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이제는 달라질 때

해외 재생에너지 지원제도, 변화의 시사점

 
강원도 태백 풍력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지원제도는 Fit(Feed-in-Tariff)를 거쳐 2012년부터 RPS(Renewable Porfolio Standard)를 시작했다. RPS란 재생에너지 수요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고 확정하는 시스템으로, 기본적인 취지는 저렴한 가격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RPS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해외에서는 전력 공급업체에게 책임이 부여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발전사업자에게 의무가 부여된다는 점이다.
 
RPS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공급이 증가한 점은 인정된다. 그리고 지난 2017년에 한국형 Fit가 도입되면서 100kW 미만 소규모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급수준도 높아졌다. 하지만 RPS는 REC 가격의 불안정성, 계약의 복잡성뿐 아니라 빠른 공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요의 경직성 등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게다가 정부가 세운 보급목표보다 훨씬 더 빨리 재생에너지 전력이 보급되어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므로, 우리 재생에너지 시장제도는 더욱 유연하고 확장성이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해외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지원제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사례

 
가장 대표적인 RPS 체계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찾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RPS 목표는 처음 시작하던 2002년에는, ‘2017년 재생에너지 20%’ 공급이었다. 그 목표는 계속 높아져 ‘2030년 목표가 50%(2015년), 60%(2018년)’로 확대됐고 ‘2045년까지 전력의 탈탄소화 목표’가 설정되는 등 꾸준히 목표가 강화되었다. 이 사례는 RPS로도 재생에너지 100% 체계가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성도 잡았다. 재생에너지 계약가격은 2012년 이후 예측되었던 비용보다도 kWh당 가격이 낮아졌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의 주요 전력공급자들은 RPS 비중이 평균 40%를 넘어서지만 이행비용은 매출의 15~19%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의무율이 높아진다고 반드시 총 공급비용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는 RPS 제도만 운영하지는 않는다. 3MW 이하의 재생에너지 설비에 의한 발전 시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Fit인 The Renewable Market Adjusting Tariff도 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계약된 물량은 493.6MW에 불과하다.  
 

영국과 덴마크의 사례

 
영국은 브렉시트를 결정하며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전력 탈탄소 목표만큼은 모범적으로 달성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영국 재생에너지 지원제도는 다른 유럽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의 비화석연료 의무제(Non-Fossil Fuel Obligation)에서 시작되어 2002년부터 시행된 재생에너지 의무제(Renewable Obligation)가 한동안 유지되었다. 2010년에는 전력시장 개혁의 하나로 Fit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의무제도는 2013년부터 사업자에게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되 목표가격까지만 지급수준을 보장하는 장기차액계약제도(Contract for Difference:CfD)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보조금 단가가 일괄 정액으로 결정되는 Fit 역시 2019년에 폐지되고 소규모 설비에 대한 보조금이 판매사업자-발전사업자 사이 계약으로 결정되는 스마트전력망 보장제로 바뀌었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증가한 만큼 지원제도도 지속적으로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2010년 30TWh 수준에서 2019년 120TWh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10년 동안 4배가 늘었다. 그리고 빠른 보급증가만큼 경제성도 좋아져서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해상풍력의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47%, 태양광은 35% 하락했다.
 
풍력을 대표하는 나라인 덴마크에서도 현재 재생에너지 지원제도는 경쟁입찰제도와 프리미엄 정책이 중심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프리미엄이란 시장에서 결정되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덴마크가 경쟁입찰제도로 운영하는 장기차액계약제도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총액(3년간 약 4억 유로)까지 정해두고 있다.
 

독일의 사례

 
 
지구촌 에너지 전환 선도국가인 독일은 1991년 Fit를 도입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2014년에는 Fit 수준을 완화했고 2021년부터는 전기요금에 붙는 재생에너지전용 보조금(surcharge)에도 한도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현재 750kW 이상 풍력과 태양광은 사업을 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최대 100kW까지는 Fit를 받을 수 있고, 100~750kW 구간은 전력가격에 더해 재생에너지 프리미엄을 받는다. 즉, 소규모 사업은 두텁게, 대규모 사업은 점차 얇게 지원하는 구조이다. 보조금 수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소규모 태양광은 그 영향으로 최근 보급이 주춤한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생산 지원제도의 갈 길은

 
햇빛발전협동조합 2호기 한신대 태양광발전소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 RPS도 이제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RPS로 재생에너지 100% 공급은 캘리포니아에서 보듯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전개되는 에너지 전환 속도에 적응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규모는 Fit를 적용받을 수 있는 용량을 늘려 두텁게 지원하고, 대규모는 가격경쟁을 유도하되 투자전망은 확실하게 갖는 가격입찰제 도입 시간표를 점검해야 한다. 영국, 독일, 덴마크는 모두 보급이 일정 수준이 되었을 때 꾸준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며 이전 제도를 대체했다. 물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책은 일몰과 도입이 예고되었다.  
 
시민사회 또한, ‘더 많은 지급을 받아야 할 대상이 누구’이며, ‘어느 정도 용량에 대해 얼마나 두텁게, 혹은 얇게 지원해야 적당할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정부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글 /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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