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환경운동연합
 
2017년 7월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조치와 2018년 수도권 폐비닐 수거 중단 사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제사회와 한국사회가 플라스틱 재앙을 현실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도 우리사회도 이 플라스틱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중이다. 이미 플라스틱에 길들여져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정부가 규제하고 기업이 경제적 이익만이 아닌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실현하고 시민이 노력한다면 플라스틱으로부터의 탈피 혹은 플라스틱 없는 삶이 가능하지 않은 것 또한 아니다. 
 

넘쳐나는 한국산 플라스틱폐기물

 
우리나라 2015년 플라스틱폐기물 현황을 살펴보면 건설플라스틱폐기물 60만4000Mt, 사업장플라스틱 폐기물 397만1000Mt, 사업장 생활플라스틱폐기물 54만8000Mt, 가정 생활폐기물 178만5000Mt으로 전체 총량은 690만8000Mt에 이른다. 2006년 건설플라스틱 폐기물 34만6000Mt, 사업장 플라스틱폐기물 250만2000Mt, 사업장 생활플라스틱폐기물 25만Mt, 가정생활폐기물 139만8000Mt, 전체총량 449만5000Mt과 비교해보면 2015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05년에 비해 약 1.5~2배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1인당 연간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06년 92.9킬로그램에서 2015년 135.4킬로그램으로 증가했다. 
 
2015년 플라스틱폐기물의 구성 비율은 산업폐기물 57.5퍼센트, 생활폐기물 25.8퍼센트, 건설폐기물 8.7퍼센트, 산업장 생활폐기물 7.9퍼센트이다. 이들 폐기물은 매립 5퍼센트(34만6000Mt), 소각 35퍼센트(244만5000Mt), 재활용 60퍼센트(411만3000Mt)로 처리됐다. 재활용의 수치는 매우 높아 보이지만 우리가 갖는 재활용의 역설은 뒤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회용컵과 비닐봉투의 연간 사용량을 살펴보면 우리의 폐플라스틱 연간 발생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16일 환경부와 항만청이 공동으로 필리핀에 불법적으로 폐플라스틱을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를 현장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불법 폐기물 ⓒ환경부
 
EU 국가 시민들이 1인당 연간 200장의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반면 우리는 500여 장을 사용한다. 다른 나라에 없는 1회용 우산비닐커버, 장례식장과 배달앱을 통한 각종 1회용 플라스틱 식기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그야말로 국토를 뒤엎고도 남을 기세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처리할 시설은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처리비용도 상승하여 쓰레기는 오갈 곳이 없게 되었다. 허용한 폐기물 보관량의 34배가 넘어 아파트 10층 높이로 쌓인 의성 쓰레기산, 4년째 방치된 파주 불법 2만t 쓰레기 산 등은 과거 난지도의 사례처럼 “갈 곳 없는 한국의 쓰레기더미들(South Korean garbage pile is out of control)”이란 제목으로 외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불법 방치된 쓰레기는 의성, 파주로만 끝나지 않는다. 국경 넘어 필리핀까지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 1만6000여t을 합성 플라스틱 조각으로 속여 불법 수출한 우리 업자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일본산 페플라스틱 수입, 왜?    

 
2017년 7월 중국은 삶의 질 향상과 환경보호를 이유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이 조치 이후 중국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해오던 국가는 90개국에서 40개 국가로 줄어들었다. 2015년 한해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량은 4700만Mt. 이 조치로 인해 2030년까지 1억1100만Mt에 해당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오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조지아 대학 연구진은 전망했다. 그럼 오갈 데 없는 쓰레기들은 어디로 향할까? 
 
올해 4월 관세청이 발표한 2018년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입통계를 보면 수입 15만1292t, 수출 6만7441t으로 수입량이 수출량의 2배를 초과했다. 수출이 수입보다 3배 많았던 2017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수입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주로 합성섬유나 펠릿으로 가공된다.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어느 나라 못지않은 우리가 폐플라스틱 수입을 늘려가는 이유는 뭘까? 재활용업체들이 국산보다 상품성 좋은 일본산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깨끗한 1등급 페트병 조각은 옷, 부직포를 만드는 섬유로 재활용이 용이한 반면 잡색이거나 이물질이 많은 페트병 조각은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국산 페트병의 경우 색깔이 다양하고, 포장재가 잘 제거되지 않으며, 페트병 속에 이물질이 섞여 있는 등 한마디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활용품이다. 플라스틱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상품성이 떨어진 폐플라스틱을 일일이 선별할 재활용업체가 누가 있을까? 반면 일본, 미국, 유럽연합 등은 폐플라스틱의 상품성이 높아 주로 수입보다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일본산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2016년 2만9287톤, 2017년 3만93톤, 2018년 6만4464톤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일본 페트병도 재질이 거의 동일해 재활용품으로의 활용도가 매우 높아 국내 재활용업체에서는 선호품이다. 스티로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의 재활용 불가능한 폐플라스틱의 발생량 증가와 더불어 상품성 있는 해외 폐플라스틱 수입량 증가가 가져올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불법폐기물 방치 혹은 허용한계를 넘어서는 쓰레기로 인한 쓰레기산 양산, 침출수·악취로 인한 주민피해, 정부의 사과 등 쓰레기 대란의 연속일 뿐이다.      
 

플라스틱폐기물 수출입 규제한 바젤협약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한국 쓰레기 1만6000여 톤 중 일부가 올해 2월 3일 국내로 귀향했다. 한국 폐기물의 필리핀 수출은 사실상 재활용 가능하지 않으면서 재활용의 이름으로 부자나라의 폐기물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전되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 이후 이러한 사례는 더욱 많아졌다. 노르웨이 정부는 2018년 6월 플라스틱 폐기물을 바젤협약 허가대상에 포함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전 세계 150만 명의 시민은 개정안 지지 서명운동에 동참하였고 2019년 5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4차 바젤협약당사국총회에서 187개국 당사국들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막는 데 합의했다. 유해 폐기물 통제를 위해 1989년 만들어지고 1992년 발효된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의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거래 시에 경유국과 입국에 사전 통보를 의무화하고 불법거래가 적발될 경우 원상태로 되돌리는 규정을 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많은 가운데 폐플라스틱이 바젤협약에 포함된 것은 많은 국가들이 ‘순환경제’ 기치를 높이 들었지만 사실상 오염을 이전 혹은 순환시켜오던 그동안의 메커니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전 세계 활동가들은 바젤협약 외에도 플라스틱 생산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우리는 폐플라스틱을 수출하기도 수입하기도 한다. 바젤협약에 폐플라스틱이 포함되기 전인 2018년부터 우리의 수입량은 수출량을 3배 넘어선 가운데 바젤협약으로 인해 우리의 수출량은 더욱 더 낮아질 전망이다. 동남아 각국 스스로도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8년 9월 폐기물 수입 자격증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2025년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태국은 2021년부터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네덜란드에서 수입하는 폐플라스틱양은 증가하고 있다. 
 

사용 줄이고 재활용 높이고

 
에코생협은 일회용 포장재 플라스틱 대신 장바구니에 소분해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모든 폐기물은 발생국가에서 처리해야 한다. 즉 수출도 수입도 우리에게 답이 아니다. 우리가 오염을 순환시키는 순환경제가 아닌 진정한 순환경제가 되려면 우리 제품의 제조, 생산, 유통, 소비, 재사용 이 구조가 투명하고 견실해야 한다. 이를 통과하는 원칙은 감량이다.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이 생산단계에서부터 설계되지 않으면 플라스틱의 재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되 플라스틱 제조 시에는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제품설계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색깔의 페트병을 보고 우리 재활용업체가 ‘차라리 버리는 게 낫다’고 할 정도면 우리의 생산제조방식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사실 정부는 다양한 색깔의 페트병이 재활용되리라 믿으며 가정과 사업장 내 생활폐기물 분리수거를 열심히 한 시민들에게 솔직했어야 했다. “투명하고 라벨이 잘 떨어지는 페트병 외에는 버려진다.”라고. 또한 정부는 제조사들에게 당당했어야 했다. “유색페트병 제조와 재활용을 저해하는 접착제 사용을 금한다.”라고. 말할 때 말하지 않고 규제할 때 규제하지 않는 정부,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뒤고 하고 경제적 이익만을 좇는 기업으로 인해 손해 보는 이는 순수한 시민과 자연이다.     
  
조정래 작가의 최근작 『천년의 질문』 중 “비닐, 플라스틱, 스마트폰은 20세기 과학이 만들어낸 인류최대의 재앙”이라는 대화가 나온다. 그렇다. 우리에게 영원히 편리함만 줄 것 같았던 비닐과 플라스틱은 그 피해의 칼끝을 다시 우리에게로 겨누고 있다. 1회용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알바트로스의 위, 1회용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이는 바로 우리 자신인 것이다. 비닐과 플라스틱이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되도록 안 쓰고, 안 만들고, 만들되 재사용과 재활용을 담보로 한 생산이어야 한다. 
 
 
r글 / 김춘이 환경연합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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