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폐로 문제 거품 걷어내고 봐야

고리1호기 폐쇄를 둘러싼 논쟁이 한참이던 올해 상반기, 핵산업계와 일부 지자체의 관심은 ‘원자력해체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 유치 문제로 쏠렸다. 노후 핵발전소 해체 기술과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연구 필요성은 제기되었고, 여러 지자체들이 정부에 연구센터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되었다. 울산 울주군에선 47만 명이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고, 다른 핵발전소 지역에서도 중고등학생까지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범국민적 유치운동이 벌어졌다. 경상북도, 부산시, 울산시가 서로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며 연구센터 유치에 행정력을 쏟고 있다. 
 
폐쇄 결정이 난 고리1호기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원자력해체센터는 황금알 낳는 거위?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연구센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알려졌다. 처음엔 수십조 원 규모로 설명되던 전 세계 핵발전소 해체시장은 350조 원을 넘어 최근엔 1000조 원 규모로 포장되었다. 이 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연구센터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도 함께 따라다녔다. 현재 전 세계에 운영중인 핵발전소 숫자는 440여 기. 정부가 밝힌 우리나라 핵발전소 1기의 해체비용은 6033억 원이다. 그간 탈핵진영이 핵발전소 해체 비용이 너무 적게 잡혀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긴 했으나, 1000조 원 규모의 핵발전소 해체 시장이 열리기에는 너무나 큰 격차이다. 1000조 원의 해체 시장이 열리기 위해서는 전 세계 핵발전소의 숫자가 현재의 2.5배로 늘어나거나 정부의 해체 비용추산이 잘못된 것이지만, 이를 일일이 따져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는 우리나라가 해체시장 선점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수십여 명의 연구진과 1500억 원 예산의 연구센터로 이를 달성하겠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더구나 연구센터 사업이 미래부와 산업부의 이견차로 비용편익분석(B/C) 결과도 도출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업추진 자체가 계속 난관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유치희망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럼 가동을 멈춘 핵발전소를 해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핵발전소는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 때문에 각종 법률로 규제받는 시설이다.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은 물론, 부지선정과 해체 과정까지 모든 것이 법적 규제 사안이다. 폐로(decommissioning)는 운영중이던 핵발전소가 이런 규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폐로가 끝나면 더 이상 위험물질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폐쇄(shutdown), 건물 등을 분해하는 해체(dismantling), 해당 부지가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복원(restoration)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바꿔 말하면 폐로는 이들 과정 전체를 통칭하는 말로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최근 바뀐 원자력안전법은 이들 과정을 해체로 일괄해서 부르고 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핵발전소 폐로 경험이 적었을 때는 다양한 단계를 구분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곤 했는데, 아직 우리는 폐쇄-해체-복원 등을 구분하지 않고 통칭해서 부르고 있다.
 
 

15년에서 60년까지 다양한 해체 기간

 
그럼 본격적으로 핵발전소를 해체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일단 가장 먼저 해체에 들어가게 될 고리1호기를 예로 들어보자. 고리1호기가 가동을 멈추게 되더라도 원자로에 안에 있던 사용후핵연료는 뜨꺼운 열과 방사선을 계속 내뿜게 된다. 원자로에서 바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너무 많은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최소 5~6년 정도는 10미터 깊이의 붕산수 수조에서 열을 식혀야 한다. 정부가 2017년 고리1호기 가동 중단 이후 본격적인 해체는 2022년부터 시작하겠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사이 정부와 한수원이 해야할 첫 번째 일은 고리1호기 해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핵발전소의 해체는 해체 시작 시점에 따라 즉시해체와 지연해체로 나뉜다. 즉시해체는 말 그대로 바로 해체에 돌입하는 경우다. 5~6년 동안 사용후핵연료 냉각이 끝나면 핵연료를 꺼내고 해체작업에 돌입한다. 핵연료 인출 이후 통상 10년 정도의 해체 기간이 걸리게 된다.
 
즉시해체는 15년 안팎의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해체가 끝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핵폐기물과 피폭 노동이 발생한다.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지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소멸되기 때문에 짧은 반감기를 가진 물질은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면 눈에 띄게 감소한다. 예를 들어 30년의 반감기를 갖고 있는 세슘-137의 경우, 30년이 지나면 처음의 50퍼센트, 또다시 30년이 지나 60년이 되면 처음의 25퍼센트로 양이 줄어든다. 방사성 물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보관할 수 있다면 치워야 할 핵폐기물의 양도 줄고, 이것을 치우는 과정에서 생길 피폭 노동의 양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발전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매력적이다. 해체 비용 중 상당부분은 핵폐기물 처분비용이고, 피폭 노동이 줄어들면 인건비나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온 해체 방식이 지연해체이다. 해체를 늦게하면 핵폐기물의 양은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시설물 유지보수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흔히 지연해체 기간은 60년 정도로 잡는다.
 
또한 핵발전사업자 입장에선 1기씩 일일이 해체작업을 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2기, 혹은 이 그 이상을 묶어서 해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1979년 노심용융사고가 일어난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의 경우, 사고가 일어난 2호기는 즉각 폐쇄되었지만, 아직 해체 과정엔 들어가지 않았다. 사고 직후 7년에 걸쳐 녹은 핵연료를 제거하는 작업은 완료했다. 하지만 스리마일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엑셀론 뉴클리어 사는 현재 운영중인 스리마일 1호기의 운영 허가기간이 끝나는 2034년 이후 1, 2호기를 함께 해체할 계획이다. 어차피 1호기도 해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최소한의 인력만 투입해서 유지 보수한 이후 해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일단 고리1호기의 경우, 즉시 해체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외국의 경우 각 발전소마다 해체 계획은 다르기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 즉시해체를 진행할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는 한 지역에 최소 6기 이상의 핵발전소가 운영중이기 때문에 여러 기의 핵발전소를 모을 가능성은 항상 있다. 참고로 고리1호기가 있는 고리-신고리 지역의 경우, 고리4호기의 설계수명은 2025년에 끝나고 인접한 신고리 1, 2호기는 각각 2050년과 2051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그리고 아직 건설중인 신고리 3, 4호기는 설계수명이 60년이라 2070년대 중반에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성물질의 반감기, 경제성, 해체 효율과 이를 둘러싼 지역주민간의 갈등 요소는 남아 있다. 어떤 기계이든 가동을 멈추었으면 빨리 해체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겠지만, 핵발전소에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리1호기 폐쇄 결정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일 뿐이다 ⓒIAEA
 

가장 골치 아픈 사용후핵연료와 핵폐기물

 
해체 시기 다음 문제는 핵폐기물 문제다. 경주에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건설되었지만, 여기에는 운영중에 나온 필터와 장갑, 옷, 작은 부품만 처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물 몇 층 높이 규모의 증기발생기나 방사선 준위가 높은 중준위 핵폐기물은 경주에 처분할 수 없다. 그럼 이들 폐기물은 어디에 보관해야 할 것인가?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그동안 노후 핵발전소를 유지보수하면서 나온 중대형 핵폐기물은 모두 핵발전소 부지 내에 별도 건물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해체가 되면 핵폐기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쓸 수 없다. 결국 기존 규정을 바꿔 경주 핵폐기장에 처분하거나 중대형 핵폐기물을 위한 별도의 장소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까지 핵폐기물을 옮기기 위한 장비와 방법이 또다시 사회적 논쟁이 될 것이다.
 
중저준위 핵폐기물에 이어 남은 문제는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최소 10만 년동안 보관해야하는 특성 때문에 처분 장소와 기술, 운반방법 모든 면에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들이 많다. 고리1호기가 완전히 폐로되어 부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는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최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20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시설과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라고 권고했으나, 이는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렵다고 핵산업계 인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폐로는 건물을 물리적으로 해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법적 규제를 해제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결국 사용후핵연료를 옮기지 않으면 고리1호기의 폐로는 끝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잡고 있는 2030년까지 즉시해체 완료는 건물을 해체하는 것에만 그치고, 인근에 핵폐기물을 쌓아놓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아직 남은 갈등 요인과 지역사회의 독립 문제

 
폐로과정의 어려움을 놓고 보았을 때, 고리1호기 폐쇄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향후 수십 년 동안 고리1호기 폐로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갈등이 나올 것이고 환경적 피해와 안전문제,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문제 등 핵발전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또 다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소가 하나 둘 사라지면서 그동안 핵발전소에 종속되었던 지역사회와 지역경제는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또 다른 차별과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단지 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었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더 치열한 고민과 연구를 통해 우리가 폐로 문제를 살펴봐야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ja@energyjustic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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