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4.26 체르노빌까지

체르노빌 30주년 한국의 길을 묻다

 
아직도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르노빌 ⓒMichal Huniewicz
 
국제에너지기구(IAEA)의 원자로 안전설계와 발전소 안전건설 기준은 ‘원자로의 사고확률을 1만 년의 1회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을 받아 핵공학자들은 ‘핵발전소 사고 가능성은 1만 년에 1번 이하’라고 자랑해왔다. 현실은 다르다. 핵발전소 역사 62년 동안 원자로가 녹아내리고 폭발하여 원자로 내부의 방사성물질이 발전소 지역을 벗어나 민간지역까지 피해를 준 대형사고는 3번이나 있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핵발전소가 그런 사고를 냈다. 원자로 노심 절반이 녹아내린  이 사고로 기체성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냉각펌프가 작동돼 더 큰 인명참사로 이어질 사태를 간신히 막았다. 그로부터 10년도 채 되지 않은 1986년, 구소련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핵발전소에서 원자로가 폭발하는 최악의 7등급 사고가 발생했다. 2차 폭발은 원자로 격납콘크리트까지 날려버렸다. 대기 중으로 방사성물질이 비산했다. 사고 후 2주간 방사능물질을 내뿜는 화재가 계속됐다. 전 세계로 방사능낙진이 퍼졌다. 7등급 중대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핵발전소를 쓰나미가 덮쳤다. 물에 젖은 전기계통이 먹통이 됐다. 정전으로 냉각펌프도 작동불능에 빠졌다. 냉각기능을 잃은 원자로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1~4호기에 이르는 원자로들은 노후한 순서대로 노심용융과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대기로 대지로 그리고 바다로 퍼져나갔다. 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배출하면서 사고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체느노빌에 남겨진 인형 ⓒMichal Huniewicz
 
오는 4월 26일은 최초의 7등급 사고인 체르노빌핵발전소 폭발사고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사고의 최대 피해 국가는 사고지 인접국인 벨라루스다. 암 환자가 사고 전보다 74배 증가했고 43만 명에 이르는, 암 환자 발생과 기형아 출생이 줄을 이었다. 체르노빌의 참혹한 피해상황과 방사능낙진의 공포는 전 세계에 탈핵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주지시켰다. 핵산업계, 그리고 이들과 밀착된 원전국가 정부들과 세계의 제도언론들은 세계적인 탈핵 열기를 냉각시킬 긴급한 필요를 절감했다. 그들은 체르노빌 사고를 구소련의 ‘안전장치가 미비한 구형 핵발전소가 일으킨 후진국형 사고’로 규정하고 오히려 ‘구미 선진국 원자로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세계 핵마피아 동맹의 이 전략은 유효했다. 체르노빌 이후 25년간 별다른 대형 핵발전소 사고 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들의 주장은 사실로 굳어졌다.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방사능 연금술의 시대는, 2011년 후쿠시마사고로 종막을 고했다. 사고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독일은 17기에 이르는 핵발전소 폐쇄를 결정하고 8기를 폐쇄하는 등 세계가 탈핵의 길로 대선회했다. 단 몇 나라들이 그 길에서 벗어났다. 한국이 그랬다.
 
후쿠시마, 2011년 3월 77명 여기에 묻히다 ⓒjun Teramoto
 
한국은 후쿠시마사고 이후 오히려 핵발전 확대정책을 강화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근거로 후쿠시마 이후에도 원전수출을 위한 기도를 지속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 정권이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잡은 원전비중 41퍼센트를 29퍼센트로 낮췄다고 자랑했다. 위장이었다. 실제로는 전력수요를 80퍼센트나 늘려 잡고 전 정부 계획보다 더 많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은 현재진행중이다. 
 
2016년 3월 중순, 우리나라 ‘가동중’ 핵발전소는 시험가동중인 신고리3호기를 포함해 총 25기이고 현시점에서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인 핵발전소만 11기다. 지금 수준으로도 세계 최고밀도 핵발전국가다. 박근혜 정부 계획대로라면 미래에는 어떤 나라도 넘볼 수 없는 핵밀집국가가 된다. 그런 미래는 대통령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핵마피아(윤상직 새누리 부산 기장)를 고리핵발전소 지역에 공천하는 정권 내부에 박힌 핵마피아들이 한국 증핵정책의 정치적 실체다. 
 
 
그 어떤 최신 기술로 지어진 핵발전소라도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핵발전소처럼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폭탄이다. 폭발하지 않는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핵발전소는 일상적으로 저선량방사선을 내뿜어 인근 주민들을 갑상선암을 비롯한 암의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시설이다. 4월 13일 20대 총선은 우리나라가 4월 26일 체르노빌의 재래로 갈 것인지 아니면 탈핵의 길로 선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글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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