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방치된 라돈 침대 피해자들

지난 7월 14일 라돈침대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건강피해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수자
 
2년 전 호병숙 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2015년 암 발병으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 익숙한 제품이 등장했다. 내 방에 있는 침대와 같은 회사 침대가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소식이었다. 음이온이 나와 건강에 좋다는 말에 2007년에 구매해 줄곧 사용해온 침대다. 하지만 음이온이 아닌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었던 셈이다.    
 

음이온으로 포장된 라돈 침대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 중에 들어있는 우라늄(238U)과 토륨(232Th)에 의해 생성된 라듐이라는 물질이 방출하는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로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연방사능 물질이지만 세계보건기구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특히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의 경우 내부에 라돈이 축적될 수 있고 공기 중 라돈 농도가 높아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운영하는 생활환경정보센터에도 라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폐암을 유발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1군 발암물질이자 방사선을 내는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이하 원안위)는 라돈 침대 보도가 나간 다음날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가 된 침대의 방사능 분석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고 5월 10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매트리스의 커버에 사용한 음이온 파우더가 문제라고 지목했다. 매트리스 커버에 음이온 파우더를 도포했는데 이때 사용한 음이온 파우더가 모나자이트 가루였다. 모나자이트는 토륨과 우라늄을 함유하는 희토류 광물로 일반 광물에 비해 2000배 이상 높은 방사능 농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안위는 해당 매트리스는 그 영향이 미미해 실내공기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5일 후 원안위는 기존 발표를 뒤집고 매트리스 수거 및 폐기 명령을 내렸다. 커버뿐만 아니라 스펀지에도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것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원안위가 피폭선량을 재계산한 결과 연간 피폭선량이 1mSv를 넘어섰다.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방사선량 기준은 연간 1mSv를 초과하면 안 된다. 이에 원안위는 2010년 이후 생산된 대진침대 제품에 대해 수거 및 폐기 등의 조치명령을 내렸다. 
 
2018년 대진침대에서 판매한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회수 명령이 내려졌다. 전국에서 회수된 매트리스가 대진침대 당진공장에 쌓여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원안위의 수거 명령이 내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0년 이전에 생산된 침대에서도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5월 20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서울에 거주중인 대진침대 사용자의 요청으로 2007년에 구입한 대진침대 제품에 대해 방사능 측정을 실시한 결과 시간당 0.724mSv가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진침대 측에서 문제의 침대를 회수하고 2018년 5월 제조되어 안전하다며 교환해준 매트리스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원안위는 생산연도와 관계없이 기준 초과한 21종 매트리스 모델 전체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라돈 침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지자 정부는 2018년 11월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침대나 베개 같이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제품에는 모나자이트 같은 방사성 물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방사선 작용을 음이온으로 둔갑시켜 건강과 환경에 유익한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을 일부 개정해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중이다.
 

피해자 조사나 대책 없어

 
하지만 정작 피해자에 대한 조치나 대책은 진행되지 않았다. 피해자들 스스로 피해를 호소하고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라돈 침대 피해자들은 사건 직후 소비자원을 통해 매트리스 구입대금의 환급 및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2018년 10월 30일 매트리스 교환 및 위자료 30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대진침대가 이를 거부하면서 이조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정은 말 그대로 조정이라 당사자 중 하나라도 거부할 경우 조정안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라돈 침대 피해자들은 대진침대와 납품업체 등 제조사와 원안위를 형사 고소하기도 했다. 2018년 5월 라돈 침대 피해자들은 △라돈 방출 물질인 모나자이트 분말을 입힌 매트리스로 침대를 제작·판매해 이 침대를 사용한 이들에게 폐암과 갑상선암, 피부질환 등 질병을 일으키고, 침대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침대를 판 점(상해·업무상과실치상·사기)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방출됨에도 ‘음이온의 방출인증으로 공기 정화효과까지’라고 거짓 표시광고를 한 점 등에 대해 대진침대 대표와 납품업체를 고소했다. 또한 모나자이트 관리의무를 소홀히 해 라돈 방출 침대 사태를 초래한 원안위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지난 1월 3일 나왔다. 결과는 불기소처분이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이동수)는 라돈이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것은 인정되지만 라돈 침대 방출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갑상선암이나 피부질환 등 다른 질병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도 없는 상태라며 불기소처분의 이유를 들었다. 사기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피의자 본인과 가족도 라돈침대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었던 점 등 사기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음이온의 방출 인증으로 공기 정화 효과’을 적시해 광고한 것에 대해서는 “음이온이 방출되는 것은 사실이라 광고가 허위라고 보긴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원안위에 대해서도 직무를 의도적으로 방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검찰은 1년 6개월 동안 피해자 조사를 단 14명만 진행했다.”며 부실 수사를 지적하며 검찰 수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검찰이 건강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어떤 노력이나 조치도 취하지 않아서 입증을 못 하고 있는 것이지 입증이 안 되었다거나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1급 발암물질을 넣은 침대 7만 개를 판매하고 사용한 사례가 한국 외에 도대체 지구상 어디에 또 있겠느냐”며 “당연히 이런 문제에 대한 연구조사는 진행된 적이 없을 것인데 검찰은 관련 연구가 없으니 혐의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고표시법률 위반에 대한 불기소에 대해서도 “제품에 사용된 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오히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과대 포장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킨 것이 곧 광고표시법 위반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안위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라돈침대 수거 등의 행정조치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안위는 생활방사선법에 따라 안전기준을 위반한 라돈침대에 대해 수거명령 등의 행정조치를 실시한 것이라면서 안전기준은 인체 유해성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기준점이 아니라고 밝혔다. 원안위의 한 담당자는 “법령 명칭만 안전기준이지 실제로는 자연노출 외에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방사능에 대해 관리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100mSv 이하에서 건강 영향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국제기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저선량 방사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기준치 이하도 영향을 준다는 분도 있고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전문가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전기준을 초과했지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원안위의 입장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원안위가 검찰에 제출한 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불기소처분에 항의하고 항소한 상태다. 
 

라돈침대 사용자 암 발생률 높아

 
라돈침대 사용으로 건강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는 5000명, 이중 암 진단을 받은 피해자만 180명에 달한다. 
 
지난 7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라돈침대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5000여 명 중 암 진단을 받은 180명을 대상으로 암 유병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폐암을 비롯한 백혈병 등의 암 유병비율이 일반인구에 비해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암 진단을 받은 평균 연령도 일반인구에 비해 매우 젊은 연령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라돈침대 피해자의 폐암의 경우 일반인구에 비해 남자는 5.9배, 여자는 3.5배에 달했다. 폐암 진단 시의 평균연령 또한 일반인구에 비해 약 10년 정도 젊었다. 또한 5년 이하 노출자에 비하여 5년 이상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비례유병비가 훨씬 더 높게 증가했다. 백혈병의 경우에도 피해자군에서의 비례유병비가 남녀 모두 5배 이상 높았고 진단 시 평균연령 또한 남성에게서 약 10년 정도 젊었다. 유방암의 경우 비록 1사례에 그치고 있으나 남성 유방암의 비율이 일반인구에 비해 약 30배에 달하고 있으며, 그 진단된 평균연령 또한 상대적으로 매우 젊은 연령에 진단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백도명 교수는 “기존에 라돈노출과 관련되어 그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는 폐암 이외에 백혈병이 대진침대 피해자군에서 또한 증가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는 라돈과 백혈병 발생위험의 증가를 보고하는 기존 문헌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유방암과 갑상선암을 비롯하여 대진침대 피해자군에서 훨씬 더 젊은 연령에 진단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어, 이 또한 추가적인 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 암의 발생연령이 빨라지는 것과 일치하고 있다”며 “현재 대진침대 사용 이후 건강이상이 신고된 피해자군들의 건강영향과 대진침대에서 방출되는 라돈노출과의 연관성을 제시하는 일부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전체적인 피해 양상의 파악과 추적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무엇을 배웠나

 
지난 7월 23일 라돈피해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에 대해 나 몰라라 한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항의방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조수자
 
기준치를 초과해 수거 대상인 침대는 9만 개에 달하고 이를 사용했던 잠정 피해자는 1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진침대는 지난해 3월 1일부터 공장을 폐쇄하고 매트리스 제작 및 교환 업무를 중단했다. 대진침대는 여러 언론들을 통해 회사 소유 부동산도 가압류 당했다며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피해자들의 매트리스 회수 및 교환조차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지난 7월 23일 호병숙 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원안위를 찾았다. “문제가 된 침대를 판 업체는 망했는데 우리는 어디에 호소를 해야 하나. 원안위는 매트리스에 문제가 있다고 수거까지 명령해놓고 이제와 아무 문제가 없다며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를 증명하라고 한다.”며 “암 투병보다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이 더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날 라돈 침대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라돈침대에 노출된 건강피해자들에 대한 건강역학조사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원안위에 제출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이어 라돈침대 사건 직후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라돈침대 사건은 여러 면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유사한 생활화학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건강 위해 사건”이라며 “국민들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정부와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로부터 무엇을 배운 것이냐”고 물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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