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생태계 교란의 진실 _ 방상원



외래종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함께하고 있다. 쌀, 고구마, 감자, 젖소, 무지개송어 등 우리가 이용하는 생물자원의 대부분은 오래전 외국에서 의도적으로 들여온 외래종이고 이들로부터 우리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어왔다. 지금도 화훼와 농업, 애완동물, 천적의 이용, 토양유실 방지, 산림 조성, 농수축산업 동물 등 외래종을 수입하여 새로운 경제적인 기회를 개발하거나 사회, 신념 등의 정신적인 필요의 충족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되는 외래종들 중의 일부는 국내의 토착생태계에서 천적이 없는 상태로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시키거나 그 번식속도가 자생종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서 토착생태계를 파괴하면서 경제적·생태적 피해를 입히는 ‘침입외래종’들이다.

이러한 침입외래종의 예로 애완용 및 방생용으로 미국에서 도입하여 지금은 우리나라의 호수와 하천 등지에 토착화되어 생태계를 교란하는 붉은귀거북과 단순히 히치하이커(Hitchhiker, 비의도적 유입)로 들어와 왕성한 번식을 통하여 주변 토착식물들을 고사시키는 돼지풀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침입외래종이 문제인 것이지 ‘모든 외래종은 나쁜 것이다.’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침입외래종의 생태계 교란
세계화와 무역활동 증가에 따른 국가간 인적·물적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침입외래종의 유입으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침입외래종의 자연생태계 파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1996년 노르웨이의 트론다임(Trondeim)에서 개최된 침입외래종 전문회의는 가장 중요한 생물다양성 감소의 위협요인으로 대륙국가에서는 서식지 파괴, 그 다음으로는 침입외래종을 꼽았다. 도서 및 군도국가에서는 가장 높은 생물다양성 위협요인으로 침입외래종이 꼽혔다.

이러한 침입외래종의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도입한 종들이 많다. 그 예로 일본의 경우 1910년에 쥐와 하부라는 독뱀을 제거할 목적으로 천적인 자바몽구스를 도입하여 오키나와섬에 풀어 놓았다. 그러나 이 몽구스는 독뱀 대신에 다른 토착동물을 잡아먹고 급속히 번식하여 그 숫자가 수만에 달하며 농작물을 훼손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일본정부는 급기야 이 몽구스를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퇴치사업을 벌이고 있다.

호주는 1935년 사탕수수밭의 풍뎅이를 퇴치하기 위해 천적인 수수두꺼비를 하와이에서 들여왔다. 지금은 이 두꺼비가 호주의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진화하여 다리가 길어지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식하며 그 서식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두꺼비들은 독을 분비하는데 먹이사슬 관계에서 상위포식자인 뱀, 왕도마뱀과 작은 포유동물들이 이 두꺼비를 잡아먹고는 무더기로 죽는 등의 생태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호주의 과학자들은 6400만 달러 규모의 연구를 통해 이 두꺼비의 퇴치방안을 찾고 있지만 독두꺼비 떼를 막을 방법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국민일보』, 2006.02.16.).

외래종의 유입은 기술적인 혁신, 사회, 정치, 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선박과 항공기술의 발전으로 외래종이 살아 있는 상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 이민과 여행의 발달, 무역의 자유화, 이국적인 동식물에 대한 애완 의욕의 증가 등이 그것이다. ‘세계침입종프로그램(GISP)’은 외래종의 유입경로를 크게 의도적 유입, 비의도적 유입, 폐쇄 도입 그리고 도입 후의 확산 등으로 나누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생태계교란야생동식물종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10종의 동식물 중 2종의 어류(큰입배스, 블루길)와 2종의 양서파충류(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는 모두 식용, 애완용, 방생용 등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도입된 외래종들이다. 나머지 6종의 생태계교란야생동식물종은 모두 비의도적으로 유입된 외래종들이다.

외래종 관리 단일법이 필요하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한 생태계교란야생동식물종의 지정·관리는 이미 유입된 침입외래종에 대한 사후관리를 그 주요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침입외래종의 국내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사전예방적인 기능이 없다. 또한 외래동식물이 국내에 수입될 경우에도 이들이 우리나라 생태계에 끼칠 영향에 관한 고려 또는 평가가 전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에서 지정된 10종의 생태계교란야생동식물종 중 2종이 속한 파충류나 양서류의 경우 수입 전 허가 절차나 검역 절차 없이 수입되고 있다. 식용으로 수입된 외래어종이 이식용(양식용)으로 둔갑하는 것에 대한 관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외래종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의 수많은 외래종 관련법들을 개정·보완하기보다 일본과 미국처럼 외래종 관리 단일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사전예방적 접근원칙에 기초한 외래종의 수입, 취급, 관리, 모니터링, 수입금지대상종 목록, 외래종 생태계 위해성 평가(수입위험분석) 제도의 도입, 외래종 전국실태조사 등의 조사·연구 개발, 퇴치 및 조절 사업, 외래종의 화이트리스트 관리방식(수입금지하는 블랙리스트에 반하여 수입가능 리스트로 관리하는 방식), 국가침입 외래종 관리 데이터베이스 및 외래종 관련 범부처 통합관리 시스템의 구축 등이 시급하다. 더불어 국가무역의 형태와 지리적·생태적 특성이 유사한 일본과 중국도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에 의한 침입외래종 문제를 경험했음을 볼 때 외래종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이 아니라 지역적 또는 국제적 차원에서 공동 대처할 문제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인접 국가들과의 정보 교환, 경험 및 연구결과의 공유 등 국제협력체계 구축도 요구된다.

새로운 침입외래종을 조심하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근래 2~3년 동안 국내로 수입되는 애완동물의 종류와 수, 특히 이국적인 외래동물종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외래 애완동물에는 페럿(족제비과), 거북(자라), 이구아나, 도마뱀, 뱀, 고슴도치, 조류, 거미, 열대어, 기니피그(고슴도치과) 등이 있다. 보다 이국적인 애완동물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더욱 새롭고 많은 종류의 외래동물들이 국내로 도입될 것임을 암시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국적 외래동물 중 타국가가 이미 지정한 침입외래종이나 침입외래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제도적으로도 양서파충류 및 관상용 어류 등은 생태계 위해성에 대한 검토 없이 그대로 수입되고 있으며 일본에서 침입외래종으로 퇴치사업을 벌이고 있는 몽구스류도 국내 애완동물 수입업자의 판매리스트에 버젓이 올라가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종종 지역주민들에게 수달로 오인되고 있는 뉴트리아도 새로운 침입외래종으로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뉴트리아는 남미가 원산지로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습지와 하천 등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수초 뿌리나 수서곤충 등을 잡아먹는 높은 번식력을 지닌 외래종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침입외래종으로 지정되어 퇴치사업을 벌이고 있는 종이다. 애완용 페럿의 경우도 일본에서는 침입외래종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주의관찰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GISP가 발표한 침입외래종 목록에는 포유류 25종, 양서류 4종, 파충류 3종, 어류 29종, 조류 12종, 곤충류 42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침입외래종이 국내에 수입될 경우를 대비해 철저한 관리와 함께 외래종 생태계 위해성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


방상원 swbang@kei.re.kr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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