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명이 암에 걸린 이유 한수원은 답하라

원전 주변에 살던 주민 수백 명이 갑상선 암에 걸렸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얘기가 아니다. 월성, 고리, 한울, 한빛, 대한민국 원전 주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이도 사는 지역도 다르지만 원전 반경 10㎞ 이내에 최소 5년 이상 거주하다 갑상선 암에 걸린 주민들은 물에 젖은 솜 마냥 가라앉는 몸을 매일 밤 알약 하나로 버티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원전 주변 지역 갑상선암 피해 주민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소송 참가 갑상선암 피해 주민만 618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불확실한 피폭선량 계산 

 
1978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26기의 원전이 세워졌다. 부산 기장군과 울주군에 고리원전(8기), 경주시에 월성원전(6기), 영광군에 한빛원전(6기), 울진군에 한울원전(6기)가 있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는 영구적으로 가동이 중단되었지만 나머지 24기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 원전의 운영자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이다. 한수원은 원전 주변 주민들의 암 발병이 원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방사선 피폭선량이다. 원전 주변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량 최대치는 0.015밀리시버트(mSv)로 산정되며,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한 연간 피폭선량 1밀리시버트에도 미치지 않으므로 암 발병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한수원의 주장이다. 한수원은 월성주민이 삼중수소로 한 해 동안 받는 방사선량은 바나나 6개를 먹으면 받는 선량과 같다고 주장한다(『저선량방사선의 인체영향』2019년). 사실일까?
 
아니다. 저 말에는 함정이 있다. 방사선 피폭선량은 측정 수치가 아니라 한수원이 계산한 추정 수치라는 게 그 함정이다. 어떤 수치를 적용해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피폭선량 수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 원전이 가동되면 필연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격리하는 것이 원전 안전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모든 방사성 물질이 다 격리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아니어도 정상 가동되는 원전은 액체 및 기체상의 핵폐기물을 방출한다. 이런 핵폐기물에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원전이 가동되는 순간부터 원전 주변은 매일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렇게 방출하는 기체 및 액체폐기물에 포함된 방사성물질로 인해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피폭선량을 매년 계산하고 있고 그 계산에 따라 주민들의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수원의 피폭선량 계산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 2월 4일 국회의원 양이원영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원전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피폭선량을 계산하기 위해선 어떤 핵종이 얼마나 방출되었는지 파악해야 하지만 제대로 측정되지 못한 핵종의 방출량을 어떻게 처리하였는지 불분명하며 현재도 원전 주변 환경으로 방출되는 폐기물 내의 모든 상황과 그에 따른 핵종들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폭선량 계산법도 그때그때 달랐다. 백도명 교수에 따르면 1978~1979년은 피폭선량을 측정할 수 있는 모델이 없어 미국 원자력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모델을 이용해 선량환산을 추정해줬다. 하지만 1980~1983년에는 피폭선량 추정치가 보고서에서 사라졌다. 1979년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을 떠나면서 피폭선량 계산이 중단된 것이다. 이후 1998년 한국이 자체적으로 선량추정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매년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바람에 이전 자료의 해석이 불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액체 및 기체 폐기물의 방출량과 피폭된 개인 최고 선량 수치가 이상한 지점도 발견됐다. “1979~2014년 사이 고리원전에서 방출한 기체폐기물은 1993년 최고점을 찍었지만 그에 따른 피폭최고선량은 방출량이 그보다 더 적은 해보다 낮게 계산됐다. 뭔가 잘못됐다.”고 백도명 교수는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피폭선량을 제대로 계산하려면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들어오는 것이 전부 스크린 되어야 하고 인체에 들어온 방사성물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가 다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원전 주변 삼중수소 방사선량을 바나나와 비교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도명 교수는 “바나나 내의 칼륨은 유기물과 결합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온화되어 있는 물질로 생물체에 농축된다는 근거는 없다. 칼륨 40의 농도에 따라 생물체에 부정적 건강영향이 발생한다는 근거 또한 전혀 없다. 반면 삼중수소는 생체 축적되면 삼중수소가 높은 환경에서는 부정적 건강영향이 발생한다는 근거는 다수 존재한다”며 “삼중수소가 바나나 칼륨과 똑같다고 하는 것은 칼륨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정부 역학조사 결과 원전 주변 주민들 암 발병 높아

 
정부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 역학연구소(안윤옥 교수)에 의뢰해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원전 5km 이내 주민 3만6000명을 대상으로 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 20년간 원전 주변 주민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발표 내용은 놀라웠다. 원전 주변지역 남성의 경우 위암의 발생률이 30%, 간암은 40% 더 높았고 여성의 경우 위암은 20%, 유방암은 50% 더 높았다. 특히 여성의 갑상선 암의 경우에는 150% 더 높게 발생했다. 그런데도 연구팀은 원전 방사선과 주민의 암 발병 간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했지만 방사선 이외의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이 건강 검진을 더 많이 받아서 갑상선암이 더 많이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 시민단체와 원전 인근 주민들은 반발했고 논란은 더 거세졌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원으로 후속연구기 진행됐다. 서울대 백도명 교수 등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기존 연구결과를 검증하고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원전이 원전 주변 주민의 암 발병에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은 잘못되었으며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존 연구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백도명 교수 등은 기존 연구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미 암이 발생한 사람들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점이다. 주민건강영향 조사는 1978년 원전이 가동되고 14년이 지난 1992년에야 진행됐다. 원전 거주기간이 길수록 연령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 중 암이 발생한 이들을 조사대상에서 제외시켜 결과적으로 암이 발생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만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서 원전 주변 거주기간이 길수록 암 발병률이 낮다는 결과가 나타난 이유다. 백도명 교수 등은 이 같은 오류를 바로잡고 출생년도에 따라 건강 영향을 재분석한 결과 젊은 연령층일수록 갑상선암 뿐만 아니라 폐암, 간암 등 방사선 관련 암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잉검진으로 갑상선암이 증가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바로잡았다. 무료 건강검진이 제공된 지역은 조사 지역이 아닌 대조군 지역에서 진행되었으며 고리 월성 지역에서의 실제 갑상선 검진은 전국 평균보다 더 낮다고 백도명 교수 등은 지적했다.   
 

“우리의 몸이 기억하고 있다”

 
“엄마, 아들, 딸이 다 갑상선 암이다. 대학병원에서 이것은 가족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목숨을 왜 하찮게 여기나. 우리를 왜 제물로 삼는가.” 월성 원전 주민 오순자 씨 ⓒ양이원영TV 켭쳐
 
“2010년 장모님 위암 발병, 2011년에는 내가 직장암 발병됐다. 아내는 갑상선암에 걸렸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앞집 옆집 암환자들이 많다. 원전 주변 주민들이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가” 고리 원전 주민 이진섭 씨와 아들 균도 ⓒ함께사는길 이성수
 
“원전 주변에 34년째 살면서 얻은 건 암밖에 없다. 평생을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버틸 수 있다. 원전 옆에 살았다는 이유 하나밖에 없다.” 월성 원전 주민 황분희 씨 ⓒ양이원영 의원실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바로 옆 원전에서 사고가 나도 텔레비전에서 소식을 접한다. 그때마다 한수원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안에서는 한수원의 말이 진리고 법이다.” 원전 주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말이다. 
 
최근 월성원전 부지가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에 광범위하게 오염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도 한수원의 입장과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한수원 자체 조사에서조차 원전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부지경계 우물에서 리터당 최대 1320베크렐(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되었고, 나아리 마을에서 가장 인접한 부지경계 우물도 470베크렐(Bq/L)의 삼중수소가 나왔음에도 한수원은 늘 그렇듯이 ‘기준 이내라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또 바나나가 등장했다. 핵공학 관련 전문가가 ‘주민들의 피폭량은 바나나 6개를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야당의원을 비롯한 찬핵 인사들이 ‘삼중수소 유출은 괴담이자 월성원전 수사에 물 타기’라며 거들었다. 어디서 어떻게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었는지 주변에 영향은 없는지, 최근까지도 원전 인근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다는 주민들은 괜찮은지 우려하는 목소리를 바나나 괴담으로 덮으려는 것이다.  
 
한수원이 내세우는 숫자에는 실체가 없다. 하지만 원전으로 인해 암에 걸린 주민들은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다. 그들의 몸이 기억하고 있다. 다섯 살 아이의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이유를, 온 가족이 갑상선암에 걸려 평생 약으로 버텨야 하는 이유를 말해줘야 한다. 올해 환경부는 월성원전 주민 건강 피해 역학조사 예산으로 16억9천만 원을 배정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시작해 내년 10월까지 역학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갑상선 암 공동소송도 진행 중이다. 더 이상 바나나 괴담이나 실체 없는 숫자에 숨어 그들의 고통과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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