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바람으로 켜는 가로등에 벌어진 일

광화문 KT 본사 앞 고장 난 하이브리드 가로등 ©함께사는길 이성수
 
광화문 KT 본사 앞 풍력발전 가로등 주변은 캄캄하다. 야간점등 시간인데도 가로등 불빛은 들어오지 않고 헛바람개비만 돌아갈 뿐이다. 인근의 태양광 가로등 역시 작동을 멈춘 지 오래다.  국회의사당 옆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에는 2009년 설치된 하이브리드 가로등 20여 기가 있지만 고장 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도림천 봉림교 부근의 불 꺼진 태양광 가로등에는 아예 배터리가 보이지 않는다. 애초 이 가로등에 달린 소형 태양광 패널로는 50W LED 램프를 야간에 필요한 시간만큼 계속 켜두기 어렵다. 50W LED 램프를 하루 10시간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필요한 전력량은 하루 500W인데 100W 태양광 패널의 경우 일평균 3.5시간 발전을 해도 하루 발전량이 350W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만이 아니다. 인천 월미도 공원의 하이브리드 가로등 여러 기도 고장 난 채 멈춰서 있다. 
 
‘바람과 햇빛을 이용하는 자가발전 가로등’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민관합작 개발사업 그리고 확산

 
1989~1992년 정부(당시 통상산업부)는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131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가로등’을 개발했다. 연구개발비는 통상산업부와 한전 등 정부와 공공기관, 셋방전지와 LG산전 등 민간기업이 합작투자했다. 이 때 개발된 태양광 가로등 45기가 과천과 서울 일대에 설치된 것은 1995년의 일이었다. 같은 해 정부는 5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조성해 태양광 가로등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전국 지자체에서 국비 지원을 받고 지방정부 예산을 보태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1995년 당시 일반 가로등 1주당 설치비는 100만 원이었지만 태양광 가로등의 설치비용은 거의 3.8~4배에 달했다. 하지만 태양광 가로등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전력계통 연결사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대체에너지 보급을 위한 시민인식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정책 판단 아래 도입이 추진됐다. 정부는 수년간의 시범사업 이후 2002년부터 공식적으로 지자체에 태양광 가로등 설치를 장려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가로등은 전력계통과 연결돼 전력을 주고받는 계통연계형 발전과는 다르다. 규모는 작더라도, 전력계통과 분리된 일종의 독립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인 것이다. 때문에 전력계통(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곳이지만 가로등이 필요한 곳이나 전력계통 연결이 힘든 도심 취약지구의 야간 안전 보장에 좋은 해법이기도 했다. 
 
여의도한강공원의 불 꺼진 하이브리드 가로등 ©함께사는길 이성수
 
태양광 가로등의 핵심 부품은 크게 콘트롤러, 태양광패널과 배터리로 나누어지며 발전, 축전, 방전(점등 전력 공급) 순서로 작동된다. 여기서 콘트롤러는 관리를 담당하는 부품이며 제일 중요한 부품이라 볼 수 있다. 배터리도 중요하다. 배터리는 4~5일까지 부조일수를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전력 저장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축전성능이 오래도록 떨어지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태양광 가로등 보급 초기에는 대부분 납축전지를 배터리로 썼다. 납축전지의 수명은 2년 정도였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그때그때 교체해줘야 한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콘트롤러 또한 고장 가능성이 다른 부품보다 높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부품을 교체하거나 고장을 관리하는 데는 당연히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태양광 가로등 설치 초기에 이러한 관리 특성은 무시되거나 고려되지 않았다. 초기 태양광 가로등 시장은 국산품 개발에 나섰던 대기업이 주도했지만, 곧 시장이 확대되자 중소업체들이 신속하게 유입됐고 이들은 구성부품을 직접 생산하기보다 수입(중국산)하거나 또는 생산업체들로부터 구성부품을 사다가 조립해 납품하는 형태로 사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주요 부품 간의 기계적 상응성이 떨어지거나 부품 자체의 열악성이 두드러진 불량 제품들이 시장에 다수 유입됐다. 또 ‘납품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업자들 사이에서 굳어졌다. 가로등 업무를 맡은 각 지자체들은 일단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한 뒤 이를 관리할 예산이 없었고, 관리에 필요한 지식을 갖춘 담당 직원 또한 없었다. 배터리 수명이 끝나거나 콘트롤러 등 부품 고장으로 불 꺼진 태양광 가로등이 늘어나자 방치하거나 눈치껏 전선을 끌어다 계통에 연계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설치 급급 관리 신경 안 쓴 결과

 
1996~2007년 사이 광주시는 3억2000만 원을 투입해 62주의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했으나 설치한 태양광 가로등 다수가 2007년 가을이 되자 점등되지 않고 방치되는 것들이 20주가 넘었다. ‘배터리 교체비용이 없다.’는 게 당시 광주시의 하소연이었다. 이런 일은 계속해서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2011년 초, 대구시에는 총 71주가 설치돼 있었는데 그 중 31주가 고장으로 불이 켜지지 않았다. 2012년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강변 자전거길이 전국적으로 조성됐다. 춘천 서면과 상중도 부근에 조성된 자전거길에는 182주의 태양광 가로등이 설치됐다. 5년 수명을 기대했으나 습기 많은 수변지역이라 1년 뒤부터 고장 기기가 늘어났다. 2017년 상중도에 설치된 70주 가운데 정상 점등되는 것은 17주에 불과했다. 결국 2017년 말 춘천시는 자전거길 태양광 가로등을 일반 가로등으로 교체했다. 이런 일은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한 지자체 곳곳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했다. 2000년 1~7월 사이 태양광 가로등 조달에 투자된 비용만 1500억~2000억 원에 달하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정부 때에 보급된 규모만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태양광 가로등의 단점인 잦은 콘트롤러 고장, 2년 이하의 짧은 사용 후 방전되는 납축전지의 낮은 성능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오늘날 태양광 가로등은 리튬전지를 이용하는 배터리(납축전지 수명의 2배 이상)의 진화, 내구성과 기능이 향상된 콘트롤러 개발, 풍력과 태양광 겸용 하이브리드형의 일반화, 전력계통과 연계돼 자체 발전한 전기를 전력계통에 보내고 야간에는 전력계통에서 다시 전기를 다시 받아와 점등하는 시스템의 개발 등 독립형 태양광 가로등의 약점을 커버하는 기술 발달이 일어났다. 그래서 최근 설치되는 태양광 가로등들에서는 1~2년 불을 밝히다 고장 난 채 방치되거나 배터리가 방전돼 불 꺼진 장식품이 되는 사례가 대부분 사라졌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현재 태양광 가로등에 사용되는 국산 태양광 패널은 270W이 제일 작은 규격이고 대부분 300W 이상의 제품이 생산된다. 문제는 아직도 지자체에 공급되는 태양광 가로등 사업에 선정된 가로등의 태양광패널에 200W급 이하의 태양광 패널이 공공연히 포함돼 있고 대부분의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일부 태양광 업체가 수입 부품을 사다 시험성적서를 내서 용역을 수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시중에는 이 시험성적조차 못 받은 것들이 넘쳐 난다. 
 
제일 중요한 부품인 콘트롤러도 60% 이상이 중국산 수입품이다. 하이브리드형 가로등은 발전기, 배터리, 태양광패널, 풍력발전기, 콘트롤러로 구성된다. 최근 한 업체가 하이브리드형 가로등 1주당 2300만 원의 단가로 용역을 수주했다. 그 업체는 발전기 블레이드 특허가 있어 우수조달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업체의 태양광 패널은 국내 대기업의 것이고 콘트롤러는 중국산이다. 이 업체뿐만 아니다. 완제품의 90% 부품을 수입해 쓰는 회사들이 단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반면 부품 자체 제작기술과 특허를 가진 국내 중소기업들은 시장의 패배자가 되고 있다. 시장에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런 문제적 현실을 개선하려면 ‘시험성적서, 인증을 받은 국산 부품 위주’로 재생에너지원 기반 가로등 용역사업을 해야 한다. 특히 콘트롤러,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의 경우는 직접 생산하는 업체 위주로 설치사업을 하도록 강력히 유도하는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유지관리 전국 공통규정 만들어 관리 시스템 혁신해야
 
청라국제도시역 주변에 설치된 하이브리드 가로등. 이 가로등의 문제는 먼저 풍황조사 없이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가로등을 설치하였다는 것이고 태양광 패널의 크기도 등을 켜기에는 작은 사이즈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하이브리드 가로등의 경우 대개 발전한 전력을 계통에 보내고 야간 점등 때는 계통에서 전력을 공급받거나 부족한 전력을 계통에서 받는 형태로 만들어 진다. 풍력 블레이드와 태양광 패널의 용량으로 볼 때 독립형으로는 평균 부조일수까지 감당할 전력 생산을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설계 당시부터 계통 연결을 염두에 둔 설치이다
 
재생에너지원 기반 가로등 사업의 더 큰 문제는 설치사업에 제품 스펙 관련 조달 기준만 있을 뿐 설치 이후의 유지보수 관리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문제점에 대응할 정책행동이 있어야 한다. 
 
△신규 설치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 수명 만료 배터리 교체, 이상부품 교체 등 ‘유지보수에 관한 전국 지자체 공통 기준’이 없다. 
△사업에 응찰한 업체의 능력을 검증할 전문지식이 지자체 담당 주무관들에게 없는 경우가 흔하다. 지자체 담당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통합교육이 필요하고, 그 전에 이들이 업무에 활용할 ‘전국 공통의 유지관리 규정’이 필요하다. 
△시간당 50W를 소비하는 LED램프를 태양광 가로등에 달았을 때 최소 200W 이상의 태양광 패널(면적 1.5×1m 또는 최소 08×1.5m)의 사용(국내산 태양광 패널은 현재 270W 이상만 생산되고 있다)이 필요하고 리튬계열 배터리 기준으로 최소 1200Wh 이상의 용량의 배터리를 써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구형 신재생에너지 가로등의 납축전지라면 DC12V 150A 이상의  무게 40kg짜리 2개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납축전지는 수명이 길어야 2년 안팎으로 설치 이후의 많은 비용과 유지보수의 어려움을 만든다.
△ 배터리의 무게가 리튬 배터리 DC24V 50A를 기준으로 해도 약 15kg이다. 하중이 적지만 콘트롤러와 램프 무게도 많이 나간다. 이러한 무게의 부품을 달고 서있어야 하는 등주는 풍압에 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블레이드의 회전 진동이 항시 발생하는 풍력 발전 가로등의 경우 풍압 관리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등주의 구조적 안전성 규정, 설치 후 시간에 따른 구조개선 규정이 필요하지만 전국적으로 통일된 규정이 없다. 당연히 구조개선 실적이 남아 있는 지자체도 없다. 구조개선사업을 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차로의 넓이에 따라 등주의 높이도 높아지고 거기 장착되는 부품의 무게와 부피도 커지므로 섬세한 풍압 규정과 시간에 따른 등주의 약화 가능성에 대비한 구조개선 규정이 ‘전국 공통의 유지관리 규정’ 내에 마련돼야 한다. 
△차후 ‘전국 공통의 유지관리 규정’이 만들어지면 설치가 끝이 아니라 이후 유지관리까지 일정 책임을 지도록 용역 계약을 하도록 표준계약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유지보수 관리의 핵심은 ‘제품을 생산, 판매, 설치한 업체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다. ‘통합적 업체 관리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관리 업체가 설치한 제품이 고장날 경우 AS가 가능해진다. 재생에너지원 기반 가로등 사업은 진입문턱이 낮은 편이어서 영세업체도 진출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시장경쟁에서 도태되기도 쉽다. 설치한 업체가 폐업하더라도 ‘통합적 업체 관리 시스템’에 의해 업체와 제품이 상시 관리를 받게 되면 재생에너지원 기반 가로등의 유지보수가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산업과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장기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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