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9] 고리 핵발전소에서의 죽음

고리 핵발전소에서의 죽음

양원영/환경련 환경조사국 간사
지난 8월 3일 낮 12시경, 부산시 기장군 고리핵발전소 1호기 격납용기 내부에서 정기
보수공사를 하던 전기공 한광우(37세, 하이안정밀 소속)씨가 사망한 채로 동료 직원들
에 의해 발견되었다. 한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병원측에서는 감전에 의한
심장마비가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부검만으로는 감전사 추정이 확실하지 않아
현재 장기일부분을 채취해 국립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이다. 또 다른 사인
이 될 수 있는 내부피폭량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한광우씨의 사망은 일반인은 물론 같은 전기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내부가 더워서(33℃ 가량: 한전주장) 아무리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해
도 작업복에 방호복, 면장갑, 방호장갑(절연체이다)까지 낀 채로 한손으로 작업할 수
있는 전기드릴(220V)에 그렇게 쉽게 죽을 수는 없다는 것이 동료들은 물론 한국전력
공사와 한국중공업의 반응이었다. 한국전력공사의 한 관계자도 전기일 25년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말을 했다. 더구나 한씨는 18년 경력의 전기 전문가였다.
한편 고리 핵발전소 1호기에서는 이번 사고 한달 전인 지난 7월 3일에도 노동자가 사
망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주민들과 기장군청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증기발생기 교
체공사를 강행하던 중 옹벽붕괴로 인해 조규철(대영토건소속)씨가 옹벽에 깔려 숨진
것이다. 당시 옹벽이 무너지면서 6m짜리 벽면 전체가 붕괴해 버렸다. 증기발생기는
높은 방사능이 나오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그런데 이것을 저준위 핵폐기물 저장고
에 저장하려했던 것이고, 그 작업을 무면허 건설업체에 맡긴 것이다.

핵발전소에서 사람이 죽는 이유
△문제점1: 항상 방사능 피폭 위험이 있는 격납용기 내 안전관리가 전무했다.
한광우씨가 작업했던 현장은 고준위 핵폐기물인 증기발생기로부터 20여m밖에 떨어지
지 않은 방사능관리구역 안이었다. 3명의 관리 감독자가 있다고는 하지만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은 없었다. 현장반장은 작업의 진행정도를 체크하고 방사선관리자는 관
리구역과 외부와의 출입체크를 할 뿐이다. 작업감독자는 출입시 방호복 착용여부와
시간을 체크한다. 그러나 작업감독자가 현장에 상주하면서 관리 감독해야한다는 규칙
은 물론 일지도 없다고 한다. 한광우씨의 사망사실도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오는 중에
한씨가 없어 다시 찾으러갔다가 사망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의 감독자는 현장관리보다는 행정업무를 본다.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진
상조사단이 안전관리를 질문했지만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중공업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
루기만 할 뿐이었다.
△문제점2: 방사능 피폭을 받는 노동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광우씨가 사망한 작업현장은 시간당 1mR을 기록하는 방사능 관리구역이다. 한씨도
7월 20일부터 8월 3일까지 81시간 동안 75∼79mR가량 피폭을 받아왔다고 한다. 1년
피폭량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짧은 기간에 받은 것으로는 적지 않은 양이다. 문제
는 이전부터 누적된 피폭량이 있냐는 것인데 이 지점에서는 가족들과 한국전력공사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한전은 당시의 일뿐만 아니라 방사능 관리구역에 들어가는 노동자들은 개인 파일이
있어서 따로 관리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씨는 이번 작업이 고리핵발전소에서 처음하
는 작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8년전에도 고리핵발전소에 작업을
나간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일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작업에 참가했다는 얘기이다. 8
월초에 국립수사연구소에 의뢰한 한씨의 장기 피폭량에 대한 결과에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문제점3: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기구 안전관리 역시 전무했다.
한씨의 사망이 외상으로 보면 감전사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8인치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는 단순작업을 하면서 감전사한 원인은 무었일까? 해운대경찰서와 부산지방
노동청의 조사결과, 전기드릴 스위치 연결부의 전기선 하나가 드릴몸체에 닿아 있었
다고 한다. 전기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전기공구를 개인이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전기
드릴을 제공했던 작업책임자가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노동자들은 믿고 공
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업책임자인 한국중공업에서는 구입당시에만 검사하
고는 일상적인 공구불량검사는 일체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점4: 하청에 재하청,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작업의 연속이었다.
연이은 두번의 사고 모두 다단계 하청을 통한 공사과정에서 벌어졌다. 조규철씨가 소
속된 (주)대영토건은 무면허 업체로서 한전의 하청을 받은 (주)다다종합건설로부터
재하청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고, 한광우씨가 소속된 (주)하이안 정밀은 한국전력공사,
한국중공업, (주)평화기전으로 이어지는 3단계의 하청을 받은 업체였다. 한씨는 8월 3
일 일요일에 작업이 끝나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한국전력공사 측의 무리한 공사강
행은 재하청으로 내려갈수록 노동자들을 압박하게 되고 결국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다.

안전하고 깨끗한 핵발전소?
결국 한달 사이에 두명이나 같은 작업장에서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
의 일치로 바라보기는 힘들 것이다. 고리 1호기는 그동안 수차례의 방사능 누출사고
와 정기보수공사시 참여 노동자들의 방사능 과다 피폭문제로 지적받아온 바 있다.
고리 핵발전소에서의 사고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95년 6월 방사능 누출 및
사실 은폐, 96년 7월 방사능 오염 토양무단매립, 97년 7월 핵폐기물 밀반출 사건 등
방사능 누출 관련 사고가 잇따랐다. 이때마다 한전은 뒤늦은 보고와 처리, 사실 은폐
작업을 벌여왔다. 이는 한전측이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서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인근
주민은 물론 전국민의 안전을 등한시한 채, 핵발전을 계속해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이다. 이제는 안전관리의 무시로 작업현장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핵발전소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며 엄청난 돈을 들여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딴판이다. 지난 8월 4일 광주지방노동청이 밝힌
산업재해 발생률을 보면, 영광 핵발전소 5, 6호기가 전국 평균보다 2배이상 높게 나타
나 노동당국의 특별관리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한국 표준형 원자로라고 선전하
고 있는 울진 3호기도 6, 7월에 잇따른 증기발생기 부품파손사고와 보충수탱크 폭발
사고가 발생해 시험가동이 중단되었다. 결합장치결함과 작업절차서를 무시했기 때문
이다.
이제 국어사전에는 ‘거짓말’과 같은 뜻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핵발전소’라는 한
전의 선전문구가 추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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