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앗아간 석면

석면 피해자 이성진 씨. 어린 시절 집과 학교 등에서 석면에 노출된 그는 만 18살에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을 진단 받았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그는 학창시절 체육시간을 좋아하는 활달한 아이였다.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체력장 점수는 거의 만점을 받을 정도로 건강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대신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했을 때도 소년은 낙담하지 않았다. 어서 기술자격증을 따 취업을 하고 연애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그 꿈은 얼마 가지 못했다. 시험을 하루 앞둔 어느 날 갑자기 40도가 넘는 열이 났다. 가까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는 왼쪽 폐에 물이 찼다며 그의 폐에 주사기를 꽂아 물을 빼주었다. 얼마나  많은 물이 찼는지 5번에 걸쳐 물을 뺐다. 물을 다 빼고 약까지 처방받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얼마 가지 않아 폐에 다시 물이 찼다. 큰 병원을 가보라는 의사 말에 한 대학병원을 찾아 다시 검사를 했고 그곳에서 그는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혹시나 싶어 국립암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검사결과를 설명하던 의사는 이렇게 어린 중피종 환자는 처음이라며 놀랐지만 정작 그는 처음 듣는 병명에 병의 심각성 조차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만 18세였던 그는 국립암센터 소아과에 입원했고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그제야 악성중피종이 얼마나 끔찍한 병인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됐다는 그, 석면 피해자 이성진 씨의 이야기다. 
 

1군 발암물질 석면

 
악성 중피종은 폐나 심장, 배 등을 둘러싼 막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주로 흉막에서 발생한다.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발병 원인의 90퍼센트가 석면 노출과 관련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악성중피종은 대표적인 석면암으로 분류된다. 석면폐증, 원발성폐암, 미만성흉막비후 등도 대표적인 석면암으로 분류된다.     
 
석면은 ‘돌에서 뽑아낸 실’이라는 뜻으로 사문석이나 감섬석 같은 광물에 가는 바늘 형태의 섬유로 존재한다. ‘불멸의 물질’로 불릴 정도로 불에 잘 타지 않고 잘 끊어지지 않는데다 실처럼 천을 짤 수도 있어 군수용품에서 슬레이트 지붕이나 밤라이트, 천정재 같은 건축자재, 전기제품 등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간 석면은 흉기가 된다.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날카로운 석면 가루는 한 번 몸 안에 들어오면 몸 밖으로 나가지 않고 폐 등에 박혀 오랫동안 염증을 일으켜 암 같은 질병을 가져오고 급기야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석면을 1군발암물질로 규정했고 우리나라도 2006년 석면 함유 제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다 2009년 1월부터 전면 금지시켰다. 
 
일반적으로 석면에 노출되고 그 피해가 발생하기까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40년에 달한다. 만 18세에 발병된 이성진 씨는 어린 시절 석면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석면광산이 있거나 석면공장이 있던 곳이 아니다. 가족 중 석면 관련 일을 한 이도 없다. 도대체 어떻게 석면에 노출된 것일까.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20대 청년이 어떻게 석면 암에 걸렸는지 그의 어린 시절을 따라가 봤다.   
 

어린 시절 곳곳에 숨어있던 석면  

 
그는 1991년 충남 아산의 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나 20세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의 아버지는 어릴 적 그가 살던 집에 슬레이트 지붕을 기억했다. 성진 씨가 4살 때 마루식 집을 현관식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했는데 그때 마루 위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했다는 것이다. 공사 먼지가 날리는 그곳에 어린 성진 씨가 있었다고 그의 아버지는 기억했다. 성진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일을 떠올렸다. “옆집이 고모부 댁이었는데 슬레이트 지붕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공사를 하셨어요. 방학 중이라 공사를 도와주기도 했어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마을 곳곳에 슬레이트 지붕재가 널브러져 있었고 심지어 친구들과 슬레이트 지붕재를 조각내 놀기도 했다. 하지만 성진 씨와 친구들의 놀이를 말리는 이는 없었다. 
 
2019년 5월 그는 그가 살던 마을을 찾아갔다. 여전히 마을 곳곳에 슬레이트 지붕재가 있는 집들이 적지 않았다. 석면슬레이트 지붕재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양철지붕을 얹은 집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석면 슬레이트를 철거하지 않은 이상 하나마나한 공사다.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그가 살던 집 주변에서 슬레이트 지붕재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백석면이 검출됐다. 
 
그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찾았다. 학교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교실과 복도 천장 텍스가 석면이었다. 건물 내외부를 리모델링했지만 석면이 함유된 천장재는 그대로 있었다. 학교 직원은 2020년에 석면철거가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학교가 끝나면 다녔다는 학원도 찾았다. 학원은 초등학교 바로 앞 상가건물에 입주해 있었는데 현재는 건물 대부분이 비워져 있었고 내부 공사 중이었다. 건물 천장 일부가 뜯겨져 있기도 했는데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백석면 3퍼센트가 검출됐다. 
 
결국 그가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집과 학교, 학원 등에 석면이 있었고 그도 모르는 사이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다. 
 

사용 금지 됐지만 피해는 진행 중

 
석면구제법에 따라 석면피해를 인정받은 이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2019년 6월 30일 기준) 총 4200명(특별유족 제외)이 넘는다. 2009년 석면사용 및 유통을 전면 금지했지만 피해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석면의 오랜 잠복기 특성 상 60대 이후 피해자가 전체 84.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만 20대, 30대 피해자도 각각 11명, 34명이나 된다. 석면사용은 금지되었지만 예전에 사용한 석면제품들이 다수 남아있고 이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2009년 석면사용이 금지되기 전에 설립된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전체 학교 중 98퍼센트에 달한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학교석면해체 및 제거공사를 완료하겠다며 계획을 세우고 2018년에는 학교시설 석면 해체제거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공사 후에 석면 잔재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매뉴얼대로 공사를 진행할 업체조차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환경개선공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석면해체제거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장실 개선공사, 냉난방기교체공사, LED전등교체공사, 내진보강공사 등을 진행할 경우 석면이 비산돼 학생들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이 석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뿐만 아니다. 집이나 건물 등에는 석면 슬레이트나 석면 천장재처럼 석면 제품을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했는데 이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특히나 대규모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그 위험이 더 크고 노출 범위도 더 넓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석면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와 재건축 현장에서 석면노출을 방지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석면폐기물 안전 관리에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 곳곳에 방치된 석면슬레이트 지붕재에 대해선 범국민 캠페인을 통해 대대적인 안전제거 작업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석면암 청년의 호소

 
병원 입원 후 그는 4번의 항암치료 후 왼쪽 폐를 모두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13번의 항암치료와 33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투병으로 꽃다운 20대를 보낸 그는 어느새 28살이 됐다. 요즘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깨통증이 심하고 불면증까지 생겨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과 연애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나마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지원되는 요양생활수당으로 치료를 받고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중단될까 불안해했다.    
 
그런 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7월 3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선 그는 마이크를 잡았다. “석면질환은 정말 위험한 질병입니다. 아직 우리 생활 곳곳에는 수많은 석면들이 방치되어 있습니다. 최소한 방치된 석면들이 안전하게 철거돼 저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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