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0] 특집 핵발전/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 / 이헌석

특집-핵발전, 되풀이되는 악몽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
이헌석/청년환경센터 대표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 ‘핵발전소 건설 반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는
점만 빼면 여느 어촌마을과 전혀 다를 것 없는 평온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작은 포구에는
몇 척의 배가 떠 있고, 부둣가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영화 속의 평온하고 순
박한 마을 그대로이다. 실제 70년대말 장미희 주연했던 영화 ‘갯마을’의 촬영장소로도 이
용된 적이 있었다.
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중심으로 서생면 전체에 ‘반핵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정부는 81년초 해남, 울진, 삼척 등 11개 지역을 「국토이용관리법」에 따
라 핵발전소 후보지로 지정·고시했고, 이후 영광과 울진 두 곳에는 핵발전소를 건설·운영
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9개 지역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건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98년 12월 31일자로 국토이용관리법상 행위제한 효력 기간이 만료되게 되자 정
부와 한전은 새로운 부지를 지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한전은 96년 7월부터 97
년 12월까지 조사용역작업을 통해 인문·사회·기술·환경적 여건을 조사했다.
작년 말에 긴급 입수된 한전 내부문서에 따르면 9개 지역 중 울산 산포지역과 삼척 덕산지
역이 거의 모든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거두었으며, 해남의 경우 동해안에 비해 남해안이
위치적으로 부적절하나 주민 반발 등 저해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 3개 지역(울진, 삼
척, 해남)을 함께 지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되었다.
한전 내부문서의 내용이 알려지자 해남, 삼척, 울진 등지의 주민들은 즉각 핵발전소 건설 반
대운동에 들어갔고, 그 중에서도 반대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해남지역 주민들은
12월초 매일 서울로 상경해 산업자원부와 한전 앞에서 집회를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역별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이 급속히 진행되자 12월말 산업자원부는 울진과 울
산에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하고 나머지 지역들은 모두 예정부지에서 해제했다. 울진은
발전소 예정부지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그대로 남고, 지자체(울주군) 차원에
서 핵발전소를 유치하고자 노력했던 울주군에 핵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이 정부측 발표였다.
안전성과 온배수문제 등 다양한 환경적 영향으로 인해 부지선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핵발전
소 부지 선정을 기본적인 조사과정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 유치 희
망만으로 부지가 예정되는 터무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핵발전소를 유치하자는 울주군수
울산핵발전소를 유치하려고 하고 있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울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 경계
에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인근에 고리핵발전소 1, 2, 3, 4호기가 현재 가동중이다. 고리핵발
전소에서 울산 쪽에 있는 2개의 마을 즉 효암마을과 비학마을은 이미 각각 2기씩 총 4기의
핵발전소 건설부지(81만평)가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산업자원부의 계획대로 울산핵발전소가
지어지게 되면, 고리와 울주군를 잇는 반경 수킬로미터 내에는 발전소가 무려 10여개나 들
어서게 되는 것이다.
한편 울주군은 지방재정확충을 이유로 이미 지정고시되어 있는 이 81만평 이외에 서생면 신
리 일대 24만평을 추가해서 핵단지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울주군수가 이렇게
엄청난 핵단지를 유치하겠다고 처음 발표한 것은 지난 11월초이었다. 세수 확대를 통한 지
방재정을 핵발전소를 통해 이루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핵발전소
유치 반대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게 된다. 건설 예정된 핵발전소도 취소하라고 운동을 벌이
는데, 건설이 예정되어 있지도 않은 지역에 핵발전소를 유치하겠다는 울주군수의 발언은 주
민들의 거센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집회가 있기 하루 전, 울주군수와 지역주민은 협의를 통해 서생면민의 요구사항을
전면 수용키로 함에 따라 문제는 쉽게 해결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24만평 추가 부지
선정은 면민과 동참하여 한전 및 관련부서에 철회를 요청한다’등 4개항의 합의사항은 사실
상 핵발전소 유치를 철회하겠다는 말이었기에,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다음날로 잡혀 있
는 집회까지 취소하면서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후 울주군수는 이 날의 확답(?)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합의가 이루어진지 10일만
에 울주군은 한전에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왜 원전을 유치하는
가?」라는 홍보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적극적인 핵발전소 유치 전략을 펴는 한편, 울주군내
12개 읍면 반상회에서 핵발전소 유치 경위에 대한 유인물 배포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지역주민들에 대한 홍보에도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울주군청 앞
에서 규탄집회를 열 때면 더 이상 핵발전소 유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하
지만 TV토론회 등을 통해서는 경제적 파생효과를 고려할 때 핵발전소 유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필력하는 등 ‘한입으로 두말하는’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며, 지역 주민들
의 여론을 자극했다. 결국 울주군수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으로 인해 12월 29일 산업자원부는
울주군을 핵발전소 추가부지로 고시하게 되고 이에 따라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장기적
인 반핵투쟁에 접어들게 된다.

거세지는 반대여론
지난해 12월 29일 울주군 지역이 핵발전소 추가 건설 후보지로 발표되자, 지역 사회단체들
과 주민들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1월
15일 전국반핵운동본부의 공동결의문 채택, 2월 10일 박진구 울주군수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18일 울산 중구의회, 19일 울산 동구의회, 23일 울산 북구 의회에서
‘핵발전소 추가 건설 반대’ 결의문 채택 등 시군구의회까지 가세하는 핵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의 열풍이 울산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7월에는 부산지역 환경·사회단체들을 중심
으로 ‘부산반핵회의’가 결성되어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은 영남권 전역으로 확산되기
에 이르렀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 3월 ‘울산시민궐기대회’, 7월 ‘울산핵발전소 건설 반대 결의대회(이
하 결의대회)’가 진행되면서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 서생면 주민들은 물론이고, 울산시와
부산·서울 등지로 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이 확대되자, 정부는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원장,
환경부장관 등의 발언을 통해 ‘주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강행할 수 없다.’등의 발표를 하
면서, 지역 언론들은 ‘총선 이후로 확정고시가 늦춰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성 기사가
계속 보도되고 있다.
특히 9월에 들어서는 핵발전소 건설을 빨리 진행하라는 찬핵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총선
등의 상황을 고려, 내년 7월 이후에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보도를 흘리는 등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인해 핵발전소 지정고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힘
들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의 특징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은 다른 지역의 반핵운동과는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흔히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반핵운동이 전개되는데 비해,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은
인근 부산지역 학생들과 시군구의회 대책위의 활동이 눈에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부산대 환경위원회를 비롯, 부산대·부경대·해양대 등 부산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울산핵발전소 반대운동의 열기는 울산지역 사회단체들의 그것에 못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환경현장활동을 계기로 서생면 주민들과의 관계를 맺기 시작한 학생들은 핵발전소 건설 예
정고시가 발표된 직후인 1월부터 울산시내와 서생면 일대에 유인물을 돌리며 벽보 부착 등
을 줄기차게 진행했다. 5월에는 부산대에서 반핵의 메시지가 담긴 문화제를 열기도 했으며,
지역주민들에 대한 선전 활동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서울지역 학생들과 함께 반핵활동대 ‘파란’을 결성해 울주군청 항의방
문, 울산시내 반핵퍼포먼스, 장날선전전 등 ‘근로활동과 분반활동’으로만 국한되었던 환경
현장활동의 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방학은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주민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제공했고, 기존의 사회단체나 지역주민들의 빈틈
을 매우는 역할로 기존 학생환경운동이 보여왔던 소극적 단순 결합의 수준을 뛰어넘는 활동
이었다.
한편, 울산핵발전소 반대운동에서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또 한 축은 울산핵발전소 건설반
대 시·군·구의회 대책위(이하 의회대책위)이다. 의회대책위는 지자체 의회의원이라는 신분
의 제약을 뛰어넘어, 울산 시내 13만명 서명운동 및 국회 청원운동, 자료집 제작과 배포, 국
회의원·관련부처 항의방문 등의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지난 8월 16일부터는 보름동안의 일
정으로 울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진행하면서 각 도시를 돌며 울산핵발전소 건설의 문
제점을 알리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의회대책위의 적극적인 모습은 의원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보다 적극적인 반핵운동에는 다소 한계가 존재하지만, 울산지역의 환경·사회단체들의
반대 운동이 주춤할 때 울산시내에서 핵발전소 반대운동의 맥을 끊기지 않게 이어주었으며,
지자체 의회차원에서의 환경운동·반핵운동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지역 현안을 넘어
핵발전정책 철회운동으로
건설 반대운동의 흐름이 이렇게 이어지는 가운데, 울산 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은 아직도 진
행형이다. 여러가지 추측은 난무하지만 아직 울산에 핵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공식적인 발
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산업자원부와 정부는 핵발전소주변지원법률 개정을 통한 울
산 유치 강행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재확인하고 있다.
핵발전을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정책의 특성상 한반도 어디든 핵
발전소를 세우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전 또한 마찬가지다. 언론매체를
총 동원해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으로서 핵발전을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나라의
핵산업계는 울산·울진 등지에서 수천만원짜리 콘서트를 개최하고, 마을 주민들에 대한 해
외연수, 향응제공, 물품공세 등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은 장기전으로 접어들 형국이다. 건설 유보 추측에 대한 사실 유
무를 떠나 울산핵발전소 건설문제와 내년 총선은 떼어 놓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
라서 장기전으로 접어들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을 95년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반대운동
과 96년 영광 5, 6호기 건설반대운동 이후 다소 침체되어 있는 우리나라 반핵운동의 새로운
활력소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제기된 바 있는, 해당 사안에 대한 즉각적 대응, 지역주민들과 해당 지역 단
체들을 중심으로 펼쳐왔던 각개분산적인 반핵운동·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이 아닌 핵발전정책
자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안제시, 그리고 지역과 사안을 넘어 한전과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절실하다. 또한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을 둘러싼 울산·
부산간의 지역적 연대, 의회 대책위나 학생들과 같은 외각 지원의 흐름들은 이후 반핵운동
의 양상에 있어 중요한 변화지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순한 지역 현안에 대한 대응 수준을 넘어 서구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급속한 탈
핵발전 양상과 핵발전소 조기폐쇄 논란을 우리나라의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함께 진행
될 때만이 울산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또한 우
리나라 반핵운동을 한단계 성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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