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만세 10] 국장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아요 / 양은숙

장동용 국장님!
습지센터 양 부장입니다.
이렇게 공개적인 지면에 글을 쓰게 되다니 참 쑥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지난달 하순 쯤, 복사기 앞에서 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연구소의 승민 씨가 난데없이 한마디를 던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언니! 일찍 좀 집에 들어가세요.”
이 무슨 말인가! 깜짝 놀라 연유를 물어보니, 『함께사는길』 지난호에 이평주 국장님이 저한테 쓰신 「애정만세」 글을 읽고 저를 놀리는 것이었습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그 글을 통해 ‘저를 지켜보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많이 났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지나 제가 글을 써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막상 입장을 바꿔놓고 보니, 이를 어찌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고민이 적잖게 되더군요. 아마 이제껏 「애정만세」에 글을 올리신 활동가들의 공통된(?) 고민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한 글도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그때 제 머리 속에 떠오른 사람이 장 국장님이었습니다. 나쁘진 않으시죠?

장 국장님!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국장님과의 첫 인연은 이러했습니다. 제가 환경연합에서 막 일을 시작할 무렵 갯벌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필요한 자료가 있어 국장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아마 시흥환경연합에서 만든 갯벌프로그램 자료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름도 낯선 신입활동가였던 저에게 두말없이 선뜻 주겠다 하시고 직접 가져다 주시니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 올해로 7년이 지났고 이제는 습지 관련 일을 함께 하고 있으니, 저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인연은 인연이다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습지센터 일을 시작한 지 어느새 일 년, 미운 정 고운 정 함께 들어가는 요즘입니다. 그 일 년 속에 국장님도 한자리하고 계시지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일 욕심에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한 채 지나간 한 해였던 듯합니다.

작년엔 강화갯벌센터에 참 많이도 갔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갔었죠, 아마? 그 덕에 국장님과 얘기할 기회가 많아 전 참 좋았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얘기부터 습지에 대해서는 초보자인 제게 조금은 어려웠던 습지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유용했던 시간이었어요.

더불어 작년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의 이해 관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도 벌어지곤 했지요. 함께 겪게 되는 일이지만 참으로 힘들고 맘 상하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때 장 국장님도 고민도 많이 하시며 속도 많이 상해 하셨지요. 지난 10여 년의 활동을 탓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저 또한 옆에서 지켜보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제 몸 하나 추스르기에 바빴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장 국장님!
람사르총회 개최다, 갯벌센터 일이다 하여 요즘도 바쁘고 힘드시죠? 이렇게 편지글을 쓰면서도 어떻게 기운을 붇돋울 수 있을까 생각하니 괜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요. 이럴 땐 에둘러가는 길 말고 단순한 것이 가장 좋지 싶습니다.
“기운내세요!”
그동안 국장님이 들인 노력들이 금방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아도 갯벌센터 문제를 포함해 산적한 문제를 푸는 데 틀림없이 녹아날 것이라 믿습니다.  
장 국장님! 파이팅 하세요.

올 한 해도 무척 바쁠 듯합니다. 람사르총회가 그렇고 새로운 식구들과 새로운 사업들도 만들어내고 내용들도 채워가야 하니, 그 일들이 지금도 눈앞에서 아른거립니다. 습지위원회에도 다시 힘을 불어넣어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구요.
국장님도 함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많은 조언과 격려 부탁드려요.

참, 장 국장님. 이번 기회를 통해 꼭 한마디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성 정체성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혹여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오해하실지 몰라 말씀을 덧붙이자면,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장 국장님 외모가 평범하지는 않잖아요? 갈기 같은 머리를 길러 머리 뒤로 묶고 수염마저 덥수룩하니, 어둔 밤 인적 드문 산간에서라도 만나면 영판 산적에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짧게 깎는 이보다 머리 기르는 이가, 수염을 깍는 이보다 수염 기르는 이가 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어느 학자의 말이 장 국장님에게 딱 어울리는 진단이네요. 산적의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얼마나 감수성도 풍부하고 여성성이 많으신 분인지. 때때로 제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답니다.

장 국장님! 그리고 부탁의 말씀 한 마디만 더.
장 국장님의 그 부드러움 속에 숨어 있는 당당함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 당당함이 지금은 더욱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따뜻한 어느 봄날,
갯벌센터에서 따뜻한 볕 쬐며 향기 나는 차 한 잔 하면 좋겠습니다.

2008년 3월 19일 서울 누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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