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53] 아픈 곳

 
지난여름에 동물원의 참혹한 풍경을 그린 그림책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인세를 반달사육 곰을 구출하는 단체에 기부했다. 400마리 중 4마리를 구출했다고 어제 단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전화 주신 분이 나더러 거액기부자라며 ‘곰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기부자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오늘 강아지를 만들어 내는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다룬 그림책 『63일』을 끝내고 받은 인세를 사육 곰 구출 단체에 다시 기부했다. 내 기부금으로 10마리쯤 자연으로 방생되길 바란다. 
 
8살 때, 저녁밥을 먹으며 텔레비전에서 사육되는 반달곰을 다룬 뉴스를 봤다. 8세대가 함께 쓰는 공동변소에서 먹은 밥을 모두 토해냈다. 반달곰이 아니라 어린 정순이를 위해 기부하는 거다. 옆구리에 관을 넣어 19그램의 쓸개즙을 채취하는 자들이 아직도 있다는 걸, 구출된 곰들이 갈 곳이 고작 동물원밖에 없다는 걸, 어린 나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지난 가족 모임에서 내가 재난지원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모른다고 하니, 혹시 기부할 거냐고 가족들이 물었다. 응…. 그랬더니 일동, ‘놀고 자빠졌다’ 라고 했다.
오늘 재난지원금 40만 원을 기부했다. 그냥 두면 자동 기부되는 건지 아니면 기부절차를 밟아야 가능한지 몰라서 일단 신청하고 바로 기부 버튼을 눌렀다.
 
어릴 적 교회에서 11조 헌금을 공부할 때, 종교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생명을 구하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걸 알았을 때, 종교에 관한 호기심이 시궁창에 처박힌 느낌이었다. 밥벌이하고 살면서 기부금을 조금씩 늘리고 여기저기 자랑도 하고 그런다. 그게 내가 바란 나다. 놀고 자빠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페친’라고 부른다. 나의 페친의 담벼락에 이런 문장이 있다. 
 
우리 몸의 중심은 머리도, 심장도 아니고 ‘아픈 곳’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중심도 ‘아픈 곳’입니다. 아픈 곳이 나으면 사회 전체가 낫게 됩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다. 보이지 않는 차가운 공간인 온라인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내가 기부를 한다는 자랑을 늘어놓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는 아픈 곳이 더 아플까 봐 걱정하는 사람일 뿐이다. 
아프지 않은 곳에서 아프지 않고 살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