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5] 말·글/ 발우공양/ 법륜

발우공양



발우공양의 정신
불교에서 스님들이 식사를 ‘발우공양(鉢盂供養)’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이 공양을 단순
한 밥을 먹는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탄생, 성도, 그리고 열반까지의 과정을
생각하고 많은 보살과 부처를 생각하고 자연과 뭇 중생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보살로서 살
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서원을 다짐하는 거룩한 의식인 것이다.
‘밥이 하늘이다’라는 말이 있다. 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쌀이 있어야 한다. 이 쌀은 각
종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미네랄과 영양분(地)을 먹고 태양과 바람과 공기, 비와 눈
(天)과 인간의 수고(人)가 합쳐져 만들어낸 생산물이다. 쌀 한 톨에 우주의 모든 기운이 들
어 있는 것이다. 정말로 거룩한 것이며 모셔야 할 소중한 것이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쌀 한
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한 가마의 쌀을 만들기 위해서 한여름의 태양과 비, 농부의 땀과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필요
한 것처럼, 한 톨의 쌀을 만들기 위해서도 똑같은 과정의 수고가 들어가는 것이다. 양으로만
보면 한 가마의 쌀이 한 톨의 쌀보다 적고, 무시할 정도로 미미한 것이다. 그러나 한 톨의
쌀이 갖고 있는 내재적인 가치는 한 가마의 쌀과 동등한 것이다.
세상사의 근원적인 문제는 먹는 문제이다. 먹기 위해서 사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서 먹는가
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지만, 먹는 행위는 인간에게 생존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상사임에
는 틀림없다. 일용행사가 도(道)라는 말이 있다. 먹고 싸는 행위를 여여히 한다는 것이 그만
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발우공양에서는 소심경(小心經)을 외우고, 똥을 눌 때는 입측
오주(入厠五呪)를 염한다. 일용행사를 단순히 보지 않은 것이며 일상생활에 깨달음의 모든
내용을 담았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먹는 것을 통해 자연과 교감한다. 먹고 있는 음식물이 나의 몸을 만들어 주
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먹는가 하는 것은 내 몸의 성분과 체질을 결정하고, 또한 어떻게 먹
는가 하는 것은 개인의 정서와 성격을 결정한다. 먹는 것은 이토록 중요하며 올바른 가치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등과 자비의 마음
소심경의 전발게에 삼륜공적(三輪空寂)이라고 하여 보시하는 사람, 보시받는 사람, 보시물건
이 깨끗하길 기원한다. 실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베풀거나 순수한 마음으로 받지 않는다면
이 또한 청정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보시하는 물건이 깨끗해야 하는데 오늘날과 같이 농약
과 비료, 대기 수질오염으로 인한 음식물, 인스턴트와 화학영농으로 재배한 음식이 성급한
마음과 폭력적인 성격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있다. 청정한 음식을 정갈
한 마음으로 항상 먹을 자격이 있는지를 돌아보며 먹는 행위는 단순히 식사가 아니라 거룩
한 의식인 것이다.
또한 소심경은 모든 중생의 노고와 은혜에 감사하고 하루의 삶과 수행에 대해 반성하고 발
원하는 마음을 점검하며 모든 중생과 함께 평등히 나누어 먹겠다는 자비의 마음이 담겨 있
다. 그리고 또한 철저히 위생적인 청결공양이며, 뜨거운 숭늉물에 남긴 김치나 무조각으로
깨끗이 그릇을 닦고 청수를 이용해 손으로 깨끗이 닦아낸 뒤 발우보로 닦는 과정을 거친다.
조금도 낭비가 없는 절약공양인 것이다. 또한 식사를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대중들
과 함께 한다. 그래서 찬이 모자라면 서로 가반(반찬을 덜어 모으는 것)하여 모자란 사람과
나눈다. 그리고 공양을 마친 후 공동체성원들 사이에 의견을 나누고 알리는 대중공사를 한
다.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고양시키는 공동공양인 것이다.
오관게(五觀偈)는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 수많은 생명과 사람들의 노고와 고마움을 생각
한다. 그리고 과연 내가 이 음식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고 음식을 맛
에 탐닉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수행과 남을 돕는 보살행을 하기 위한 약으로 먹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는 이치를 깨달아 많은 생명들의 은혜를 보답하고
자 하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연관되어 있는 모든 것을 단절된 것으로 인식하는 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따라서 상의상존하고, 상호보완의 이치를 깨닫는 것 자체가 환경적 인식의 출발이
되는 것이다. 음식은 태양과 바람, 물과 풀벌레, 그리고 새들과 사람들의 온갖 노고의 결정
체이다. 바로 현재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의 노고가 이 음식에 들어 있는 것이며, 또한 시간
적으로 과거의 모든 중생들의 기술과 노고가 축적된 것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거룩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 먹음으로써 맑은 물로
들어와 맑은 물로 나가는, 그야말로 수질오염을 시키는 않는 청결한 공양으로 모든 생명과
사람들의 연기적 이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식사 전 기도와 그릇 닦아먹기
오늘날 발우공양의 의미를 살리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젖은 쓰레기의 대표격인 음
식물쓰레기는 쓰레기 매립장에 큰 문제로 되고 있고 그 액수가 1년에 5조원이라고 한다. 가
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먹을 것도 없이 굶고 있고, 북한에서 약 350만의 동포가 굶어 죽어가
며 고통받고 있는 우리의 형제들을 생각하면 음식을 남긴다는 것을 죄악인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를 걱정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러나 환경운동가들은 단순히 음식물을 아낀다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음식을 공경하는 마
음으로 발우공양의 정신을 받아 ‘그릇을 닦아 먹는’ 운동을 전개하도록 하자. 그것은 음
식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닦아 먹는 그릇에 유해한 세제를 사용할 리 없어
자연히 세제사용을 자제하거나 쌀뜨물이나 기타 자연세제를 사용하는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 김치로 그릇을 닦아 먹은 후에 설거지한 쌀뜨물로 화초나 나무에 주도록 하자. 그리고
발우공양의 뜻을 현대화하여 다음과 같은 게송을 하고 식사를 하도록 하자.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밥에도 만인의 노고가 깃들어 있으
며 한 올의 실타래 속에도 직녀의 피땀이 서려 있다. 이 물을 마시고 이 음식을 먹고 이 옷
을 입고 부지런히 수행정진하여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일체중생의 은
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법륜 (法 輪) pomnyun@jts.or.kr
(사)한국불교환경교육원 원장, 한국제이티에스 대표, 좋은 벗들 이사장. 저서로 『불교와 환
경』, 『실천적 불교사상』, 『젊은 불자들을 위한 수행론』, 『반야심경 이야기』, 『미래문
명을 이끌어 갈 새로운 인간』 등이 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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