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생리대 논란 그 후 우리는 안전해졌을까

지난 해 10월 25일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이정미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일회용생리대 안전대책 강화를 촉구했다 ⓒ여성환경연대
 
대형할인마트 생리대 코너를 둘러보았다. 한눈에 스윽 봐도 큰 변화가 느껴진다. 전에 없이 오가닉, 친환경 제품이 늘어나고 향이 포함된 생리대는 사라지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겉 포장지에는 생리대 원료들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지난해 10월말부터 시행된 생리대 전성분표시제의 효과다. 반면, 생리대의 개당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더 안전하다고 광고하는 생리대가 새롭게 출시될 때마다 점점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린다면, 구매력이 없는 여성들은 어찌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생리컵, 생리팬티, 면생리대 등 대안 월경용품의 구입과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접근권이나 선택권이 보장되고,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감소된다는 점에서도 반갑다. 
 
생리대 시장의 변화들은 2017년 뜨거운 여름에 시작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논란과 증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후 식약처는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3차례 생리대 검출시험 결과를 발표했고, 작년 12월에는 환경부가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000여 명의 여성들이 호소했던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의 원인은 밝혀졌을까. 이를 통해 생리대는 더 안전해졌을까? 
 

환경부,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과 건강영향 가능성 확인

 
그 실마리를 환경부의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예비조사 결과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공개된 이 연구는 가톨릭대 산부인과 조현희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여 산부인과, 예방의학, 여성학, 통계 분야 등 총 9명의 연구원이 4월부터 8월까지 진행하였다.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건강 피해사실이 3개월 이상 지속되었던 20~30대 여성 50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조사, 임상문진, 심층면접,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등의 방법으로 피해증상의 종류 및 개선 여부, 증상 개선에 영향을 미친 환경 및 행동변화 등을 파악하였다.
 
일회용생리대 안전성은 검증되었는가
 
연구결과는 의미심장하다. 2017년에 수많은 여성들의 제보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던 일회용 생리대 피해증상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확인했다. 생리통 증가, 생리량이나 생리주기의 변화, 생리혈색 변화, 덩어리혈 증가 등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통증, 가려움증, 뾰루지’ 등이 연관 가능성이 확인된 증상들이다. 
 
여성들이 보고한 생리 관련 주 호소 증상을 빈도 순으로 나열해보자면 생리주기의 변화(26%), 생리통의 변화(24%), 생리양의 변화(20%), 외음부 가려움증(10%), 분비물 양의 변화(4%), 생리전후 질염(4%), 생리전증후군(4%), 생리사이 부정출혈(2%), 생리기간의 변화(2%), 생리혈 색깔 변화(2%), 외음부통증(2%)을 꼽을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피해증상이 완화ㆍ개선된 원인도 일부 드러났다. 증상이 없다가 증상이 발생한 시기 일회용 생리대 브랜드를 변경한 경우가 참여자 중 48퍼센트이고 특정브랜드 사용자는 24퍼센트이다. 생리용품 사용패턴의 변화를 통해 발생한 증상이 개선되거나 사라진 여성은 참여자 중 50퍼센트인데, 그중 일회용 생리대 사용을 중단한 경우는 52퍼센트이다. 
 
그룹면접조사(FGI)를 통해 여성들은 생리대를 교체(브랜드의 교체, 혹은 면생리대, 생리컵, 유기농 일회용 생리대로 교체)하고 난 뒤 증상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신들의 건강 이상이 생리대로 인한 것이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들은 월경과 생리대, 여성의 몸에 대한 공적 교육과 공적 정보의 부재, 의료 체계에 대한 불신과 접근의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생리대 안전성 강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전함’만 되풀이하는 식약처

 
환경부 예비조사 결과 발표가 있기 일주일 전, 식약처의 생리대 검출시험 발표도 있었다. 식약처는 12월 13일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모니터링 및 프탈레이트류 위해평가 결과”를 통해 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 총 126개 제품을 대상으로 프탈레이트류 및 비스페놀A에 대한 위해평가를 실시한 결과 또한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 5개사가 ‘자체 조사’한 VOCs 모니터링 결과를 소개하며, 전년도 대비 최대 검출량이 생리대는 66퍼센트, 팬티라이너는 65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고양이가 스스로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달았다고 안심하라고 하는 격이다. 생리대 제조업체의 자체조사 결과를 정부기관이 나서서 공인된 결과인양 대신 발표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식약처는 VOCs와 프탈레이트 등 일부 물질의 함량과 인체영향을 개별물질별로 계산하여 인체에 유해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안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여성들이 생리대를 사용할 때, 생리대에 의도적/비의도적으로 포함된 ‘여러 가지’ 독성물질에 ‘동시에’ 노출된다는 점과 생리대 내 유해물질 외에 다른 기타 노출원과 노출경로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한 무책임한 판단이다. 
 
게다가 환경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범정부 차원의 민관공동협의회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환경부의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예비조사) 결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식약처 발표는 생리대의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왜곡되어 해석될 수 있으며, 문제해결을 위한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을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와 식약처 조사가 알려주는 것들

 
2017년 일회용생리대의 안전성 논란은 국내에서도 일회용 생리대 사용에 대한 건강 문제에 관심을 이끌어 내고 실질적인 변화들을 이뤄내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그동안 생리대 사용에 따른 건강문제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어디서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수많은 여성들이 경험한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피해증상을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객관화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설문조사, 그룹면접조사(FGI), 문진뿐 아니라 산부인과 전문의가 직접 초음파검사(자궁, 난소), 육안검사 등 임상검사를 하여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이 연구결과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데 기여하고, 중장기적으로 여성건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환경부 보고서를 통해 일회용 생리대 피해증상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만큼 수차례 걸친 식약처 조사발표는 피해증상의 원인을 찾는 데 실패하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식약처는 실체가 드러난 생리대 건강 피해를 여성들의 확인 불가한 주관적 경험으로 폄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식약처는 환경부 조사결과를 충실하게 반영하여 일회용 생리대 위해성 조사방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사해야 한다. 
 

여성과 지구생태계에 건강한 월경을 위하여 

 
생리대는 여성들이 40년 동안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이니만큼 더 근본적이고 강력한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환경부의 일반여성 대상의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 후속조사(본조사)는 예비조사 연구결과에 기반을 두고 원래의 목적과 역할에 따라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여기에는 생리대 생산공정 및 생리대에 함유된 잠재적 유해성분 목록 도출, 복합노출 파악을 위한 독성학적 조사, 여성위생용품 사용과 여성건강 관련성 규명을 위한 장·단기 연구 기획 및 추진 등이 포함되어야겠다. 식약처는 제품의 안전성을 사전평가하고 완제품 사후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부처 간의 협의 조성 등을 통해 생리대 안전성 통합대책을 강화해야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지구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월경하고 싶다.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를 안전하게 만들고 월경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일회용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모니터링과 안전대책 요구, 공공생리대 비치 운동, 플라스틱프리 월경 캠페인, 학교나 공동체에서의 월경교육 확대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글 /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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