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 없다던 원전주변 보고서, 엉터리였다!

과거 '무뇌아 사건' 논란이 있었던 한빛(옛 영광) 원전 사진출처 원자력안전위원회
 
‘영광원전 무뇌아 사건’이라고 불렀다. 26년 전의 일이다. 1989년 7월 영광원전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의 부인이 무뇌아를 두 번이나 유산했다는 뉴스가 큰 화제가 되었다. 한국에서 11번째와 12번째로 세워지는 영광원전 3, 4호기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우려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때였다. 영광원전 3, 4호기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국내기술로 설계된 소위 ‘한국형 원전’의 첫 시도였다. 이전까지는 100퍼센트 외국에서 들여오다가 설계를 한국에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부품과 기술은 모두 외국 것이었지만 국내기술로 시도되는 것이라 하여 원전추진 쪽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였고 원전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안전문제에서 불안감을 더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때 원전근무자 가족이 두 번이나 무뇌아를 유산했다는 소식은 지역주민과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방사능 노출로 인한 피해사례가 아니냐는 우려로 받아들여졌다. 의학계는 드물게 뇌가 없는 태아가 생길 수 있는데 원인은 잘 모른다고 했다. 방사능 노출이 원인이 아니라고 누구도 단정하지 못하는 상황. 대부분 사람들이 처음 들어보는 장애 또는 돌연변이 태아가 하필이면 원전근무자에게서 그것도 두 번이나 발생했다는 사실이 단순한 우연적인 상황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못한 상황이었다.


원전이 오히려 암발생 줄인다는 기존의 원전주변연구


국회에서도 이 사건은 원전안전에 대한 의문으로 지적되었고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을 조사하는 대규모 역학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원전종사자 및 주변주민 역학조사 연구’(이하 원전주변연구)라는 이름의 역학조사는 1990년 4월부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안윤옥 교수를 책임자로 하고 영광, 고리, 월성, 울진 등 전국 4개 원전지역 인근의 대학병원과 그 외 기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진행되었다.
질병의 원인을 조사하는 방법은 크게 환자-대조군 연구와 코호트 연구로 나뉘는데 원전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 방식은 역학연구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코호트 연구였다. 코호트 연구란 어떤 지역이나 집단 중에서 건강한 사람들을 대규모로 선정하여 수십 년에 걸쳐 추적하면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시간이 흘러 이들 중 암이나 특정 질환이 발생한 경우가 나오면 추적대상 중 건강한 그룹과 어떤 질병발생요인에서 차이가 나는지 파악하는 연구기법이다. 환자-대조군 연구는 짧은 시간동안 질병이 발생한 환자군과 유사한 조건에 있는 비교집단 간의 대조를 통해 차이가 나는 점을 질병의 원인으로 추정하는 방식인데 여러 제한요인이 많아 코호트 연구에 비해 신뢰도가 낮다.

코호트 연구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연구대상을 확보하고 얼마나 철저하게 추적조사 하느냐에 달렸다. 예를 들자면 세계보건기구가 교대근무(야간근무)를 발암물질 Group2A로 규정했는데 그 결정적인 근거는 미국의 간호사 수만여 명에 대한 유방암 코호트 연구였다. 건강한 간호사들을 연구대상 코호트로 선정하고 십수 년을 추적관찰 했는데 그중 유방암에 걸린 대상과 건강한 대상 간의 차이를 분석해보니 교대근무가 유력한 원인으로 조사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 동물실험 등을 통해 교대근무가 인체 내에 어떤 변화를 일으켜 암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한 체내 발암경로가 확인되는 정도가 함께 판단되어 최종적인 발암물질의 수준이 결정된다.

이런 코호트 연구를 통해 2011년 4월에 발표된 ‘원전주변연구’ 보고서의 주요 결론은 다음 세 가지다.
‘원전주변연구’ 결론1  원전 주변 지역의 ‘모든 부위 암’ 발생 위험도는 대조지역에 비하여 남, 여 모두에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음.
‘원전주변연구’ 결론2  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선 관련 암’ 발생 위험도도 대조지역에 비하여 남, 여 모두에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음.
‘원전주변연구’ 결론3  원전 방사선과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생 간에 인과적인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음.
 
참고로 여기서 방사선 관련 암이라 함은 위암, 간암, 폐암, 골암, 유방암, 갑상선암, 다발성골수종, 림프성백혈병, 골수성백혈병, 상세불명 백혈병 등 10가지이다. 원전과 관련하여 가장 민감하고 관심이 집중되는 암이 갑상선암인데, 이 조사의 결론은 ‘여성에게 발생한 갑상선암을 제외한 방사선 관련 암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찾지 못함’이라고 했다. 여성에게서는 원전에서 가까운 곳의 주민이 멀리 떨어진 주민보다 갑상선이 많이 발생했는데 남성에게서는 그렇지 않았다. 만약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원인이라면 남녀 공히 문제가 되어야 할 텐데 여성만 차이가 나고 남성은 차이가 나지 않으니 원전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2012년부터 원전지역 주변주민 역학조사를 중단했다. 

정부 조사결과에 대해 원전지역의 주민들과 시민사회는 한마디로 ‘의문투성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과정에서 투명성과 공개성이 지켜지지 않아서 연구의 설계와 진행 및 결과에 대해서 의문이 계속 제기되었지만 제대로 설명되거나 해명되지 않았고 보고서를 들여다봐도 의문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원전지역에 대한 보고서의 경우 원전에 가까울수록 암 발생이 줄어들어 원전이 암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주는 것으로 결과가 나와 ‘연구가 제대로 된 거냐?’는 의문을 낳았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국무총리 산하로 설치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어 ‘그렇다면 ‘원전주변연구’를 재평가하는 연구를 해보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져 정식 정부연구과제로 진행되었다.


후속연구에서 암발생 관련성 드러나

 
잘못된 연구를 토대로 중단된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건강조사는 재개되어야 한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 연구’(이하 후속연구)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를 책임자로 하여 2013년 11월부터 2015년 6월 말까지 진행되어 10월 초에 공개되었다.
‘후속연구’는 ‘원전주변연구’의 주요 연구결과를 모두 뒤집거나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후속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원전의 가동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주변 지역과 대조지역 코호트를 선정하여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추적조사 및 평가과정에서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아 오류를 더했으며, 결과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하여 완전히 엉뚱한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후속연구’의 주요 연구내용 10가지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후속연구’ 결론1  코호트 추적대상 10명 중 6~7명이 추적기간이 9년 이하이기 때문에 암 발생원인 노출로부터 암 발생까지 통상 필요한 최소한의 잠복기를 지나지 않은 상태다. 암 발생과 관련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후속연구’ 결론2  코호트 선정 시 기존 암 환자를 배제했는데 원전가동의 시기와 방사능 노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이다. 고리1호기의 경우 상업가동은 1978년에 시작되었지만, 역학조사는 1992년 이후에 이루어졌다. 만일 원전 가동으로 인하여 초과암 발생 효과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대조지역보다 원전 주변 지역에서 더 많은 암환자가 발생했을 텐데 원전가동 후 14년이 지난 시점에서 ‘원전 주변연구’가 시작되어 당시에 이미 암환자이거나 암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대조지역보다 원전 주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제외되어 원전 주변 지역의 암 발생률이 대조지역보다 낮게 평가된다.

‘후속연구’ 결론3  만약 원전가동으로 인한 초과암 발생 효과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코호트에 포함될 당시의 연령에 따라 주변 지역과 대조지역에서 암발생의 차이가 나타나서는 안 되는데, 실제 조사해보니 주변 지역 코호트에서 암발생이 더 많이 나타났다. 고리원전의 경우, 가동을 시작한 1978년 당시의 연령대를 기준으로 코호트를 4개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더니 1978년 당시 44~77세인 연령대의 경우 2000년에 조사대상에 포함할 때 66~99세 되어 이미 암발생 가능 연령대를 지나는 시기가 되어, 즉 이미 암에 걸려 사망했거나 환자인 경우가 많아 이들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연령대에서 암환자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1978년 당시 0~22세였던 연령대의 경우 2000년 조사대상에 포함될 때 20~44세로 암발생 가능 연령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령대이다. 그런데 대조지역 코호트에서도 같은 연령대를 뽑아 암발생을 비교했더니 주변 지역 코호트에서 더 높은 암발생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흐려졌다. 즉 1978년 당시 23~35세였던 그룹에서 약하지만 차이를 보였고 1978년 당시 36~43세였던 그룹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원전 주변연구’에 이미 암에 걸린 사람들을 제외하는 연구 설계상의 결함을 확인했고 이는 연구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후속연구’ 결론4  코호트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를 고려하여 출생년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암 종류별로 분석해보니 비교적 젊은 출생연령군에서 전체 방사선 관련암을 비롯하여 여성 갑상선암, 남성 갑상선암, 유방암 등이 일관되게 유의한 수준으로 대조지역보다 주변 지역에서 증가하는 양상을 확인했다.

‘후속연구’ 결론5  방사선 노출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리1호기의 경우 1978년부터 2014년까지의 가동기간 동안 130회의 사고가 있었는데, 전체 사고의 12퍼센트가 처음 1년 동안 그리고 전체 사고의 60퍼센트가 처음 10년 동안 발생했다. 원칙적으로 코호트 연구는 건강한 사람을 선정하여 장기간의 추적관찰을 통해 발암여부와 발암요인의 노출정도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지만, ‘원전 주변연구’의 경우에는 원전이 가동된 시기가 1978년부터라는 점과 가동초기 원전사고가 빈번했던 시기와 원전사고가 빈번하지 않았던 시기 간의 코호트 내 발암차이 여부를 평가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후속연구’ 결론6  학력과 경제수입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암 발생의 증가여부에 중요한 요인인데 ‘원전 주변연구’에서 주변 지역과 대조지역 간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예로 원전 주변 지역 남성의 28.7퍼센트가 대졸 이상의 학력인데 반해, 근거리 대조지역과 원거리 대조지역은 그 비율이 각각 20.0퍼센트와 9.4퍼센트에 불과했다. 즉, 대조지역보다 원전 주변 지역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높아 암발생 증가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이 고려되지 않아 전체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후속연구’ 결론7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에서 주변 지역이 대조지역보다 높게 나타났음에도 남성에게서 차이가 없으므로 환경노출이 아니라고 내린 단순한 결론은 해석상의 오류다. 암은 종류나 성별에 따라 방사선 관련암의 발생률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노출과 관련된 행태 요인의 차이, 생물학적 감수성,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 차이 등과 같이 발생의 성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 오히려 이러한 성별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후속연구’ 결론8  국가 암등록 자료를 이용하여 주변 지역과 대조군지역 간의 갑상선암 발생을 비교했더니 30킬로미터 밖의 원거리 대조군보다 원전 주변 지역에서 남자는 3.3배, 여자는 3.1배 더 많이 갑상선암이 발생했다.

‘후속연구’ 결론9  ‘원전주변연구’는 원전 주변 지역에서 여성 갑상선암이 많이 발병한 사실을 두고 과도한 검진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주변 지역에서 과다진단 오류를 확인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근거리 대조군에서 과다진단된 현황이 확인되었다.

‘후속연구’ 결론10  이러한 제반 연구결과를 통해 ‘원전 주변연구’의 잘못된 결론을 토대로 중단시킨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암발생 문제와 환경조사가 재개되어야 한다.
 
 
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choiy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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