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68] 아무도 모르게

 
나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한다. 2019년에 회사 문을 열었다. 열었다고 썼지만 변변한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없는 독립출판사다. 드넓은 우주에서 나란 존재가 먼지에 불과하다면 내가 만든 출판사는 먼지보다 작은 무엇일 거다. 
 
이곳에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만난 동네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다 어찌어찌 출판사까지 차리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내가 잘한 일이 있다면 이들을 만나 지금까지 함께 걸었다는 사실뿐이다. 더 잘한 일이 있다면 좋을 텐데, 무능하고 이기적인 나의 한계를 인정한다.
 
얼마 전, 내가 후원하는 사육곰 중 한 마리가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오랜 시간 지켜 본 친구인데,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인간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길 바랄 뿐이다. 
 
요즘은 닫힌 도서관에서 온라인 수업을 자주한다. 사서 선생님의 고단한 눈빛을 볼 때마다 내가 어떤 시대를 사는가, 실감한다. 사육곰의 죽음을 지켜보고 함께 오늘을 견디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무엇일지 가늠한다.
 
나는 환경에 관한 책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책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망설이다 내려놓았다. 이유는 환경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이 환경문제를 논할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노력으로 환경을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옳은지 의문이다. 되돌릴 수 있다면 처음부터 망가지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때문에 나의 친구들과 이웃이 괴롭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가 아니라 환경문제에 둔감한 나 때문에 이 지경 이 모양이 된 거다. 그런데 나는 회복할 방법을 모른다. 몰라서 슬프다. 이런 지면을 허락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더 좋은 글을 쓰지 못해 미안하다.
 
작가로 살면서 환경을 생각한다. 죄의식이 내 창작의 원천이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별로 달라지지 못한 인간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우리 어떤 문제에서 가장 미안한지 생각하자고 말하고 싶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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