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에는 늦다 한빛원전을 멈춰라

한빛원전 ⓒ한국수력원자력
 
지난 11월 25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을 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을 했다. 며칠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한빛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부실 공사 의혹과 관련하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핵발전 설비에 있어서 실제적인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두산중공업. 증기발생기에서 이물질 발견 등 중대한 하자가 있어도 책임을 묻지 않았던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더구나 탈핵진영으로부터 규제기관으로서 책임과 위상에 크게 의심 받아왔던 원안위도 수사가 채 끝나기 전에 검찰에 수사 의뢰를 서슴지 않았다. 도대체 한빛5호기 원자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건의 개요

 
한수원은 지난 4월 5일, 한빛5호기 제13차 계획예방정비에 착수한다. 13차 정비에서는 ‘원자로 상부헤드 J-홈 용접부에 대해 결함 예방’을 위해 ‘Alloy 690’이라는 재료를 이용한 덧씌움 용접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동안 핵발전 설비 용접부분에 사용되었던 용접재료들이 핵발전의 고온고압 상황에 견디지 못하고 균열되는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Alloy 690은 기존에 사용해온 Alloy 600 소재보다 크롬 함량을 높여 물로 인한 부식 균열(수응력 부식 균열)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도록 개발된 소재다. 
 
그런데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외부 정기 육안검사 중 제어봉 관통관 #49번이 위치한 원자로 헤드 표면에서 붕산 석출이 확인되었다. 1차 수응력 부식 균열에 의한 관통관 결함이다. 즉, 높은 온도의 물로 인해 원자로헤드 용접 부위에 균열이 생겼고, 그 균열 사이로 나온 붕산이 발견된 것이다. 균열이 발견된 관통관은 제어봉이 핵연료봉 사이에 제대로 들어가서 핵분열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어봉의 삽입통로다. 제어봉 삽입을 안내하는 안내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원자로 헤드를 관통하고 있다. 관통관이 파괴되면 제어봉 삽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핵분열을 중단시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최악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관통관의 균열은 심각한 문제다. 
 
붕산 발견 이후 전체 관통부 표면검사(PT)에 총84개소 중 35개소에서 결함이 확인되었다. 이에 한수원은 예초에 예방용접으로 정비하려던 계획에서 결함부분 35개소를 ‘결함정비’로 수정하는 ‘관통부 용접 대체적용’을 원안위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쉽게 말해 정상인 곳은 3층(겹) 두께로 용접하고(예방용접), 결함이 발견된 곳은 한 층을 더 쌓아 4층 두께로 용접을(대체적용)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원안위로부터 관통부 용접 대체적용 계획을 승인받고,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6월 19일 ‘결함부분 35개소 관통관 용접부 보수용접’ 및 ‘기타 49개 관통관 예방용접’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7월 25~26일 작업과정에서 용접작업 교대자에 의해 관통관 69번 용접부위에 품질계획서에 맞지 않는 재료가 사용된 것이 확인되었다. 한수원은 7월 27일경 원안위에 용접오류를 보고하고 기 시공된 57개소 관통관 용접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실제로는 두산중공업이 조사). 그리고 용접오류가 확인된 관통관 #69번 이외에는 정상적으로 용접되었음을 원안위에 보고했다.(7월 29일). 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의 담당검사원도 7월 28~29일까지 한수원 용접오류 원인 조사를 진행, 57개소 관통관 전수조사결과 및 재방방지대책을 확인하였다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KINS 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원안위는 바로 그날(7월 29일) 한수원에 관통관 69번 재시공 및 잔여 관통관 용접작업 재개를 허용했고 용접작업은 9월 10일 마무리됐다.
 
고창 주민이 영상으로 찍은 10월 26일 한빛5호기 상황. 원자로가 정지되던 당시 현장에서 다량의 증기가 방출됐다 자료제공 광주환경운동연합
 
그리고 10월 7일 한수원은 한빛5호기가 제13차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6일부터 발전을 재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한빛5호기 원자로가 정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월 26일 한수원은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새로 교체한 증기발생기에서 수위 이상이 발생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발전소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고 원안위 역시 정기검사 도중 발생한 이번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여 안전성 확인 후 정기검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원자로가 자동 정지된 원인을 조사하던 중 ‘제어봉 관통관 부실 용접’(비규격재료사용)이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이라는 공익제보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즉, 부실시공이 이루어졌고, 부실시공에 대한 조사 및 검증이 엉터리였던 것이다. 은폐된 부실시공의 개수가 몇 개인지 차이만 있을 뿐 공익제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과정에서 사실로 밝혀졌다. 
 
무능력했거나 묵인했거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엄재식 위원장은 지난 11월 27일 회의를 열어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부실정비 의혹규명 특별점검 및 향후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한빛5호기 신규 증기발생기 수위이상으로 발생한 원자로 정지 건은 ‘주증기 우회제어계통’ 미작동으로 알려졌고, 앞으로 근본적인 원인조사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원자로 헤드 부실용접(이하 부실용접) 사건이 검찰 고발에까지 이르는 워낙 큰 상황이기에 이 글에서는 부실용접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이번 부실용접 사건의 과정을 요약하면 ‘부실용접 → 조사 → (허위, 조작)보고서 → 검증, 확인 → 승인’ 이다. 부실용접과 허위(or 조작)조사를 한 두산중공업 뿐만 아니라 이를 검증한 KINS와 승인한 원안위도 그 무거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수원과 원안위가 두산중공업을 검찰 고발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한 행위는 전형적인 책임전가, 꼬리 자르기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부실시공자가 검증을?

 
한수원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위해 시공 과정을 면밀히 관리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지난 7월에 한빛5호기 원자로 헤드 엉터리 용접에 관한 문제가 작업자에 의해 보고되었고, 이내 기 시공한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한수원이 직접 조사하거나 제3기관에 의뢰하여 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함에도 엉터리로 시공한 두산중공업에 조사를 하게 한 것은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었다. 이점에서 한수원은 안전을 최우선해야 사업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검증보고서 제대로 검토했나?

 
KINS와 원안위는 두산중공업이 작성한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J-Weld 용접부 건전성확인 보고’(이하 검증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했는가. 아니면 검토했으나 그냥 넘어갔는가. 검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한수원, KINS, 원안위는 최소한 검증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거나,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거나, 검증보고서 조작을 묵인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두산중공업이 작성한 검증보고서를 크게 분석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 가지 부분에서 의문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조사(검사)방법이 적절하지 못했다. 검증보고서에 기재된 ‘PMI측정’이나 ‘Ferrite 값 측정’은 용접부의 표면만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원자로 헤드 용접은 균열부분 4층(겹), 균열이 없는 부분 3층(겹)으로 용접이 이루어지는데, 위 두 검사방법은 표면만 검사하는 방법이므로 심층부(4층 또는 3층 미만)까지 전부 Alloy690 재질의 용접봉을 사용하였는지, 엉터리 용접을 했는지 검증이 되지 않는다. 한수원, KINS, 원안위가 이 조사방법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면, 이들의 주장대로 조작과 은폐를 몰랐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둘째, 검증 보고서에 기재된 작업영상 확인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최근에 발표한 원안위 중간보고서를 살펴보면 ‘용접재료 변경구간, 용접층 변경구간’ 집중점검이 약 470시간, 전체 용접 영상 점검 25개 관통관이 약 1100시간 소요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작성한 검증보고서를 보면 밤 새워 했다는 전제하에 7월 28일 17:00부터 29일 09:00까지 약 15시간 동안 영상을 검토한 것으로 나온다. 정상적인 작업영상 확인 검증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과연 이 세 기관은 이 보고서를 보고 정말 몰랐을까? 
 
위에서 언급한 ‘적절하지 못한 검사’와 ‘부족한 영상조사시간’은 별도의 확인 작업이 없더라도 전문가라면 직관적으로 의구심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
 

핵발전소를 당장 멈춰라

 
광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한빛핵발전소 대응호남권공동행동은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부실용접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와 함게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의 조작, 은폐를 전혀 몰랐다며 수사 의뢰한 것은 전형적인 책임전가와 꼬리 자르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빛 핵발전소 5호기 재가동 승인과정에 검증과 규제, 관리감독의 책임 있는 KINS, 원안위 또한 조작, 은폐된 사실을 재가동 승인 전 밝혀내지 못한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 이들은 최소한 무능력하거나 이번 사건을 묵인하였다.
 
현재 한빛5호기 원자로 헤드 부실용접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현재까지 본격적인 수사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도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지역주민, 시민활동가들이 동분서주할 뿐이다. 부실용접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 과정에서의 또 다른 문제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핵발전소의 사고는 그 경중을 떠나 매우 위험하다. 사고의 위험이 수백만 분의 1, 수억·수조분의 1이라도 한 번의 사고는 그 이전으로 절대 돌이킬 수 없다. 사고 후에는 늦는다. 핵발전소를 운영, 관리, 규제하는 데 꼼수와 부실, 허위, 무능으로 일관한다면, 핵발전소의 안전성은 더 이상 담보되지 않는다. 핵발전소를 당장 멈춰야 한다. 
 
글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