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읽기 31]싸우는 별을 보며

싸우는 별을 보며
고형렬

저 반짝이는 샛별은 소말리아의 별 아이들
저 반짝이는 개밥바라기는 이라크 소녀들의 별
저 반짝이는 초록별은 지구의 거울 속에 반짝이는 별
저 작은 별은 책을 보면서
새벽이 오는 것이 추워서 반짝이지요
짙푸르러 눈 뜰 수 없는 녹음 나라에도
태양은 아침에 엉덩이만 한 에너지와 빵을 주고 가요
불에 달군 따뜻한 돌멩이 하나까지 가슴에 껴안고
하지만 제국은 수많은 별을 달고 있으면서
저 하늘의 별을 쳐다볼 줄 몰라요 살아 있는!
저 추운 하늘의 별
그들은 은행과 무기와 책만 들여다보아요
사랑하는 사람들, 스피노자가 아니라 노자가 그랬어요
미워질수록 사랑하라고 노자 스승은 말했지요
혀는 살고 이빨은 망한다 했지만
사랑해요 당신을
저 반짝이는 별을 보고 같은 지구 저녁 시간에
잊을까 기억하고 있지요
날카로운 저녁 공원 나뭇잎을 쳐다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나를 느껴요 그리고
모든 것이 소용없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어떤 샛바람에도 저 별은
눈감지 않을 테지만 책을 보면서
소용없다, 모두 불행하고 다 싫다고 하면서
울어요 이 말을, 나는 이길 수도 물리칠 수도 없어요
저녁별 보고 있으면 나뭇잎들만 눈꺼풀에서 출렁여요
내 가슴 속에서 나뭇잎 하나 흔들려요


- 『밤 미시령』(창비사, 2006) 중에서

 

 

수십 년 전에 달을 탐사했던 아폴로 우주선의 조종사가 달에서 귀환하던 도중에 바라본 지구의 모습에 대한 고백은 널리 알려져 있다. 푸른색으로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은 작고 가냘파 보이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지구를 그렇게 작고 가냘프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구를 함부로 파괴하는 행위를 저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금만 우리가 잘못해도 우주에 외롭게 떠있는 작은 별, 지구가 망가지거나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고형렬 시인이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도 그와 비슷하다. 그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지구의 모습과 그곳에서 착하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소말리아의 별 아이들”과 “이라크 소녀들의 별”이 그렇다. 지구의 가난한 사람들은 “저 추운하늘의 별”처럼 우리가 “사랑하”고 “잊을까 기억”해야 할 대상이라고 시인은 받아들인다. 아마도 지금 50대 이상의 한국인들은 어릴 때 마당에서 누님이나 언니와 함께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별들의 이름을 정하고 그것들 중에서 하나를 자신의 별로 삼아보았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대하듯 그렇게 지구를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만 있다면 세상의 미움과 다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 이상 별을 그리워하지 않고 바라보지도 않는 마음을 갖게 된 현실을 시인은 “제국은 수많은 별을 달고 있으면서/저 하늘의 별을 쳐다볼 줄 몰라요”라고 표현해 본다. 미국의 국기에는 수많은 별이 그려져 있는데 미국이야말로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경제적 패권과 전쟁을 일으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표현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그들은 은행과 무기와 책만 들여다보아요”라고 외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밤하늘의 별처럼 지구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사랑하고 돌보아줄 이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시인처럼 “소용없다, 모두 불행하고 다 싫다고 하면서/울어요 이 말을, 나는 이길 수도 물리칠 수도 없어요”라고 탄식에만 잠겨있어야 할까? 이럴 때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다시 읽으면서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경호 문학평론가, 『상처학교의 시인』 저자 leekh7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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