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쓰레기 대란의 전말

주민협의체가 소각장으로 생활쓰레기 반입을 막자 전주 시내 곳곳에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쌓였다
 
한동안 전주시 거리 곳곳에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아파트 구석마다 쌓인 쓰레기더미가 무덥고 습한 날씨에 악취를 풍겼다. 굵은 소나기를 맞으며 수거해가지 않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거리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전주권 광역매립장, 소각장, 리사이클링(음식물처리시설) 주민협의체는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무려 9차례나 쓰레기 반입을 제한해 왔다. 공공이 설치하고 운영하는 시설이 어쩌다가 법과 조례가 무시되고 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는 비리의 복마전이 되었을까. 피해 주민의 권리와 주민지원기금의 합리적인 배분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들은 어떻게 주민 위에 군림하게 되었을까. 
 

권한도 정당성도 없는‘셀프 추천’ 

 
이번 쓰레기 대란의 서막은 <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이하 협의체)>의 차기 위원 추천에서 시작됐다. 협의체 자체적으로 우선순위를 매겨 올린 차기 위원 후보자를 전주시의회가 그대로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모두 마을에서 뽑은 주민들이고 연임 여부와 거주 기간, 비민주적인 협의체 운영 개선을 고려해 선출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며 소각장까지 쥐락펴락했던 매립장 협의체 위원장과 측근들이 자리를 내려놔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가구별 지원기금 현금 지급 중단에 반발한 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가 반입 쓰레기 성상 검사를 강화해 의도적으로 전주권광역소각자원센터로 쓰레기 반입을 막자 수거차량이 길게 밀렸다
 
매립장협의체 위원장은 즉각 매립용 쓰레기 ‘성상 검사’를 강화했다. 이익공동체이자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소각장 위원장을 움직여 수거 차량을 세우고 종량제 봉투를 뜯는 조사를 사주했다. 청소차들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소각에 적절하지 않은 음식물이나 가연성 쓰레기가 섞였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냈다. 그리고는 시의회가 권력을 남용하고 있으며, 외부 처리를 하게 되어 수억 원의 시민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고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걸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도둑이 매를 든 격이라면서 협의체의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다. 
 
수세에 몰린 협의체 위원장은 추석 연휴 전까지 처리 속도를 정상화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로써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전주시 쓰레기 대란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쓰레기 더미가 치워지면서 거리가 평온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다시 터질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위원장을 포함한 ‘셀프 추천’ 인사를 재추천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추석 연휴 대거 발생할 쓰레기를 놓고 ‘성상검사’를 강화해서 문을 걸어 잠그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상위법과 원칙을 넘어선 불합리한 협약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은 지역 어디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기피하고 혐오하는 시설이다. 부지를 선정할 때마다 주민들의 강력한 집단 반발에 부딪히곤 했다. 그래서 정부는 폐기물처리시설의 부지확보 촉진과 그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폐기물처리시설촉진 및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을 제정했다. 지자체 고시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법으로 매립장은 반경 2km, 소각장은 300m를 간접영향지역으로 정하고 구역 내 피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주민지원협의체를 구성해 권한을 부여했다. 
 
 
주민지원협의체는 3년마다 실시하는 △환경상영향조사 전문연구기관의 선정, △지역주민을 위한 편익시설의 설치에 대한 협의 △주변영향지역의 주민지원사업에 대한 협의 △주민지원기금의 운용·관리 △주민 감시요원의 추천 권한을 갖고 있다. 세부적인 것은 시 조례와 폐기물설치기관인 전주시와 주민지원협의체 간 협약, 협의체 정관에 의해 협의 운영하게 되어있다. 
 
전주시 쓰레기 대란은 시와 주민지원협의체가 맺은 협약서에서 기인한다. 2004년 쓰레기 매립장 부지를 선정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폐촉법이 정한 기준과 원칙을 넘어서는 불합리한 협약을 맺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시는 법적으로 공동사업에 쓰도록 정해져 있는 주민지원 기금을 △가구별 현금 지급 △주민지원협의체에 기금 지급 위임 △성상 조사 후 수거 차량 회차와 반입 제한 등 법에서 위임하지 않았거나 시가 해야 할 고유 업무까지도 협의체에 권한을 넘겼다. 다른 지역 주민지원협의체의 부러움을 살 정도라고 한다.
 

쓰레기 왕국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의 탄생 

 
돈과 이권을 둘러싼 주민협의체 내부의 권력 다툼도 치열했다. 폐기물처리시설의 엄석대를 꿈꾸는 위원장과 그 자리를 노리는 위원들이 편을 갈라 싸웠다. 고소 고발이 난무했고 비리와 횡령으로 철창 신세를 진 위원장도 많았다. 세 곳의 폐기물처리시설 주변 925여 가구에 2004년, 2006년, 2016년부터 현금으로 지급한 출연금과 주민지원기금은 305억 원에 이른다. 매년 주민지원기금이 각각 4억 원, 6억 원, 6억 원을 합해 16억 원이 지급된다. 
 
특히, 협의체 위원장은 전주시에서 위탁받은 막대한 기금 배분과 운용 주민감시원(매립장 9명, 소각장 6명, 음식물 7명)추천권, 기간제 노동자 고용, 마을 공동사업 입찰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등 권한이 막강하다. 협의체 운영비도 법으로 정한 5%를 훨씬 초과하여 사용했다. 전주권 매립장의 경우 연간 4억 원의 주민지원기금이 배정되며, 시는 법에 따라 이 중 5%인 2000만 원은 주민지원협의체 운영비로 지급한다. 그리고 주민지원기금의 95%인 3억8000만 원을 주민지원협의체에 송금한다. 
 
그런데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자료에 따르면 매립장 협의체는 주민지원기금의 38%인 1억5300여만 원을 운영비와 법률자문비 등으로 지출했다. 주민들에게 돌아간 돈은 4억 원 중 2억4700만 원뿐이었다. 위원장은 주민들에게 기금의 일부를 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는 동의서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 동의서 내용을 보면 거의 조폭들이 쓰게 하는 각서 수준이다. 자발적으로 내는 기금이 아니라 원천 징수하고 나머지를 송금하는 식이다. 동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주민들은 기금을 주지 않고, 주민감시원이나 기타 인력, 위원에서 배제하고 마을 사업도 제외한다는 내용 통보를 보낸다. 아예 협의체 구성에서 빼겠다고 협박한다. 위원장은 이렇게 모아진 돈으로 가계지원비, 업무추진비, 상여비와 여비 등 각종 명목으로 6000여만 원을 받아갔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협의체 위원과 주민감시원은 모두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 협의체 정관도 필요에 따라 맘대로 바꿨다. 
 

전주시와 협의체, 공고한 동업자 관계

 
폐기물처리시설의 ‘엄석대’를 만든 것은 전주시다. 당장 눈앞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에 급급해 위원장의 독선과 편법을 묵인했다. 법과 조례를 무시하는 협의체 운영과 불합리한 협약을 개선하기는커녕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돈으로 해결했다. 시가 나서기 불편한 문제가 있거나 지역주민의 불만을 잠재울 필요가 있을 때마다 위원장을 앞세웠다. 이러는 사이 위원장의 권한은 더욱 커졌고 전주시 폐기물부서와는 동업자가 되어갔다. 
 
2017년, 무려 38일간 쓰레기 반입저지가 있었음에도 시는 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사용하지 않고 타협을 택했다. 쓰레기 수거차량 회차 중단이라는 약속 하나를 얻는 대신 △주민지원기금 현금 지급 계속 △주민지원기금 2023년부터 50% 인상 지급 △협의체 선정 차기 위원(8대) 추천 등을 수용했다. 
 
국민권익위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고충 민원에 대한 처리 공문을 통해 △주민지원협의체의 운영경비 5% 초과 사용은 위법하며 △주민지원기금 중 운영경비 사용 한도인 5%를 초과하여 업무추진비 등으로 집행한 기금이 주민들에게 합리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전주시가 주민지원기금을 직접 운용·관리할 것을 시정 권고했다.
 

‘성상 검사’는 무기가 아니다  

 
주민지원협의체의 쓰레기 반입 제한과 시설 폐쇄의 명분은 ‘성상 검사’ 이다. 환경보호 측면에서 당연히 권장해야 할 사안이다. 쓰레기봉투에 섞인 가연성. 폭발성 폐기물,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소각로 고장이 잦고, 효율이 떨어진다. 다이옥신 등 유해가스상물질·미세먼지·악취로 인해 주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원순환 사회를 앞당기고 정책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성상 검사’를 제대로 잘해야 한다. 더는 사익을 위해 싸울 때 드는 무기로 쓰면 안 된다. 
 
주민감시원은 폐기물의 반입·처리과정 등을 잘 감시하고 정례적인 성상 조사 결과를 시에 통보해서 조치를 해달라 요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주민감시원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확인이다. 청소 차량을 줄 세우고 반입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시의 몫이다. 조사 지침을 만들어 성상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역별로 개선책을 만들고 자원순환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시는 정례적인 감시원 환경교육으로 감시 역량도 키우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을 높여줘야 한다. 
 
매립장과 소각장 피해 주민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매립장을 옆에 두고 거대한 굴뚝을 바라보며 음식물쓰레기 냄새를 맡는 주민들이 있어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주민지원협의체의 민주적 운영의 기금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권력 다툼에 애먼 시민들만 불편하게 했다고 미안해하는 선량한 폐기물처리시설 피해 주민들, 그들이 협의체의 주인이어야 한다. 
 
글・사진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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