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75] 애도의 시간

 
얼마 전, 아내와 사별한 사람을 만났다.
 
오래전부터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가까이서 지켜본 나로서 슬픔을 금할 길 없었다. ‘코로나식 주먹 인사’를 건네는 그를 나도 모르게 와락 안았다. 예의가 아닌 걸 알면서도 그를 향해 팔을 뻗었다. 이렇게 타인의 비극 앞에서 허둥대는 나와 다르게 그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아내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지막까지 완치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또 마지막 모습은 평온했다고. 코로나 때문에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없었기에 그가 대신 사람들을 만나 마지막 인사와 선물을 전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제야 나는 그가 침착하게 보이는 이유를 알았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남은 힘을 모아 아내가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를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아내의 남겨놓은 꿈을 위해 또 다른 걸음을 걷고 있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비극의 전과 후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야 비극을 (이게 가능하지 않겠지만, 비교적 최소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믿었다. 
 
슬픔을 제대로 안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다. 하지만 아내를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슬픔을 위로하는 방식을 스스로 터득한 사람도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고작 팔을 뻗어 그를 토닥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나는 부족한 내 방식대로 누군가를 위로할 것이다. 언젠가 상실의 고통을 경험한 사람을 다시 만난다 해도 여전히 팔을 벌려 그 사람을 품에 안을 거니까. 지금껏 그 방법 외에 아는 게 없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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