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화학물질 팩트체크 12] 한때는 ‘기적의 물질’ 이었던 석면

최근 미국 법원이 글로벌 기업 존슨앤드존슨의 석면 성분 파우더 제품을 사용했다가 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낸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나라도 2009년 베이비파우더 파동 이후, 지금까지 석면과의 전쟁 중이다. 우리에게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진 석면이 한때는 ‘기적의 물질’, ‘마법의 물질’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 
 
석면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천연 광물이다. 실제로 석면은 특정 광물명이 아닌, 매우 가느다란 섬유 가닥을 한 다양한 광물들을 통틀어 석면이라고 통칭한다. 석면은 썩지도 않고, 뜨거운 불에 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인류는 석면을 캐내 여러 형태로 가공하고, 다른 물질을 섞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사용했다. 화장품, 건축자재, 생활용품, 전자제품, 군수물자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사용되었다.
 

1군 발암물질 석면

 
석면의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1930년대 석면폐증, 1950년대에 폐암 및 1960년대 중피종 등 석면에 의한 질병이 차차 알려지면서, 유럽 국가들은 1980년대에 석면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1990년대 들어서야 전면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석면함유제품을 단계적으로 금지해왔으나, 2009년 4월 1일 베이비 파우더 석면 파동 이후 석면 함유제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같은 달 9일 석면 및 석면 함유 제품의 수입·제조·사용 금지를 시행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생산된 생활/가전제품 중에는 석면이 함유된 제품들이 남아 있고 사용 금지 전에 건축된 건물의 천장, 벽체, 단열재나 오래된 지하철 역사의 지붕 등에도 석면이 남아있다.
 
 
극세 섬유에 가까운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석면은 솜처럼 가벼워 공기에 떠다닐 수 있고, 호흡을 통해 우리의 호흡기로 쉽게 흡입되면서 폐와 허파꽈리에 박히게 된다. 석면은 노출시 바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최소 10년에서 최대 50년 동안 긴 잠복기를 거치게 되면서 폐암, 석면폐, 후두암, 난소암 등을 유발한다.
 
게다가 석면처럼 해로운 물질의 영향은 어린이, 청소년에게서 더 크게 나타난다. 실내 건물의 바닥재, 실내용품 등에 사용된 석면이 아이들의 식도, 호흡기 등을 통해 체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유해물질에 가장 민감한 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2027년까지 모든 석면 제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09년 석면 사용금지 이전 설립된 유치원, 초중고교가 98퍼센트(5077교)에 달한다. 석면으로부터 안전을 바라는 국민의 바람과는 달리 현장에서는 다수 엉터리 공사로 학교 교실과 복도에 석면 구조물이나 폐기물이 방치되어 있거나, 석면 분진이나 조각이 검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학교석면공사를 실시한 전국 614개 학교 중 62.2퍼센트인 382개 학교에서 고용노동부 안전성 평가 최하위 D등급과 안전성평가 미평가업체가 석면해체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의 불안과 걱정은 증가하고 있고, 이를 보여주듯 학교 및 생활 속 석면 제거 작업의 철저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수도 적지 않다.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전 세계적으로도 석면이 발암물질인 것은 인식하고 있으나 여전히 석면을 생산 또는 사용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아직 석면을 생산하고 수출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전 세계 석면 제조 및 사용의 65퍼센트나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석면 공장이 국내 제조가 금지되자 외국으로 이전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현재까지 석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2011년 환경부 석면구제법이 시행으로 환경적 노출로 인한 석면 피해자로 인정된 피해자는 2019년 3월까지 모두 2774명(사망자 566명 포함)이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석면 관련 산재처리 승인자 목록현황’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석면질환자는 162명(2017년 6월 말 기준)이다. 직업성 질환자로 석면 피해자가 많지 않은 이유는 ‘산업 재해’로 인정받지 못해서거나, 또는 피해 사실을 ‘몰라서’ 신고하지 않는 피해자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공식 집계보다 실제 피해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 
 
2009년 석면 파동 이전까지 아무도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환경부는 국내 석면 사용 시기 등을 감안할 때 석면 질환인 악성중피종 발생이 2045년 최고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유해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하루아침에 지워버리거나 없애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언제쯤 석면과의 동거를 끝낼 수 있을까.
 
글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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