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37]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표본 서호납줄갱이 _ 한상훈



한반도는 땅의 형성역사가 매우 오래된 지역이다. 한반도 중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석회암지대는 지금으로부터 5억 년 전인 선캄브리아기 시대에 해양에서 생활하던 유공충들이 죽은 후 쌓인 지층이 융기한 것이다. 또한 동고서저의 지형적 특성과 남북으로 연이어진 백두대간 산줄기에 의해 생성된 내륙 수계가 오늘날까지 환경조성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한반도 땅의 역사와 지형·지리적 특성은 특히 수로를 통해 이동할 수밖에 없는 민물어류의 종 다양성과 분화 과정에 관여해왔다. 오늘날 한반도 지역의 민물어류가 180여 종에 이르고 한반도 고유종과 특산 아종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물어류의 연구사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1911년 여름 미국의 유명한 어류학자이며 당시 스탠포드대학 총장이던 조던 박사가 조선총독부 총독 테라우치의 초대로 한반도를 방문했다. 서울, 인천, 수원, 부산, 평양, 해주 등 남북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고 직접 어류도 채집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2년여에 걸쳐 수집한 어류표본들을 정리하고 동정한 후, 1913년 메츠 박사와 공동으로 『한국에서 알려진 어류 목록』이란 연구보고서를 출판했다. 이 연구논문은 한국 최초의 민물과 바다어류의 종합 어류목록이란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논문에서는 민물과 바다어류 75과 254종이 기재되어 있는데 10종의 신종도 포함돼 있다.

10종의 신종 가운데 3종이 수원 서호에서 채집된 민물어류이다. 사실 조던 박사는 직접 수원 서호에서 민물어류를 채집하지 않았다. 그의 방문에 맞춰 당시 총독부 농림수산국 산하 수원 권업모범장 책임자였던 혼다 박사가 서호 및 인근 지역의 담수어류를 채집해 조던 박사에게 기증했던 것이다. 수원 서호지역의 민물어류 조사가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조던 박사는 1913년 논문에서 신종 ‘서호납줄갱이’의 학명에 있어 종명을 혼다 박사의 성을 사용함으로써 그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곧 수원 서호의 생물들은 절대절명의 생존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 수원 서호는 1799년 조선 정종 문성왕 21년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이래 약 130년 동안 한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었다고 전해 온 저수지였다.

서호에서 세계적인 희귀종인 서호납줄갱이가 발견된 지 15년이 지난 1926년 10월 31일, 낡은 제방 개수를 위해 제방은 산산이 파괴됐고 서호의 물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배출됐다. 당연히 서호에서 살던 물고기들도 함께 밖으로 휩쓸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조선 경성제국대학 예과 생물학 교수였던 모리 타메조는 사전에 서호 제방 개수작업을 알고 희귀한 어종을 채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어류를 채집해 다른 장소에서 사육 보관한 이후에 서호로 되돌려 놓을 생각이었다.

그는 1926년 11월 9일 채집을 예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보다 10일이나 앞서 공사는 시작됐고 부랴부랴 현지를 방문한 그는 권업모범장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서호의 배출 수로에 고여있는 물웅덩이에서 겨우 서호의 어류 일부를 생포해 안전한 장소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서호의 기존 어류는 되돌릴 수 없었고 그 어류상의 변화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리 박사는 1927년 6월에 간행된 『조선박물학회잡지』 제5호에 조던 박사의 논문과 종합하여 총 10과 26종의 수원 서호의 어류 목록을 발표하면서, 서식 어류 보호대책이 없이 진행된 서호 제방 개수 작업은 후세에 매우 부끄러운 무익한 일이었다는 그의 참담한 심정을 한 줄의 글로 남겨 놓았다.

방언 서호돌납저리
분류 잉어목 잉어과
영명 Soho bitterling
학명 Rhodeus hondae (Jordan and Merz, 1913)
분포 경기도 수원 서호 (멸종)
크기 전장 4.8~5.4cm
수원 서호납줄갱이의 제2, 제3의 표본은 그 후 모리 박사의 논문을 통해 1936년 세상에 소개되었으나 현재 남아있지 않다. 제2, 제3의 서호납줄갱이 표본은 채집일자 등 상세한 채집기록이 없이 그 외부적 형질의 측정치만 기록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광복 이후 국내 어류학자들의 몇 차례 채집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호납줄갱이는 두 번 다시 그 모습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수원 서호납줄갱이의 제2, 제3의 표본도 1926년 10월 31일 이전에 채집된 표본일지도 모른다. 지금 유일하게 남아있는 단 한 마리의 서호납줄갱이의 모식표본만이 시카고자연사박물관의 한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상훈 kwirc@chol.com
야생동물 보전생태학자,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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