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드러난 방사능 오염 “간절히 바라옵건데 이주”

‘이주만이 살 길’이라며 관을 끌고 월성원전으로 향하는 주민들 ⓒ경주환경운동연합
 
주민들은 오늘도 상여와 관을 끌고 월성원전으로 향한다. 구슬픈 상여소리에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주민들은 아무런 표정도 말도 없이 월성원전 정문 앞까지 간다. 상여 위 핵발전소 모형을 감싼 현수막은 그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길에서 보냈는지 말해주듯 빛이 바랬다. 색도 그림도 글자도 희미해졌지만 ‘원전주민 이주대책 마련하라’는 글자는 남았다. 각자 관을 들고 나선 행렬이지만 실상은 제발 살려 달라는 호소다.   
 
이들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와 나산리에 사는 주민들이다. 더 정확히는 불과 1km 안에서 핵발전소 6기와 함께 사는 주민들이다.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다. 1983년 월성1호기를 시작으로 월성2호기, 월성3호기, 월성4호기, 신월성1호기, 신월성2호기가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들어섰다. 원전제한구역 914m 밖이라는 이유로 이주 대상에서도 빠졌다. 이들에게 이곳은 ‘창살 없는 수용소’ ‘방사능 피폭 위험지역’일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들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갑상선암 등 암 선고를 받은 주민들도 적지 않다. 떠나고 싶지만 핵발전소 때문에 여의치 않다. 전 재산인 집과 땅을 팔아 이주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위험한 핵발전소 옆의 땅과 집을 누가 사겠는가. 급기야 최근에 월성핵발전소 부지 내에서 고농도의 삼중수소가 새고 있다는 의혹마저 사실로 드러났다. 
 

사실로 드러난 방사능 유출

 
지난해 12월 월성핵발전소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가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함께 조사 전반에 대한 각계의 의견 전달 및 모니터링을 위한 현안소통협의회를 구성해 지난 3월 30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0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현안소통협의회(이하 조사단)은 월성원전(부지 내) 삼중수소 제1차 조사 경과를 발표했다. 현실은 우려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1차 조사 경과에 따르면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이하 ‘SFB’) 주변의 토양 및 물 시료에서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세슘-137(Cs-137)도 검출되었다. 세슘-137은 감마핵종으로 자연 상태에선 존재할 수 없으며 핵발전소 사고나 핵실험, 핵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인공방사능 물질이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한수원은 감마핵종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구조물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토양 시료에서 세슘-137이 최대 370Bq/kg 검출되었고, 물 시료에서도 세슘-137이 최대 140Bq/kg이 검출되었다. 세슘-137은 100Bq/kg이 넘으면 핵폐기물로 분류돼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주변 물 시료에서도 고농도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최대 75.6만Bq/L로 최초 논란이 된 월성3호기 터빈갤러리 맨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최대 71.3만Bq/L)보다 높다. 또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누설수의 삼중수소 농도(15만~45만Bq/L)보다 더 높게 측정됐지만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유입경로를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구조물에 심각한 결함도 확인했다. 핵연료는 사용 후에도 높은 열과 방사능을 가지고 있어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안 수조에 넣어 임시 저장하고 있다. 이때 사용후핵연료 방사능과 냉각재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이중삼중의 차폐를 하고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1997년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벽체에 균열이 생겼고 이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차수막을 원 설계와 다른 구조로 시공, 그 시점 이후부터 의도했던 차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으로 조사단은 판단했다. 또한 만약 누설수가 발생할 경우 차수막 하부에 설치한 유공관을 통해 누설수가 집수관으로 흐르도록 했지만 2010년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차수벽 보강공사와 2012년 월성1호기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 건물 설치 공사 과정에서 유공관이 손상돼 이마저도 여의치 못했다. 거기에 더해 2012년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 건물설치공사 중 지반보강용 기초파일을 시공하다 구조물 바닥에 설치된 차수막을 손상시켰다. 조사단은 내부 방수보수 공사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아 누수량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고준위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저장조에 틈이 생겼고 이로 인해 주변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1997년부터 무려 24년이 지나서야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아직 조사가 더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만으로도 그 동안 국내 원전의 안전이 얼마나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조사단은 기타사항으로 △한수원이 조사단 협의 없이 조사대상인 1호기 SFB 저장조 차수벽 및 차수막을 제거하여 SFB 차수 구조물의 상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며 △한수원이 제공한 자료에는 선명하지 않은 도면이 있어서 구조 파악에 어려움이 있으며 답변자료 제출도 더디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방사성물질의 환경 유출에 대한 조사를 위해 추가 시추공을 통해 지하수 분석이 필요하나 시추공 시공이 늦어져 원활한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탈핵시민행동은 논평을 통해 “원전의 안전과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한수원과 원안위의 직무 유기이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없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온 한수원과 원안위의 명백한 과실”이라며 한수원과 원안위에 부실한 안전 관리와 허술한 보수 공사 과정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수원과 원안위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남은 조사를 철저하게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 원전 규제 체계의 문제를 제대로 보완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주지원법 이번엔 통과돼야

 
점점 안전하지 않은 곳임이 명백해지고 있지만 정부도 한수원도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증설하겠다고 결정했다. 핵발전소 6기에 더해 ‘불법 핵쓰레기장’까지 추가로 들어서게 됐다며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다행히 지난 8월 26일,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이주 지원을 골자로 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발주법)」이 발의됐다.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김병욱, 김정호, 민형배, 양이원영, 용혜인, 우원식, 윤준병, 윤후덕, 이규민, 이수진, 이학영, 임종성, 전재수, 정청래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계속되는 원자력발전소의 크고 작은 사고 등이 알려지면서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원전사고 및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고, 주변지역의 토지 및 주택의 처분이 어려워 이주를 원하는 주민들이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에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설정된 제한구역과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 대하여 이주대책지원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개정안을 제안한 이유를 담았다. 이들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인접지역 이주대책지원사업’을 신설하고 구체적으로 가동·건설 중이거나 건설할 예정인 원자력발전소의 인접지역(「원자력안전법」 제89조제1항에 따라 설정된 제한구역과 인접한 지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을 말한다)에 거주하는 주민에 대하여 이주대책지원사업을 실시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비용은 기금에서 부담한다.   
 
양이원영 의원은 “원전 인근에서 살지 않는 사람은 체내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 원전의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과 같다.”며  “재산권 침해로 이주조차 쉽지 않아 방사성 물질로부터 피할 수도 없는 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법안 통과 필요성을 주장했다. 
 
2014년 8월 24일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째. 안전한 곳으로의 이주를 요구해온 주민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7주년을 맞아 지난 8월 27일 한자리에 모였다. 핵발전소 없는 안전한 곳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길, 더 이상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기를, 이번 7주년 행사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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