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오지 마라" 수원군공항 어쩌나

전투기소음 등 인근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수원 군공항 이전을 두고 논란이 크다 ⓒ대한민국공군
 
 
“탕 탕”
한낮 도시에서 뜬금없는 총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새를 쫓기 위해 쏜 총이다. 조만간 훈련을 시작할 모양이다.” 장동빈 경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아무렇지 않게 설명한다. 최근 이전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수원군공항 인근이다. 총소리에 놀랐지만 곧 닥칠 전투기 소음의 예고에 지나지 않았다.  
 

제발 떠나라!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수원군공항장을 뒤로하고 한 주민이 텃밭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수원군공항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와 화성시 사이 세류역 넘어 자리한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주둔해있는 수원군공항은 총 6.3제곱킬로미터 규모로 남북방향으로 약 4킬로미터의 활주로 시설과 탄약고 등을 갖추고 있다. 일제 강점기 말 일본에 의해 건설돼 일본군이 사용하다가 1954년 우리나라 공군에 관할권이 이양돼 전투 비행장으로 사용해왔다. 건설 당시엔 주변이 대부분 농경지였지만 시간이 흐르고 도시가 개발되고 확대되면서 수원 군공항은 도심 한 가운데 자리 잡게 됐고 큰 골칫거리가 됐다. 
 
전투기가 내는 소음피해가 가장 대표적이다. 군 비행장 소음 때문에 수원에 있던 서울대 농대가 이전하기도 했을 정도다. 당시 서울대 농대 학생과 교수들이 수원전투비행장에서 이·착륙하는 전투기 소음으로 각종 정밀기자재 설치는 물론 강의와 연구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이전을 요구한 것이다. 소음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군공항 인근 주민들도 전투기 소음으로 전화통화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지장을 받아왔다. 주민들의 거듭된 민원제기와 진정서 제출로 공군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만 비행을 하고 그 시간 외의 비행은 지자체장에게 통보하기로 했다. 또 전투기 엔진점검을 방음정비고(Hush House)에서 실시하겠다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굉음을 내는 전투기 소음에 주민들은 속수무책이다. 
 
2009년 서울대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가 진행한 ‘수원비행장 관련 피해’ 조사에 따르면 수원 공군비행장 주변 주민 10명 가운데 6명이 항공기 소음으로 두통과 청력 저하 등 건강상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아무런 지원도 보상도 없었다. 국회에서도 군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다. 피해주민들은 소송을 제기해 승소,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기도 했지만 피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후 1시 20분 수원시 평동,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고 전투기 한 대가 머리 위로 지나갔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곧 이어 다른 전투기 한 대도 뒤따랐다.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10분에 한 대꼴로 전투기는 계속 날아올랐다. “동시에 두 대가 뜨면 귀가 찢어질 것 같아요. 아이들도 놀라서 뛰어 들어와요. 우리 집사람은 귀까지 멀었어요. 그동안은 안보 때문에 참고 살았는데 더 이상은 안돼요. 빨리 나가야죠.” 지나가던 주민이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쉰다.  
 
주민들을 괴롭히는 건 소음뿐만 아니다.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낮게 뜨는 전투기는 그 자체로도 위협적이다.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늘 품고 사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어린이날을 맞아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열린 에어쇼 도중 항공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활주로 쪽으로 떨어져 조종사만 사망하고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혹여 마을로 떨어지는 사고라도 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고통에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군공항 이전과 폐쇄를 약속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전 논의는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종전부지 지자체장이 국방부장관에게 군공항 이전을 건의하면 건의를 받은 국방부 장관이 관계 지자체장과 협의하여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를 선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군 입장에서도 주민들의 소음피해 소송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배상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더 이상 도심에서 훈련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특별법이 제정된 후 수원시는 2014년 3월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고 국방부는 2015년 6월 수원시의 이전건의서를 승인, 그리고 지난 2월 16일 국방부는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오지마!

 
미군 사격장으로 전투기와 포탄 소음에 시달리던 매향리는 이제 철새들이 철마다 찾는 생명과 평화의 공간으로 살아나고 있다  ⓒ화성환경운동연합
 
국방부가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한 곳은 화성시 화옹지구. 여기로 군공항을 이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보다 2배 넘게 늘어난 총 15제곱킬로미터 면적에 활주로와 탄약고 등을 새로 짓고 최신 전투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화성시와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화성시는 국방부가 법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4조에 따라 국방부가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시 관계 지자체장과 협의해야 하는데 이러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예비이전후보지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화성시는 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결사반대 의사를 수차례 국방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방부는 사전 연구용역에서 9개의 예비이전후보지를 거론했지만 관할 지자체 모두 반대해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유치신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화옹지구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화옹지구 인근 주민들은 식량안보를 내세워 황금어장을 빼앗아 간척지로 만들어놓고 이제는 군공항까지 들여놓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더군다나 예비이전후보지는 미군 폭격장이 있던 매향리가 바로 지척이다. 매향리 주민들은 55년 동안 미군의 폭격장 때문에 폭격기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폭격장 폐쇄를 위해 힘들게 싸워왔다. 폭격장 폐쇄 후 이제 겨우 그간의 아픔을 추스리고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매향리 주민들에게 수원군공항 이전은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전만규 매향리주민대책위원장은 “전투기 소음은 보이지 않는 흉기다. 매향리에서도 사고보다 자살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고 나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미군 폭격장 폐쇄하고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해 평화가 온 줄 알았더니 군공항은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군공항 입지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비이전후보지 인근에는 화성호와 남양만, 매항리 갯벌이 있다. 이들 갯벌은 경기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자연갯벌로 도요물떼새를 비롯해 다양한 철새들이 철을 바꿔 찾는 곳이다. 박혜정 화성환경연합 팀장은 “화성호는 아직 해수유통이 되고 있고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역이다. 고니를 비롯해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찾아오고 인천 남동유수지에 사는 저어새가 이곳까지 날아든다.”며 “인근에 생태습지를 조성해놨는데 거기는 가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며 말했다. 
 
정한철 화성환경연합 사무국장은 “화옹지구가 최신 전투기와 각종 살상무기의 전시장이 되고, 중무장 비행 및 상시 야간훈련으로 동북아의 위기를 조성하는 화약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화성시에 또 다시 매향리와 간척사업의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반대하며, 이곳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생명과 평화의 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 논의가 아니라 필요성 논의가 먼저

 
“저건 암 덩어리에요. 헌데 나 살겠다고 암 덩어리 떼어서 다른 사람 줄 수 있어요?” 수원군공항 인근에 사는 주민의 말이다. 매향리 주민들도 군공항 인근 주민들의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수원군공항 문제를 수원과 화성, 두 지역의 갈등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역 시민사회들은 말한다. 
 
일부에서는 수원 군공항 이전 논의가 아니라 폐쇄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동빈 경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수원군공항은 시설이 노후화되고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최신 전투기를 가동할 수 없었고 소음 때문에 훈련시간, 훈련횟수 등에 제한을 받아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시설이었다. 10년 동안 죽어 있던 공항을 지금 다시 부활시켜 이전시켜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안보 측면에서도 수원군공항의 이전 확대보다는 폐쇄로 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남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장창원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군비 확대에도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은 더 커졌다. 아무리 군비를 확대한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한 전쟁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남북관계를 개선해 평화협정을 통한 군축이 답”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해 수원과 화성 주민들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물어야 한다. 수원 군공항은 필요한가?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