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밝혀진 것과 밝혀져야 할 것들

 
2021년 1월 15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청한 사람은 총 7183명이다. 이중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을 받은 피해자는 4114명이며 이중 997명은 사망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피해자의 1퍼센트도 안 된다. 특조위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약 627만 명으로 이중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자는 67만 명으로 추산됐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1만4천 명으로 추산됐다.
 
 
 
특조위 조사 결과 1994년 가습기살균제가 최초로 출시된 후 현재까지 판매된 가습기살균제는 총 48종으로 확인됐다. 이 중 판매량이 확인된 30종 제품의 총 판매량만 995만257개에 달한다. 사용된 원료도 다양하다. CMIT-MIT, 
PHMG, PCH 외에도 NaDCC, PGH, BKC, 에틸알코올, 산화은 등 다양한 원료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 성분분석이 진행되고 있지만 25종은 시료 확보를 하지 못해 성분 분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옥시 등이 가습기살균제 제품 농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특조위가 개봉된 가습기살균제를 분석한 결과,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의 경우 77개 제품에서 PHMG 농도가 최소 280ppm부터 최대 9000ppm까지 32배의 차이가 났다. 그리고 판매기간 2004~2011년 동안 PHMG의 농도가 일정하게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의 경우도 29개 제품에서 CMIT-MIT의 농도가 최소 11.8ppm부터 최대 227.9ppm까지 19배의 차이가 났으며 판매기간 2002~2011년 동안 CMIT-MIT의 농도가 일정하게 검출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폐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적 피해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초기 정부는 폐질환만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다가 피해자들과 전문가의 비판으로 태아 피해, 천식, 독성간염, 아동·성인 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등으로 피해 질환 인정 범위를 확대해왔지만 무려 8년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히 정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전신에 걸쳐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음을 인정하고 2020년 9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으로 기존 질환별 건강피해 인정기준을 폐지하고,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개인별 의무기록을 종합 검토하는 개별심사를 중심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여부를 판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인정 질환 확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질환에 대해 장관이 고시한다’라고 되어 있어 앞으로도 피해질환을 인정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돼 구제가 늦어질 것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확인된 사망자만 무려 1000명에 달하는 최악의 참사에 과연 누가 어떤 책임을 졌을까. 안타깝게도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지만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이는 없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 임원 중 존리 전 대표는 무죄, 신 모 전 대표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기업 전현직 임원이 받은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항소심에서 6년으로 줄었다. 정부 역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정부 책임을 규명하고 처벌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정부의 책임 규명은 여전히 제자리다.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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