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거대한 전환, 시곗바늘을 돌려라

21대 국회, 공공성 강화와 생태민주주의로 나아가야

 
 
지난 2016년의 20대 총선 결과는 당시 노진철 총선특별위원회 위원장(현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의 평가처럼 한계는 분명했으나 낙선후보 20퍼센트 이상을 떨어뜨리는 성과도 있었다. 시민들은 당시 180석을 예상하던 보수여당 대신 야당을 제1당으로 선택했다. 확실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의 등장에 ‘타협과 협상의 정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결론적으로, 20대 국회는 아쉬움만 남기고 문을 닫았다. 20대 국회는 국정농단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최대 성과로, 촛불개혁입법의 불철저한 추진을 부끄러운 결과로 남겼다. 특히 선거법 개정 과정과 총선 과정에서 ‘당파적 이익에 골몰’하면서 시민의 이익이 아니라 직업 정치인들의 이익 실현에 나선 거대정당들의 이중성은 촛불시민들에게 상처로 남았다.
 

21대는 20대와 달라야 한다

 
2020년 5월 30일, 21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300명 중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여당이 탄생했다. 보수야당은 위축되었고, 진보야당과 소수정당들은 존재감을 잃었다. 당파적 이해 싸움에 실망했어도 개혁과제를 막힘 없이 추진하려면 안정적 의석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시민들의 결단으로 인한 결과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시민의 요구인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이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방역 부담과 경제위기가 중첩된 상황이다. 초국적기업의 국제분업에 의지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가 구조적 대붕괴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마당이다. 경제적 효율이 인권과 복지, 자연과 생태가치보다 우위에 있는 시대의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낡은 것의 균열이 반드시 더 긍정적인 변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바로 그 점에서 세계는 새로운 위기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기도 하다. 위기를 돌파하고 사람과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 효율 위에 두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21대 국회는 무엇을 의정활동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
 
기후위기에 대한 긴급대응  지난 5월 10일, 시민환경연구소는 문재인 정부 3년의 환경, 에너지정책을 평가해서 발표했다. 100여 명의 학계,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평가에서 환경정책은 5점 만점에 2.92점으로 보통 수준이었으나 에너지정책은 2.61점으로 현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동안 낙제점을 반복하는 정부들에 비하면 긍정적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시작할 때 밝힌 선명한 지향에 비해서 실제로 이뤄낸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회의 환경, 에너지 정책 기여도에 대해선 최하위라고 지적했고, 21대 국회의 최우선 입법과제는 「기후위기대응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후위기 대응운동을 펼치는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도 각 당이 내놓은 총선공약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각 정당들의 기후위기 대응 방향과 속도가 시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불러온 것은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기후위기와 전염병의 대유행을 뿌리와 줄기의 관계로 본 것이다. 
 
학계와 시민사회 전문가들, 기후 운동가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긴급한 대응’이 21대 국회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의정 과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1대 국회는 「기후위기대응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정책 전제 아래 온실가스 배출제로 목표 수립,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화석연료 보조금 정책과 같은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정책을 폐지하고 ‘2030 석탄발전 퇴출 로드맵’ 같은 탈화석연료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탈화석·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추진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이 거대한 전환 과정에서 ‘녹색 일자리’를 창출해 전환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탈핵에너지기본법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발표됐다. 2019년 대비 2034년까지 원전은 25.9퍼센트에서 23.6퍼센트, 석탄은 40.4퍼센트에서 28.6퍼센트, LNG는 25.6퍼센트에서 19.7퍼센트, 신재생은 5.2퍼센트에서 26.3퍼센트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비록 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는 있으나, 향후 15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화석연료와 원자력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불충분한 목표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보수야당과 핵산업에 미련을 가진 세력들은 ‘원전 포기정책’이라 비난하고 ‘전력계획 재수립’을 요구하는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민의는 180석이라는 압독적인 의석으로 탈핵,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했다. 21대 국회는 정부안보다 더욱 과감한 목표의 제시, 더욱 빠른 정책 이행 속도를 요구해야 한다. 21대 국회는 이를 위해 「탈핵에너지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4대강사업 이래 총선 때마다 반복된 공약이기도 하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일원화’ 정책이 실현되고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설치되는 과정에서도 4대강 재자연화는 핵심의제였다. ‘2018년 보 처리방안’을 확정하고, ‘2019년 4대강 재자연화로드맵’을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언이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4대강조사평가단’을 구성하고 재자연화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공언했던 속도는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가 끝나가는 아직까지도 금강, 영산강 보의 처리방안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21대 국회는 16개 보 처리방안 확정을 포함해서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4대강 자연성 회복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린뉴딜  한국형 뉴딜 10대 방향이 발표됐다.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며 국가기반시설을 디지털화한다는 3대 영역 아래 데이터 전주기 인프라 강화에서 디지털 물류서비스 체계 구축에 이르는 10대 중점과제가 선정됐다. 확실히, 토건 중심 건설 뉴딜은 아니다. 경제 디지털화 뉴딜이라면 모를까 새로운(New) 사업들이라 할 수도 없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뉴딜에 그린뉴딜을 포함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주문을 대하고도 ‘그린이 과연 한국 경제를 담아낼 틀이 될 수 있냐?’는 문제 제기가 대통령 주변 경제 관료들에게서 나왔다는 소리가 들린다. 대통령의 인식을 경제 관료들의 낡은 인식이 못따라가는 현실이다. 대통령이 ‘그린’이라고 부연한 대목이 더욱 구체화돼야 한다. 토건 중심이 아니라 디지털 중심이니까 뉴딜이라고 강변해선 안 된다. 
 
포스트코로나 한국 경제는 단지 토건사회만 아니면 되는 게 아니다. 대자본을 소유한 대기업의 경제지배에서 벗어나고, 환경, 생태, 복지를 외부화해온 낡은 경제관행에서 벗어나는 체제변환을 기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어떤 산업이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 산업을 작동시킬까?’는 더 중요하다. 산업과 경제의 생태적 전환, 소수만 열매를 독식하는 경제가 아니라 참여자 전체가 승리하는 경제 민주화를 향한 ‘그린’이 기획돼야 한다. 21대 국회가 나서서 한국형 뉴딜이 아니라 ‘그린뉴딜’이 되도록 감시해야 한다. 
 
토건개발시대의 완전한 종언  환경운동연합이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공약 전부를 살펴본 결과는 ‘그린’보다 ‘레드’에 가까웠다. 지역구 당선자 253명 중 67명이 반환경 개발계획을 공약했다. 전체 반환경 공약의 수는 101건으로 이 가운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보호구역 해제·완화가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케이블카·모노레일 설치(21건), 국립공원 재조정·개발(11건) 등 관광레저와 연관된 공약도 높은 비율이었다. 이 밖에 해저터널 등 재검토가 필요한 개발(11건), 항구·공항 건설(7건), 불필요한 지역 개발(4건), 조업구역 확장(1건) 순으로 나타났다. 개발공약을 앞세우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지역주민의 뜻대로’, ‘현실적’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명백한 토건개발사업 공약을 내걸었다. 토건개발사업을 ‘뉴딜’로 포장해서 지역구를 챙기고 자신의 2선, 3선을 대비하는 일을 21대 국회가 해서는 안 된다. 국가·사회가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녹녹한 시대가 아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가 기후위기,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테스트베드가 된 현실이다. 환경생태적 회복이 기후와 경제위기, 코로나19로 대표되는 공중보건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21대 국회는 당선을 위해 내걸었던 토건개발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공공성 강화·생태민주주의 전환을 시작하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자유무역과 집단안보라는 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부르던 나라들이 앞 다투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K방역’의 명성과 관련된 대통령의 전화외교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느낄 순 있지만 우리나라만 잘한다고 코로나19가 불러온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무역 체제에 그 어느 나라보다 밀착돼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마스크 생산하듯 단기간에 먹거리, 에너지, 자본과 지식 전 분야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감염위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21대 국회는 이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시간을 ‘국제적 공생에 기반을 둔 협력체계를 다시 세우고, 공공성을 확대·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의정활동을 펴나가야 한다. 
 
과제(△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구축 △공공의료 중심의 방역체계 점검과 재수립 △위축된 경제 회복 △경제적·지구적·생태적 불평등 구조 극복과 생태사회 전환)는 거대하고 방대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변화는 추동하는 동력의 부족 때문에 좌초하기도 하지만 더 자주 방향성의 상실로 동력의 충돌 때문에 좌초한다. 21대 국회가 과제 자체에 내재한 변화의 방향성을 착각하지 않는 단호한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21대 국회의 성공을 위해 질정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포스트코로나에는 더이상 실패해도 괜찮은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높이는 생태민주주의적 전환에 성공해야 우리와 지구에 미래가 있다. 사회적 공공성을 높이고 생태적 건강성을 키우는 변화, 21대 국회가 가야 할 방향이다. 
 
글 /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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