰여 있는 말이 너무 어렵다. 아이 이름을 우라늄으로 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입에 붙을 것 같지가 않다. 전화 국번을 137이라 저장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세슘137은 기억에 남을 것 같지 않다. 이제부터 쓰레기들을 모두 사용 후 음료수, 사용 후 도시락, 사용 후 비닐봉지, 사용 후 맥주병이라 하지 않는 이상 사용 후 핵연료는 틀리지 않고 발음하기 힘들 것 같다. 도대체 세슘이니 핵분열이니 하는 말들은 들어본 것 같은데 정확히 뭔지 한방에 떠오르진 않는다.


영화 『핵발전소, 이제 우리도 알거든!』에서 바로 이런 아줌마가 나온다. 두 아줌마가 채소가게에서 채소가 방사능에 오염되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하면서 ‘그래도 안전하다’ 적힌 전기회사의 팸플릿을 보며 ‘진짜인가요?’라고 물으며 영화는 시작한다.


핵발전소가 깨끗하다는 전기회사의 팸플릿이 어떻게 거짓말인지를, 우라늄 채광장이 있는 호주에서 얼마나 많은 원주민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운송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핵 발전 연료를 재처리하면 또 쓸 수 있다며 이런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이 얼마나 위험하고 경제적이지도 않으며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은지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알려준다. 핵발전소를 지으면 보상금으로 인생이 로또처럼 일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환상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새로 핵발전소를 계속 추가로 짓지 않으면 그 돈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핵발전소가 위험하든 안하든 계속 또 짓게 되는 도박보다 무서운 늪에 빠지게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사람이 병드는 전기를 팝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발전소이야기를 보여준다. 바로 피폭 노동자들이다. 핵발전소의 발전기는 12개월 동안 가동한 뒤에 3개월 정도 정기점검을 하게 되어있는데 바로 이 점검기간에 노동자들이 발전기 안으로 들어가 부품들을 샅샅이 살피고 고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영광에서는 정기점검 중에 사용했던 드라이버를 발전기에 놓고 나와서 고장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핵발전소 노동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실제로 하청이 6단계까지 내려오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이 불분명하다고 한다. 일본에는 이런 핵발전소 노동자들이 2010년 기준 8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보험은 고사하고 계약서도 없이 구두계약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자기 돈을 내고 병원을 가고 있다. 몇 명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어떻게 어디가 아픈지, 치료는 제대로 받고 있는지 통계도 정확히 잡히지 않는 그들(핵발전소 노동자들)이 없다면 핵발전소 운영은 어림도 없다.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을 병들게 하는 전기를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 핵발전소 노동자의 노고에 감사를 하는 건 너무 파렴치한 행동 아닐까?


영화 『핵발전소, 이제 우리도 알거든!』을 통해 우리 관심 밖에서 떨어져 있으려는 핵발전소를 찬찬히 들여다보자. 방사능보다 더 지독한 핵 발전의 실체를 75분 내에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별것도 아니다. 핵발전소는 방사능 뿡뿡 뿜어대는 저효율 보일러일뿐이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살려내자.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핵발전소부지로 선정되어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핵발전소 원료인 우라늄을 대느라 방사능으로 물들어버린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영화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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