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넘어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핵을 넘어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글 장병진 기자 nomad@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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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토요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은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꾸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전국 76개 종교, 생협, 시민사회, 지역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주최한 ‘핵 없는 사회를 원하는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시민 1500여 명이 모여 핵 없는 세상,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외쳤다.
아침 8시 부산에서 출발해 꼬박 6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했다는 안상택(57세) 씨는 자신을 “고리 원자력발전소 옆에 사는 주민”이라 밝히며 “다른 에너지로 대체해도 충분한데 왜 위험한 것으로 에너지를 만드느냐. 핵발전소를 없애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삼척에서 올라왔다는 한 할머니는 삼척시민들은 핵발전소를 반대하며 핵발전소를 추진하는 삼척시장을 소환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혹시나 아들에게 불이익이 갈까 이름 밝히길 꺼려했지만 할머니는 “시민들에 대한 기만이다. 말로만 그린 에너지지 실제로는 레드 에너지, 피의 에너지”라며 단호한 핵발전 반대의사를 밝혔다. 


고압송전탑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밀양주민 서종범(54세) 씨도 청계광장을 찾았다. “핵이 없으면 765kV 고압 송전탑도 필요 없다.”는 그는 “시골에서 실험해 봤는데, 평소 전기료 2만 원 나오던 집이 LED 전구로 교체하자 4000원 밖에 안 나왔다. (청계천 주위에 있는 대기업 사옥들을 가리키며) 저런 대형 건물들 전구만 모두 LED로 바꾸어도 핵발전소 5개는 없어진다.”고 말했다. 고압송전탑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지역은 밀양만이 아니다. 청도에서 고압송전탑과 힘겹게 싸움을 하는 할머니들도 청계광장을 찾았다. 김선자(73세) 할머니의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한전에서 송전탑 짓겠다고 사람들 데리고 와서 때리고 밀치고. 다행히 지금은 좀 잠잠한데 또 언제 그럴지 모르지.”하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힘이 나고 즐겁다.”고 하신다.


핵 없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서울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홍제동에서 두 아이와 함께 행사에 참가한 홍지향(35세) 씨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를 보고 나서야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원전광고가 거짓임을 깨달았다.”며 “너무나 위험해서 다 없애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더 만든다고 하니 황당하다.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전력 사용을 줄이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원전은 없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주 동천동에서 온 백준하(10세) 군은 본인의 몸보다 3배 이상이나 큰 깃발을 들고 청계광장을 지켰다. ‘월성1호기 폐쇄’라 적힌 깃발을 자랑스레 휘날리는 그에게 핵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주 나쁘게 생각한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 대해서는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의 탈핵공약도 이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연대인사에서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해 원전 제로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심상정 후보는 “2013년 탈핵원년을 선포하고, 2040년까지는 핵 없는 대한민국을 완성할 것”을 공약했다.


핵발전소 지역 주민, 송전탑 피해주민, 핵폐기장 지역 주민, 신규 핵발전소 선정 지역 주민들, 그리고 핵 전기를 사용하는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핵 없는 세상, 바람과 태양의 에너지로 움직이는 세상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노후원전 고리1호기·월성1호기 폐쇄 △삼척·영덕 신규 핵발전소 부지 지정고시 백지화 △건설·계획중인 핵발전소 중단 및 원전 확대 정책 철회 △밀양 초고압 765kV 송전탑 건설 중단 △에너지 수요 감축 및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 △가동중 핵발전소 안전규제강화 △일본산 방사능오염식품 수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시민들은 흥겨운 공연과 함께 거리를 행진했다. ‘월성1호기 폐쇄’ ‘송전탑 백지화’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등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이들의 바람을 담은 깃발이 가을바람에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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