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 공사가 석면 위험 더 키우는 학교 없으려면

 
우리나라에서 석면은 2009년 1월 1일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석면 사용을 금지시켰지만 그렇다고 석면으로부터 안전해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석면은 사용 금지되기 전까지 80퍼센트 이상이 건축자재로 사용됐는데 그 석면 자재들이 여전히 생활공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일명 텍스라고 불리는 천장재, 사무실이나 화장실 칸막이용으로 사용된 밤라이트와 나무라이트, 보온재, 단열재 등이 그것이다. 
 
건축자재 내에 함유된 석면은 단단히 고착돼 있으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재가 오래돼 부서지거나 리모델링, 재건축, 재개발 등 해체 또는 철거로 인해 석면이 잘게 부수어져 그 먼지가 공기 중으로 날리게 된다면 그 공간뿐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위험해진다. 석면 자재가 사용된 건축물의 관리나 철거공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더 각별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전국에 총 2만749개교 중 석면자재가 있는 학교(유치원, 초등, 중등, 고등, 특수)는 1만4661개교에 달한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의 모든 학교의 석면을 해체해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석면해체 및 제거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방학기간을 이용해 공사를 진행하는데 매년 비슷한 문제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서울의 한 학교에서 석면 철거 후 기준치를 초과하는 석면 덩어리들이 학교 전체에서 검출돼 문제가 됐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되풀이되는 엉터리 학교 석면 공사 왜? 

 
이번 여름방학 때 석면해체 및 제거공사가 진행된 학교에서 작업자가 석면 잔재물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학교 석면 해체 및 제거공사는 석면조사에서 출발한다. 석면조사기관이 석면지도를 포함한 석면조사보고서를 작성하면 석면 해체 및 제거 업체는 이 조사서를 바탕으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고용노동부에 신고 후 공사를 진행한다. 이때 석면조사기관은 학교에 사용된 석면 자재가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를 비롯해 각각의 석면 자재의 특성과 상태, 면적 등을 조사하고 표시해야 한다. 이 석면보고서는 공사가 아닌 석면 건축물의 유지 및 보수에도 기본이 된다. 교육부는 2012년 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외부 석면조사 전문업체(고용노동부장관 지정)를 통해 전체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석면조사를 진행, 이를 토대로 석면 해체 및 제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석면조사가 부실 되게 진행됐다는 문제제기가 시민단체와 학부모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됐고 감사원 감사에서도 확인됐다. 2018년 11월 감사원은 초중고 학교환경개선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무석면 구역에 석면 자재가 검출되는 등 학교 석면이 부실하게 조사되었음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석면조사를 재검증하고 ‘석면건축물안전관리인’을 통해 석면지도 오류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학부모들의 우려와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한정희 씨(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대표)는 “얼마 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조사업체가 와서 석면조사를 진행했다. 문제가 발견돼 다른 조사업체에 교차 조사를 의뢰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 업체는 학교 공사를 꽤 하는 업체다. 이런 식이면 돈만 낭비될 뿐 그전에 문제가 된 전수조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한 대표는 조사를 부실하게 진행한 업체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었다. 
 
석면건축물안전관리인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석면건축물안전관리인 대부분이 학교에 근무하는 시설 담당자들인데 전문가도 구별하기 힘든 석면 자재를 조사하고 관리한다는 것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아

 
석면 해체 및 제거 업체에 대한 자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석면 해체 및 제거 업체는 허가제였다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등록제로 바뀌었다. 일정 기준만 충족되면 일반 철거업체도 석면 해체 및 제거가 가능하다. 그나마 매년 고용노동부가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안정성평가를 진행한 후 D등급부터 C, B, A, S등급으로 나눠 공개하고 있다. 최하위등급인 D등급은 평가실시를 거부하거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평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업체들이다. 등록한 지 1년 내 업체는 평가를 안 받는다. 헌데 이들 평가받지 않는 업체와 최하위 등급 업체가 학교 석면 공사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가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진행한 ‘2018 여름방학 학교석면공사 진행 업체 분석조사’에서 안정성 평가를 받지 않은 업체와 최하위 등급 업체의 공사율이 62.2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공사에서도 전문성이 없는 청년 알바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하는 경우도 허다한 형편이다.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문제가 게속되자 교육부와 환경부, 고용노동부, 지자체는 공동으로 석면 해체 제거 작업을 실시하는 학교 석면공사 현장을 특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각 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학교 석면공사 집행 및 설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단계별 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하기도 했다. 2018년 석면제거 가이드라인에 이어 2019년 5월에는 관련 내용을 개선했다며 ‘교육부 학교시설 석면 해체 제거 안내서’를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안전 공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반 폐자재와 함께 처리된 석면 자재. 마대자루가 열려진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을 학부모가 발견했다 사진제공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석면은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일반 자재처럼 다루어서는 안 된다. 최대한 부서지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해체한 후 밀봉해 버려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망치로 깨거나 쪼개서 해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던지기까지 한다.”며 한 대표는 올해 진행된 학교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줬다. “비닐보양이 제대로 된 상태에서 해체가 진행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비닐보양을 하는 이유는 주변에 석면 잔재물이나 먼지가 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비닐보양을 제대로 하고 석면 해체 공사를 했다면 주변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아야 한다. 공사 후에도 잔재물이 발견되고 석면이 검출되는 이유는 비닐보양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한 대표는 지적했다. 
 
‘교육부 학교시설 석면 해체·제거 안내서’에는 작업장의 관리 및 감독을 위한 감리를 지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감리가 있다고 해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서 더 문제다. “2017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50여 개 학교에서 석면 잔재물 등이 발견돼 부실공사가 확인됐다. 문제가 발생한 학교엔 감리가 상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5건만 처벌을 받았다. 오히려 문제가 계속 되니 석면 잔재물을 정밀청소과정에서 치워주는 새로운 관행이 가이드라인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대표는 분노와 허탈함이 섞인 목소리로 현실을 짚었다.
 

무리한 석면 해체 공사에 유지 보수는 뒷전

 
학교 석면 공사의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각 시도교육청이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 속도만 내고 있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해체와 제거 공사를 우선시하고 유지와 보수는 뒷전으로 미루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석면 비산을 막기 위한 유지 및 보수가 중요한데 관련 예산도 없어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부모네트워크는 당장 위해성평가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석면건축물안전 관리인이 6개월마다 학교석면건축물의 손상 상태, 석면 비산 가능성을 조사하여 조치하고 기록하는 위해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네트워크에 따르면 전국 학교석면건축물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전체 9만9859건 중에서 99.81퍼센트가 ‘위해성 낮음’으로 평가됐다. 단 2건만 위해성 등급이 높게 평가됐다. 이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학부모네트워크의 주장이다. 학부모네트워크는 4가지 평가 항목 중 인체 노출 가능성 평가가 상당수 누락되고 물리적 평가, 잠재적 손상 가능성 평가, 건축물 유지보수에 따른 손상 가능성 평가는 기준이 모호한 채 평가되는 등 위해성평가가 엉터리로 작성되면서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이 조사 결과를 평가했다. 학부모네트워크는 기준에 미비점을 보완한 후 위해성 평가를 다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통해 유지 보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학교석면공사 우선순위도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석면을 위해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8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석면건축물에 대한 교육부의 위해성 평가 실시 및 유지보수 대안을 촉구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원칙은 간단하다. 석면은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발암물질처럼 관리해야 한다.”
지난 7월 3일 전국석면피해자 증언대회에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이자 석면네트워크 공동대표의 말이다. 
 
한정희 대표는 “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법령이 부족하다. 법령 위반시의 처벌 또한 강화돼야 한다. 특히 공사 감독·관리·감리 부실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돼야 해체·제거 업체도 제대로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이들은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석면이 있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은 미량의 석면에도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석면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교 석면 공사의 문제를 지금 시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석면자재가 사용된 학교의 29퍼센트(면적 대비)에서 제거작업이 끝났다. 아직 71퍼센트가 남아있고 오는 겨울방학에도 석면 제거작업이 벌어질 것이다. 아이들을 석면 피해에서 구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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