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에 시민 감시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가속화 시키는 화석연료 산업은 녹색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전환의 한 기제일 수 있는 ESG 경영에 대한 시민 감시가 필요하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를 ‘블랙스완’이라고 부른다. 경영학자이자 저술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만들어 대중화시킨 용어다. 나심 탈레브는 미국 월가의 허상을 지적했고,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예측함으로써 위기 분석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이다. 
 
블랙스완 이론은 ①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며, ②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만큼 충격적이고, ③블랙스완이 발생한 이후에는 사람들이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슨 지수가 50% 이상 하락했고, 실업자가 900만 명에 달하는 등 금융위기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새로운 ‘스완(고니)’을 찾기 시작했다. 금융투자 역시  전통적인 기업들의 재무적 성과 이외에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했다. 무형자산이자 비재무적 가치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가중치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ESG 경영에 대한 관심과 추구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심각해진 기후변화와 맞물려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은 「그린스완,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 안전성」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4개월 뒤 「그린스완 2,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보고서가 추가적으로 나왔다. 세계 최대 자산투자회사 블랙록은 『2021년 스튜어드십 보고서』에서 2020년 전 세계 기업탄소 배출 약 60%를 차지하는 탄소집약 기업 440곳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들 기업의 이사진 중 55명에게 ‘반대표(주주총회에서 재임 반대)’를 던졌다. 다른 191명에 대해서도 기후위기 대응에 진전이 없다면 향후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관찰목록에 포함시켰다. 
 

실천과정 밟는 해외, 이미지 개선용 한국

 
투자자의 요구에 기업들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마이너스 달성을 약속했다. 구글과 애플은 2030년, 아마존은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한다고 선언했다. 코로나 백신으로 잘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한다고 발표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Business Ambitious for 1.5’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2021년 7월 현재 653개 기업이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비자, 포드, 소니, 테스코, 유니레버, 바이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기업들의 약속은 올해 11월로 예정된 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유엔글로벌콤팩트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국제적인 기업들의 탄소중립 속도와 다르게 국내기업들은 아직 제자리다. ESG 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자금을 모으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403개 회원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57.4%의 기업이 2050년 탄소중립이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응답한 반면, 42.7%는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답했다. ‘탄소중립에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31%가 대응 중, 33.8%가 대응 계획 중이며, 35.2%의 기업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기업들의 본심은 <탄소중립위원회>가 8월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시민사회로부터 한가한 계획이라 비판을 받은 수준의 시나리오)에 대해 ‘감축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항의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경제 부담을 우려한다’며 유감을 표한 것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ESG 중심 경영을 외치는 기업들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높아진 ESG 분위기는 해외 연기금 등 국제적인 투자회사들의 요구로 살상무기 사업을 매각하고, 화석연료 기반사업에 추가투자를 중단하는 성과도 냈다. 반면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거액의 퇴직금까지 챙겨 일선에서 물러났던 기업 총수 일가가 ‘ESG 위원장’으로 기업에 복귀하는 일이 벌어지고, ESG 경영을 내세우며 위원회 설립까지 했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홍보성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산 끝에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고 회장이 물러나는 일이 벌어지는 등의 사례들도 있었다. 한편, 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건물 붕괴사고의 원인이 건설현장에 만연해있는 불법 재하청이란 비판이 높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재하청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업 역시 2021년 4월 ESG 경영을 위해 미래혁신본부와 안전경영실을 신설한 바 있다. ‘ESG가 강조되고 있는 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안전 및 환경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게 그 조직 신설의 목적이었다. 그 목적대로 기업경영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까? 
 
ESG 경영 선언과 화려한 보고서만으로 해당 기업이 노동자 안전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포장되는 일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국내 500대 기업 ESG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CEO들은 ‘ESG에 관심 있다.’고 답했다. CEO들은 ESG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꼽았다. ESG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경영전략의 원칙으로 기업의 생존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 대신 ‘착한’ 그리고 ‘녹색’ 이미지로 포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답변이다. 
 
범위와 개념이 모호하고 기관마다 상이한 평가방식이 ESG 경영전략 수립의 어려운 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결국 기업들로서는 ‘형식적인 위원회 구성과 운영, 사진찍기용 사회공헌사업, 투자기업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잘 꾸며진 보고서 그리고 ESG 관련 컨설팅과 리스크에 따른 소송 등의 법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ESG 경영의 전부라고 인식하게 된다. ESG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기준, 사회적 논의와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유행처럼 다뤄지는 상황이 안타깝다.
 

한국 ESG 기준, 이제 검토와 마련 중

 
우리나라의 ESG 평가기준과 정보공개 원칙들은 현재 검토, 마련되는 과정에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들의 ESG 경영 방향을 제시하는 ‘모범규준’을 개정하여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공시부담을 감소시키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과 ‘ESG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발표하고, 정보공개의 원칙으로 정확성, 명확성, 비교가능성, 균형, 검증가능성 그리고 적시성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 역시 ‘ESG 기준의결기구’를 만들 예정이다. 2025년부터는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유가증권 상장사에게로 공시 의무가 확대된다. 이미 2019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게 공시의무가 부과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역시 2026년부터 모든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이상의 ESG 관련 법제도의 개정에 따라 기업들은 앞으로 환경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및 이산화탄소 배출, 에너지 사용, 물 사용, 폐기물 발생, 법규위반/사고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사회 부분에서는 임직원 현황과 다양성, 안전/보건, 교육, 반부패, 인권, 개인정보보호, 고객 및 지역사회 기여, 공급망 관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지배구조 부분에서는 이사회 기능, 구성과 사외이사의 책임과 활동 평가, 감사위원회, 보수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정보공개에 대해 금융시장은 다양한 평가기준을 두어 기업의 ESG를 평가하게 된다.
 

자본주의 수선을 위한 ESG 시민감시

 
ESG를 또 하나의 그린워싱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시민에 의한 기업 감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이윤 창출이 기업의 목표인 이상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그러나 주주만이 기업의 이해관계를 갖는 유일한 집단이 아니다. 기업의 구성원으로 채권자, 노동자, 소비자 그리고 사회와 환경을 모두 포함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강조’는 이윤 추구를 넘어서는 중요하고 새로운 흐름이다.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이 시작되기 직전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화두로 삼았다. 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저서 『위대한 리셋』에서 ‘코로나19는 기후변화 행동주의와 불평등 확대에서부터 성 다양성과 미투에 이르기까지 여러 많은 문제들로 인해 오늘날의 상호 의존적인 세계 속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고려사항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때에 창궐했다’며 코로나19 사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척도로서 ‘ESG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가 파괴되고 심지어 생존가능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ESG가 실제로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공시가 과대포장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5~6월호는, 지난 20년간 기업은 환경 파괴를 줄이고 사회에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지속가능경영 공시’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형태의 자본주의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희망했지만, 이런 믿음은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공시는 문제가 많았고, 관련 투자는 과대평가되었으며, 환경에 대한 위협은 점점 커지고 불평등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힘은 분명한 원칙과 기준뿐 아니라 지속적인 제도와 기준의 개선,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압박,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엄격한 규제에서 나온다. 시민 감시가 없는 곳에서 ESG는 또 하나의 ‘그린워싱’으로 전락하고 만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를 위한 공헌을 기업활동의 목표로 삼아 건강한 지배구조 아래 실천에 나서도록 시민의 감시가 조직돼야 한다. 유행에 들뜬 목소리가 아니라 끈질긴 시민 감시가 ESG 기준을 가치 있게 만들고, 기업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글 /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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