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충남에 드리운 석면의 긴 그림자

부산 영도구의 일명 깡깡이마을의 석면슬레이트 가옥에서 석면폐 피해자 박영구 씨가 석면위험지역임을 표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슬레이트로 인한 석면오염 외에 선박수리 과정에서 나오는 석면에 노출되어 왔다 Ⓒ최예용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섬유 형태 결정의 자연광물이다. 극히 유연하고 1200℃의 고온에서도 잘 견디는 보온성·내화성이 뛰어나 채광, 가공/제조를 거쳐 천장재·단열재·슬레이트 지붕재 등 건축자재를 비롯한 다양한 용도로 전 세계에서 오래 전부터 애용했다. 한국에서는 1930년대 일제가 군수용으로 개발한 석면광산이 충남을 중심으로 다수 있었고 이들은 1980년대까지 가동됐다.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 시기에 석면슬레이트를 전국 규모로 사용했다. 이어진 경제개발시기에 자동차·전자·건축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자 해외에서 대규모로 석면원료와 제품을 수입했다. 
 

직업병 일으키다 환경성 질환 부르는 공해로

 
한국 석면 문제는 2005년 이전에는 석면원료를 취급하는 일부 노동자들이 겪는 직업병과 산업재해로 인식됐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재건축·재개발지역에서 환경성 석면노출 문제가 불거졌고 이후 폐석면광산, 지하철석면, 학교석면 등 직업과 무관한 일반 환경에서 지역주민들이 석면노출과 석면피해를 경험하면서 석면 문제는 관련 질환을 일으키는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석면사용 금지(2008) 이전에 사용된 석면건축물이 노후화되어 생활환경 속으로 석면오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특히 전국에서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대규모 석면철거가 이루어지지만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지역주민들과 노동자들의 석면노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2021년 들어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10년을 맞아 법 시행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1월부터 2021년 9월말까지 10년 9개월 동안의 구제법 시행결과를 보면, 모두 7921명이 접수됐고 이중 6519명은 생존, 1402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로 유족이 구제신청을 했다. 이중 5474명이 구제대상으로 인정받았고(인정률 69.1%) 이중 생존자는 4521명 사망자는 953명이다. 불인정자는 2447명이다. 인정자 5474명을 질환별로 살펴보면, 석면폐가 60% 3266명으로 가장 많고, 악성중피종이 22% 1227명, 폐암18% 977명, 미만성흉막비후 4명이다. 인정자 5474명 중에서최근까지 사망이 확인된 경우는 34% 1841명으로 인정자 10명 중 3~4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매우 높다. 생존상태에서 구제인정을 받았으나 이후 지금까지 사망한 888명과 구제인정 이전에 사망한 953명을 합해 1841명이다. 
 

일제·산업화·새마을운동, 석면 피해의 세 뿌리

 
지자체별 석면피해 현황을 보면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충남이 가장 많고 다음이 부산이다. 2021년 9월까지의 현황을 보면 충남의 석면피해구제인정자는 1981명으로 전국 5474명의 36.4%이고, 부산은 908명으로 전국의 16.6%이다. 두 지자체에서만 2889명으로 전국의 절반이 넘는 53%나 된다. 반면 두 지자체의 인구는 전국의 10.7%에 불과하다. 즉 두 지역은 인구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석면피해자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석면피해는 인구에 비례하는데 충남은 인구에 비해 8.6배나 많고, 부산은 2.6배나 많다. 다른 지자체들은 대체로 인구에 비례해서 석면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충남에서 석면피해가 많은 이유는 과거의 석면광산이 홍성군, 보령군에 밀집해있기 때문으로 충남에서도 이 두 지역에 피해자가 몰려있다. 석면공장이 아닌 주민 거주지역에서 석면폐환자가 집중발병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충남의 홍성과 보령은 세계적인 석면폐 집중다발 핫스팟(hot spot)이라고 할 수 있다. 충남도가 파악한 지역 내 폐석면광산은 모두 25곳으로 이중 16곳에서의 인근 주민에 대한 석면질환 건강조사가 진행되었고 9곳에서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이외 석면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큰 사문석이나 활석(탈크) 광산이 10개나 더 있다. 충남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석면피해자들은 과거 이들 광산에서 일한 적이 있거나 이들 광산 인근에서 오랫동안 거주해온 주민들이다.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가 군수물자인 석면을 공급하기 위해  집중 개발됐던 석면광산문제가 뒤늦게 석면질환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석면피해자가 많은 이유는 석면공장과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지역 그리고 조선소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산의 11개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지역에서 119명 주민들의 석면질환 집단발병을 확인하고 석면피해구제법에 의거해 피해구제자로 인정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석면슬레이트 지붕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의 건강모니터링을 통해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지역 거주주민의 집단적 석면피해가 확인됐다는 보고는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환경부와 부산시가 부산지역의 석면슬레이트 밀집지역에서 119명의 석면질환자를 찾아낸 것은 산업화와 새마을운동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석면질환은 10~40년의 석면노출의 긴 잠복기를 거친 후에 발병되므로 앞으로도 많은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전국에 140만 동의 석면슬레이트 건물이 있다(2017 환경부). 건물 5개 가운데 1개꼴로 석면슬레이트가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부산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지역 주민들에게서 석면질환 집단발병이 확인된 만큼 이들 지역에 국한된 주민건강모니터링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부산의 석면공장 29개, 슬레이트 지역 11개, 조선소 34개 등 모두 74개 석면노출 우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현재는 다른 지역에서 살지만 과거 이들 지역에서 거주했던 거주력이 있는 시민들에게서 석면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추적조사와 개별적 안내도 필요하다. 나아가 이들 지역에서의 거주력이 있는 분들이 사망한 경우에 대한 추적조사도 가능한 범위에서 실시해야 한다.  
 

석면피해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석면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세계보건기구에서 오래전부터 석면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는 난소암, 후두암과 석면 관련성이 있다고 의학계에서 제기되는 위암 등 구제인정 대상질환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구제인정된 피해자의 구제지원 수준을 높여 직업성 산재보험과 차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불인정된 석면질환자들에 대한 추가 구제조치가 필요하다. 넷째, 석면질환 집단발병이 확인된 지역의 석면슬레이트 제거 특별사업이 필요하다. 추가적인 석면노출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다섯째, 충남과 부산에 석면피해 교육관을 설립해 석면피해에 관한 사회적 기록과 교훈을 남겨야 한다. 여섯째, 석면질환자 및 코로나19 관련 고연령, 호흡기질환자를 위한 전문클리닉 기능이 필요하다.
 
글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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