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도 대책도 없는 막무가내 기업도시 정책 _ 박용신



무리한 기업도시 추진에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05년 5월 ⓒ환경정의

지난 8월 25일 기업도시위원회(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는 기업도시 시범지구 신청사업 중 서남해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와 충남 천수만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두 곳을 재심의하여 시범사업으로 추가 선정하였다. 이로써 참여정부는 국토균형발전과 경제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추진해오던 기업도시 시범사업으로 총 여섯 개를 지정한 셈이 됐고 본격적인 사업착수에 돌입했다. 토지수용권 등에 대한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안제정을 위한 공청회는 한 차례에 그쳤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법안심사는 단 하루에 불과했던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이하 기업도시법)」에 대한 언급은 차치하고라도 그 시범사업의 선정과정만 놓고 보더라도 졸속과 원칙훼손으로 일관한 무책임행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2주 만에 모든 평가는 끝나고
기업도시 시범사업의 선정은 졸속의 연속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공고한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기간은 결국 신청자가 없어 두 달을 연장하게 되었고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기준도 4월 말에나 작성하기 시작했다. 신청된 기업도시는 국토균형발전과 경제활성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골프장이나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관광레저형이 전체 여섯 개 중 다섯 개였고 산업교역형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5월 말이 되서야 완성된 평가기준에 의해 이미 제출된 시범사업을 평가하고자 했으나 기 제출된 자료로는 해당사업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이나 해당기업의 건전성, 시범사업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 등을 점검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 아니, 정부가 제시한 기업도시 신청서 양식에는 그러한 내용이 아예 없었다는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실제 평가과정은 더욱 가관이었다. 개별신청된 시범사업별로 관련 부처들의 의견검토 기간은 단 1주일에 불과했고 각 분야별로 구성된 평가단의 평가기간도 2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각 사업에 대한 경제성 및 사업타당성과 해당기업의 재무성, 그리고 사업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까지 검토하는 데 고작 2주일의 시간이 배정되었다는 것이다. 500억 원 이상의 정부투자사업의 경제성 하나만 검토하는 데도 통상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수천억 원에서 수십조 원까지 소요될 여섯 개의 사업에 대해서 경제성, 재무성, 국토균형발전도, 지역경제활성화 정도, 환경성을 포함한 지속가능성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평가가 단 2주일 만에 끝난 것이다.

기업도시위원회의 원칙 없는 선정과정
기업도시위원회는 7월 8일 열렸던 기업도시 시범지구 지정을 위한 회의에서 무안, 무주를 포함한 네 개의 시범지구를 선정하고 서남해안과 천수만 기업도시는 한 달 후에 재심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도시위원회 스스로가 만든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었다. 애초에 기업도시위원회는 지난 5월 1차 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기여도, 친환경적 지속가능발전 정도, 실현가능성, 지역특성 및 여건부합 정도 등을 공통기준으로 정하고 각 공통기준에 대해 과락제를 적용하여 그 중 하나라도 기준에 미달될 경우 시범사업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기준은 40점이었다. 따라서 기업도시 시범지구 신청사업 중 친환경적 지속가능발전 정도에서 40점에 미달하여 과락점수를 받은 서남해안 개발사업은 당연히 시범지구 지정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후 재심의하기로 의결하고 결국 8월 25일 시범지구로 선정함으로써 기업도시위원회 스스로 아무 원칙도 없으며 어떠한 원칙이라도 무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해결 불가능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도시
더군다나 이번에 기업도시위원회에서 재심의하여 시범지구로 확정한 서남해안과 천수만 지역은 세계 최대의 철새도래지로서 황새와 수달을 비롯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국제적인 희귀조수들이 찾아드는 생태자연도 1등급이자 생태보호지역이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퍼센트가 도래하고,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1종 포유동물인 수달이 다수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지역에 대한 개발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 환경파괴 논란을 필연적으로 가져올 것이다. 골프장 한 개, 인구 3만 명의 신도시를 만드는 데도 수많은 환경대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540홀의 골프장에 50만 인구의 도시를 만든다면서 단 2주 만에 만든 환경보완 대책이 과연 얼마만큼 실효가 있을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기업도시는 지금 대규모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으나 참여정부는 스스로 환경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문제에 관해서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시범사업 아닌 시범사업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이번에 시범사업으로 지정한 기업도시는 모두 여섯 개에 이른다. 애초에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얘기했던 두 개에서 많아야 네 개라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본 사업을 하기 전에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도출하기 위해 소규모의 사업을 우선 시행함으로써 본 사업을 진행할 때 좀더 원활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지정된 시범사업은 사업부지가 수천만 평에 이르고 투자재원은 수십조 원에 이른다. 시범사업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그리고 처음 하는 사업이기에 한두 개의 시범사업도 제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울 텐데 여섯 개나 지정함으로써 제대로 된 기업도시 하나라도 만들기 어렵게 되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기업도시
기업도시법은 민간에게 토지수용권을 부여함으로써 위헌 논란과 함께 심각한 부동산 투기의 위험을 안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자의 부지매입과 보상비는 평당 3만5천 원으로 상정한 데 반해 용도변경된 용지에 대한 분양가는 평당 350만 원, 시설분양용지의 단가는 평당 1천만 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러한 개발이익에 대해 명확한 환수장치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토지수용권을 활용하여 주민의 땅을 강제로 빼앗아 100배에서 300배에 이르는 부동산 투기이익을 남기겠다는 기업들의 의도가 훤히 들여다보이며 이러한 기업들의 로비에 의해 정부는 앞장서서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과 카지노가 해답은 아니다
국토균형발전과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의 기업도시가 이제 완전히 그 목적을 상실했다. 골프장과 카지노의 난립은 국토균형발전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이 없다. 한편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큰소리치면서 수백 배의 개발이익을 발생시키며 투기를 조장하는 기업도시를 추진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업도시의 모순점은 심지어 기업도시위원회의 민간위원들조차 ‘이렇게 해서 기업도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할 정도로 심각하다. <기업도시반대시민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소중한 국토를 기업과 자본의 요구대로 무자비하게 파헤치려고 작정한 노무현 정부의 기업도시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히 맞서야 할 것이다. 이미 기업도시로 선정된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주민대책위원회와도 물론 함께 할 것이며 기업도시법에 대한 위헌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박용신 yspark@eco.or.kr
환경정의 토지정의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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