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50] 버려진 것들의 노래

 
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을 떠나고 싶다는 상투적인 욕망이 고개를 들 때, 나의 일상이 보내는 고단한 신호음이라고 스스로 달랜다. 
 
분주한 마감과 똑같은 생활을 벗어나 고대하던 여행길에 올랐다. 쉬는 방법을 모르는 재미  없는 내가 여행에 큰 기대를 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비행기에서 제주의 풍광을 내려다보는 순간 오픈 속 익어가는 빵처럼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나도 별 수 없는 도시생활자인 모양이다. 푸른 산과 바다를 보는 순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제어할 수 없이 기대감이 부풀어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몇 날이 지났다. 제주도 옛 가옥을 관광객 취향에 맞게 개조한 숙소에서 낮에는 현관문을 열고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거나 책을 읽는다. 믿기지 않는 호사에 볼을 꼬집기도 하고 실실 웃음이 삐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즐거운 섬마을 생활은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나 불안과 우울의 나날로 이어졌다.
 
바로 떠돌이 개를 만나는 순간이 그 시작이다. 
 
누군가 버리고 간 유기견에게 슬쩍슬쩍 먹이를 줬다, 싸구려 동점심이 부른 참사는 결국 숙소 주인의 불만을 부르고 말았다. 떠돌이 개에게 먹이를 주면 뒷감당이 어렵다는 불만을 듣고 먹이 주기를 중단했다. 이후 개는 내가 머무는 숙소 앞에서 배고픈 울음을 운다.
 
나는 배고픈 개의 울음을 외면하느라 연일 괴롭다. 처음에는 버리고 간 개의 주인을 원망했고 야박한 숙소 주인을 원망하다가 나의 싸구려 동정심을 탓하기 이르렀다.
 
이 여행이 어디부터 꼬인 것인가는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떠돌이 개에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곧 이곳을 떠날 나에게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훗날 무책임하게 정을 준 것을 후회할까, 순간의 허기를 외면한 것을 후회할까?
 
버려진 것들의 울음이 인간의 귀에 들렸으면 좋겠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물과 또 다른 생명체 이 모두의 유일한 공통점은 오직 ‘목숨’이 있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이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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