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의 역습

ⓒ함께사는길 이성수
 
「하수도통계 2017」(환경부, 2018)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 도로변에 설치된 빗물받이(우·오수받이)는 총 528만4315개소이다. 경기도가 107만여 개소로 가장 많고 서울에는 48만4000여 개소가 배치돼 있다. 빗물받이는 하수관로 시설의 하나로 도로 오수와 빗물을 일차 저류하는 장소이다. 여기 모인 오수와 빗물이 하수도를 타고 빠져나간다.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빗물받이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쓰레기 투기구로 여기는 것이다. 대부분의 빗물받이에는 자잘한 쓰레기가 쌓여 있다. 그런 탓에 장마철 도로가 잠기는 경우는 대부분 빗물받이를 막고 있는 쓰레기 때문에 배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빗물받이를 막고 있는 쓰레기 가운데 특히 심각한 것은 담배꽁초다. 
 

빗물받이의 꽁초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5월 31일 세계 금연의날에 「담배와 담배의 환경 영향(Tobacco and its environmental impact)」’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매일 세계에서 담배 150억 개비가 팔리고 그 중 3분의 2가 땅에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사정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담배 판매량은 34억4000만 갑이었다. 하루 1억8800만 개비가 소비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적정하게 수거되는 꽁초가 얼마가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2017년 서울시내 꽁초 무단추기 단속 건수가 3년 연속 증가추세를 이어가면서 7만2789건을 기록해 2015년 대비 10.5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보아,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들보다 길바닥에 버리는 이들이 여전히 많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서울시는 서울 전역의 빗물받이 청소에만 80억 원을 사용했다. 
 
빗물받이에 투기된 꽁초가 일으키는 환경문제는 비단 장마철 도로 침수 유발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2가지나 있다. 담배꽁초는 보통 다 타지 않은 엽초 부분에 필터가 붙어있는 형태다. 타다 남은 담배가루와 필터에는 7000종에 달하는 유독물질이 있다. 빗물받이 버려진 꽁초 속 화학물질이 오수와 우수를 타고 빗물받이에서 하수도를 타고 하수처리장으로 갔다가 결국 강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간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하수처리시설 보급률은 전국평균 93.2퍼센트, 농어촌지역은 68.7퍼센트이다. 2016년 기준으로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유입되는 하수의 평균수질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리터당 166.6밀리그램인데, 처리 후 방류되는 하수의 평균수질은 4.0밀리그램이다. 유입된 오염물질의 97.6퍼센트가 처리장에서 처리되는 셈이다. 그러나 하수처리장의 처리기준은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COD(화학적산소요구량), SS(부유물질), T-N(총질소), T-P(총인), 총대장균군수, TU(생태독성)이어서 7000종에 달하는 담배꽁초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다 걸러진다고 말할 수 없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담배필터는 대부분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물질로 만들어진다. 간단히 말하면 플라스틱이다. 아세테이트를 실처럼 뿜어내 둥글게 성형한 것이 담배필터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섬유소 사이 공간이 담배 연기가 들고 나는 곳이다. 이 플라스틱 필터가 자연계에서 얼마 만에 완전분해될지 발표기관마다 추정치가 다르다. 12년이라는 곳도 있고 25년이라는 곳도 있으며 50년 이상 분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12~5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꽁초 필터는 플라스틱답게 다른 물질과 부딪혀 잘게 쪼개진다는 점이다, 강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담배필터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다른 미세플라스틱보다 독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의 고향은 7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담긴 담배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환경보호단체 <오션컨서번시(Ocean Conservancy)>는 매년 국제공조를 통해 각국에서 해변을 청소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들이 캠페인을 시작한 지 32년 동안 매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쓰레기가 바로 담배꽁초였다.
 

미세플라스틱 되어 버린 사람 다시 찾는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킬로그램(통계청, 2016년 기준)인데 재활용율은 38퍼센트로 보고됐다. 그러나 이것은 폐기물 선별장에 보내진 수치일 분 선별장에서 재활용 불가로 판정받아 소각장으로 가거나 매립지로 보내진 수치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담배꽁초의 경우 쓰레기통이 있는 실내 흡연의 경우에만 매립 또는 소각장으로 갈 뿐 길에서 피우는 담배의 경우 꽁초는 거의 버려진다고 보아야 한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담배꽁초는 ‘전량 폐기 대상인 폐기물’로서 폐기물부담금 대상이다. 재활용하기 어려운 폐기물에 매기는 세금이 폐기물부담금이다. 필터를 재활용하는 기술과 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옳은 정책일지 금연 캠페인을 강화하고 무단투기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일지 공공의 의견을 물어 어느 쪽이든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수록 늘어나는 금연빌딩, 금연거리와 갈수록 줄어드는 거리의 쓰레기통과 늘지 않는 흡연공간을 생각하면 “흡연자 의식 강화 시민교육이 필요하지만, 흡연인구가 꽁초를 처리할 시설을 배치하는 현실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금연을 전제로 한 대책만이 대책은 아니다. 담배가 불러오는 환경보건상의 위험을 줄일 대책은 종합적이어야 한다. 환경단체들도 시민의식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 담당 김현경 활동가는 “빨대에 이어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의 새로운 집중 캠페인 대상 후보군에 ‘담배(꽁초)필터’를 올려두고 서울 시내 실태조사(11월19일 1차 모니터링 개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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