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로 밀려드는 산업폐기물, 왜?

지난 6월 2일 전국 환경운동연합 및 전국 산업단지폐기물처리장 대책위원회와 지역 주민들은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단 내 폐기물 이동제한을 해제하는 환경부의 ‘폐촉법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 환경운동연합
 
농촌마을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에 가장 많이 접하고 있는 사례가 산업폐기물 문제이다. 산업폐기물이 농촌으로 밀려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전국 곳곳의 농촌마을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흔히 폐기물이나 쓰레기 얘기를 하면 시민들은 생활폐기물을 떠올린다.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버리는 생활폐기물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시민들에게 생활쓰레기양을 줄이고, 재활용 분류를 잘 하라고 홍보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캠페인을 보면서,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의 핵심은 산업폐기물 문제이다. 일단 발생량만 보더라도, 2019년 기준으로 전체 폐기물 중 생활계폐기물은 11.7%인 반면, 건설폐기물이 44.5%,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이 40.7%,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포함) 3.1%인 상황이다. 생활폐기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업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인 것이다. 
 

민간업체에 맡겨놓은 산업폐기물 처리

 
이런 폐기물들을 누가 처리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에서는 산업폐기물 처리를 대부분 민간업체들에게 맡기고 있다. 그나마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지만, 산업폐기물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기존에 있던 공공 폐기물처리장조차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민영화를 해버린 실정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민간업체들에게 맡겨져 있으니, 업체들은 더 많은 이윤을 올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2019년 남원시 대강면에 산업폐기물 소각장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 ⓒ전북환경운동연합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폐기물 소각장과 매립장이다. 폐기물은 감량이 제일 중요하고, 최대한 재활용을 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소각을 하고, 소각도 안 되면 매립을 하는 것이다. 매립을 하면 장기간 수질오염, 악취, 농업피해, 각종 환경오염 문제가 남기 때문에 매립하는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독일 등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폐기물 매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 폐기물 산업 중에서도, 특히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돈 되는 사업이다. 매립을 많이 할수록 매립장을 하는 민간업체들은 돈을 많이 버는 구조이다. 실제로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수익률이 엄청나다. 증권회사의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산업폐기물 매립업은 이익률이 평균 30%가 넘는 사업이다. 최근 충주에서 매립을 시작한 한 산업폐기물매립장 운영 업체는 매년 2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는 SBS의 지배주주이기도 한 태영그룹과 지역건설업체이다. 이들이 20억 원을 자본금으로 투자한 회사에서 매년 그 10배 이상의 순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그것을 배당금으로 챙겨가고 있다. 그야말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다른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1천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쌓아놓고 있는 업체도 있고, 매립을 시작하자마자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업체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안전은 뒷전이다. 인·허가만 받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 보니, 업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석면폐광산 위에 산업폐기물을 매립하겠다고 한 사례도 있고, 채석장이나 석회암 광산 위에 산업폐기물을 매립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산지 복구를 해야 할 곳에 폐기물을 매립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강원도 영월에서는 석회석을 캐던 광산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다. 
 

석회암 광산에 산폐장?

 
강원도 영월의 석회석 광산에 산업폐기물을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기업은 쌍용씨앤이(예전 이름 ‘쌍용양회’)이다. 매립하겠다는 용량이 무려 560만㎡에 달한다. 들어서게 된다면, 축구장 23배 크기의 산업폐기물매립장이다. 
 
이런 일을 벌이는 쌍용씨앤이는 과거의 ‘쌍용그룹’과는 무관한 회사이다. 지난 2017년 ‘한엔코 시멘트 홀딩스’라는 사모펀드가 쌍용씨앤이의 주식 77.44%를 인수했다. 그리고 ‘한앤코시멘트홀딩소’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사위인 한상원 씨가 대표로 있는 ‘한앤컴퍼니’가 만든 사모펀드이다. 한앤컴퍼니는 이런 식의 사모펀드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곳이다. 
 
이런 사모펀드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는 이유가 뭘까? 어차피 사모펀드는 이윤을 남기고 주식을 파는 것이 목적이다. 그것을 위해 쌍용씨앤이의 주식가치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서 수천억 원대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이윤을 남기고 떠난 자리에 무엇이 남을까? 석회석 폐광산에 산업폐기물을 매립할 경우에 침출수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매우 우려된다. 그리고 만약 오염이 발생할 경우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남한강이 오염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폐기물매립장에서는 각종 사고가 발생해 왔다. 2012년 충북 제천에서는 폭설로 인해 폐기물매립장 위를 덮은 에어돔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한 수습은 결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 98억 원을 들여서 했다. 이미 업체는 부도를 내고 ‘먹튀’를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시의 경우에도 매립이 끝난 고대 부곡 폐기물매립장의 관리를 지자체가 떠안은 실정이다. 매립장을 운영하던 업체가 매립이 끝난 후에 관리책임을 당진시로 떠넘긴 것이다. 그로 인해 당진시는 매년 폐기물매립장 관리에 예산을 사용하고 있고, 침출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산업폐기물을 매립해서 돈을 버는 것은 민간업체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굳이 산업폐기물 매립을 민간업체에게 맡길 이유가 없다. 
 
산업폐기물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지금처럼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입지에 마구잡이식으로 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민간업체들이 가지고 가는 막대한 이익을 공공영역에서 받아서 산업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매립장을 하는 소수의 업체들은 막대한 이윤을 올리지만, 지역주민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뒷수습을 떠안게 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구조이다. 
 
더구나 기후위기시대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산업폐기물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여야 한다. 매립장에서는 메탄과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민간업체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산업폐기물은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환경부와 국회가 각성해야

 
최근에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돈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모펀드와 건설업체들이 산업폐기물매립장 사업에 뛰어들 조짐까지 보인다. 인허가만 받으면 수백, 수천억 원의 이익이 보장된다고 하니,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인허가를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을 막아야 할 환경부는 오히려 업계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폐기물업체들이 만든 협회에서 환경부에 ‘지자체나 지방환경청이 폐기물매립장 인허가를 지연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면, 환경부가 지자체와 지방환경청에 그런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것이 확인됐다. 민간업체들의 탐욕을 통제하고, 폐기물처리의 공공성을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환경부가 자기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산업단지 안에 설치되는 폐기물매립장이 산업단지 바깥의 산업폐기물도 받아들이게 강제하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만약 이런 법률이 통과되게 되면 이미 산업단지 안에 폐기물매립장을 확보한 업체들은 더욱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전국의 폐기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업체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그 안에 산업폐기물매립장까지 집어넣으려고 할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이런 식의 졸속·특혜성 입법이 아니라, 산업폐기물 관리의 기본원칙부터 재정립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국가가 산업폐기물 관리의 책임을 지고, 특히 매립장은 민간영역에 맡기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공공영역에서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설치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폐기물 발생의 원인제공자가 더 많은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농촌마을에 산업폐기물을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립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산업폐기물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이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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