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57] 음식으로 중국 문화 맛보기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선뜻 말할 수 없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말하는 것이다. 나는 요리를 썩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오래 끓이거나 졸이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무쇠냄비를 이용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가령, 한식으로는 김치찜 같은 것, 오븐을 이용한 스튜나 라구 소스와 같은 것. 디테일한 레시피를 말할 수는 없지만, 공통점이 있다. 너무 손 빠르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재료의 속성을 충분히 끌어올릴 만큼 좀 느긋하게 시간에 의지해야 하는 요리다. 그 결과물들은 각기 다른 맛을 가지고 있지만, ‘뭉근한’이라는 어휘로 수식이 가능하다. 비슷한 원리로 나는 어제 끓인 미역국이나 어제 끓인 카레가 방금 요리해낸 것보다 더 좋다. 요리된 이후에 진행된 숙성의 맛 때문에 그렇다. 나는 요리에 특별한 재능과 솜씨를 발휘하지 못하고, 대신에 시간을 ‘때려’ 넣는다. 나의 음식에 관해서 말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TMI(Too Much Information)를 넘어서서 개인의 정체성을 완성시키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음식과 관련해 나는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일한 문화권 안에서도 식습관은 매우 다양한 양태를 띠기 마련이다. 우리는 김치 문화권에 있으면서도 지역마다 다르고, 집안마다 다르며, 세대마다 다르게 김치 레시피를 전수한다. 계급적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반영하는 것 역시 음식 문화이고, 축제나 애도를 위해서 마련되는 음식도 제각기이며, 그 각각은 서로 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중국의 음식은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문화권이나 다른 대륙에 비해서도 매우 다양한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시각에서 우리는 『중국음식 문화사』의 여러 대목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결코 읽기 만만한 책일 수는 없다. 방대한 분량의 자료와 꼼꼼한 연구 조사, 그리고 조심스러운 문화, 사회적 해석들을 장대한 중국의 역사와 더불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나의 요리처럼 일단 ‘시간’을 때려 넣어야 한다. ‘중국’, ‘음식’ 그리고 ‘중국음식’에 대한 복합적인 관심이 고루 있다면 좀 수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관심들은 결국 ‘문화사’로 수렴된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이라는 대륙의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이해함으로써 중국을 이해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엄청난 소문을 날마다 들으며 살고 있다. 그 소문들은 이해를 돕기도 하고 몰이해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책에 소개된 중국의 식당문화 이야기는 신선한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게 만들어준다. 중국식당의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고객들이 개별적인 방에서 식사를 하며, 보통 큰 식당 1층에서는 큰 홀을 두고 있는데, 누가 어디에서 식사를 하는지에 대한 절대적인 규칙이 없다는 점이다. 네 사람 이상의 단체는 방에서, 그 이하이거나 혼자서 식사하는 경우에는 공동의 홀에서 먹는다는 범박한 규칙 정도만 있다. 서양의 경우, 이미 식당을 선택할 때 비싼 비용을 지불할지 값싼 식당을 이용할지 먼저 고른다. 격식을 갖추어 제대로 대접받으려고 한다면 모든 것이 비싸다. 프랑스의 레스토랑이 왕정과 귀족의 문화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레스토랑에서 우리가 먹는 것은 프랑스 혁명의 맛의 변용인 점을 잊지 않기로 한다면, 중국의 식당에 펼쳐진 온갖 산해진미는 그들 역사의 복잡성과 특이성들을 조합해 놓은 문화적 상징인지도 모르겠다. 
 
“식사하셨어요?”를 인사말로 빈도 높게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함께 중국도 마찬가지다. 타인에 대한 염려와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웃에 대한 배려의 정서에 밥이 있는 거다. 지금 우리는 모두 재난의 시기를 살고 있으므로, ‘밥’에 주목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거리두기를 교양으로 삼게 된 어느 시절 이후, 우리의 음식 문화 역시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될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모두들 식사는 잘 하고 계십니까?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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