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51] 다시, 봄

 
평소 인파로 북적대던 번화가에 사람이 없다.
 
불안한 눈빛으로 온라인 뉴스를 보던 사람들은 오늘도 긴 한숨을 내쉰다. 마스크는 온종일 사람들의 입을 막고 확진자의 숫자가 증가할 때마다 이 불행의 끝을 알고 싶어 초조한 마음으로 봄을 기다린다.
 
오래 지면에 글을 연재하며 처음으로 마감이 임박해도 글이 써지지 않았다.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자고 다짐했던 나였는데 글 한 줄이 써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모든 일이 조금씩 일정을 비껴간다. 
 
우린 이제 전염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이 불행은 장기전을 예고했고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이 생겨났고 동시에 심적 거리는 우리를 더욱 황폐하게 하고 있다.
 
갑자기 증가한 물량으로 심야에 택배 기사가 홀로 건물 계단에서 숨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지친 의료진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바이러스의 공포가 2020년, 마치 SF 영화 속 숫자 같은 올해 시작을 알렸다.
 
봄은 멀다.
 
다시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니, 장애인 청년이 자신이 모아온 마스크를 파출소에 두고 사라졌다는 뉴스 기사가 보인다. 90세 할머니가 자식들이 사준 마스크를 기증했다는 뉴스 기사도 뒤를 따른다. 많은 사람이 대구로 달려가고 외신은 신중하고 정확하게 전염병과 맞서고 있는 한국의 모습에 감탄한다.
 
봄은 멀지만, 기어이 우리 곁으로 온다.
 
희망을 의무처럼 품고 우린 이 추운 전염의 시대를 살아간다. 타인의 안녕이 나의 안녕과 무관하지 않다는 전염의 속성을 잊지 않는다면 봄은 온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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